방치하면 사망까지도… 시술 위험 적어 고령에도 반드시 시술 필요
#. 50대 여성 김 모 씨.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고, 어지러우며. 숨이 찰 때가 종종 있었다. 증상이 나타나는 주기가 점차 짧아졌고, 빈혈로 생각해 동네 의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빈혈 증상은 없었고, 큰 병원의 심장혈관내과 방문을 권유받았다. 김 씨는 어지럼증과 심장이 어떤 관련이 있을지 궁금해 하며 종합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김 씨는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이었고, ‘인공 심장 박동기’ 수술을 받았다.
심장 박동은 분당 60~100회를 뛰어야 합니다. 하지만 분당 50회 미만으로 느리게 뛰면 서맥성 부정맥으로 진단합니다.
분당 50회 정도의 경미한 서맥은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분당 40~45회 미만이거나, 수 초 이상 심장이 멈추는 심한 서맥은 △어지럼증 △실신 △운동 시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서맥은 주로 심장 박동이 만들어지는 부위인 동결절이 약해지는 동기능 부전, 심방과 심실이 연결되는 전기통로가 약해지는 방실차단으로 발생합니다.
혈관 질환, 약제에 의해 생기는 일시적인 서맥은 원인만 제거하면 사라집니다. 그러나 대부분 서맥은 노화처럼 동결절의 기능이 약해져서 발생합니다. 현재 약해진 동결절을 정상화해 주는 약물치료는 없습니다.
또 방실 차단은 심방과 심실 사이에 전기를 전달하는 방실 결절 부위가 약해지면서 전기가 잘 전달되지 않아서 서맥이 발생합니다.
맥박이 심하게 느려지면 쓰러지거나 폐부종으로 심한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심장 안에 전깃줄을 넣어두어 느리게 뛰는 심장을 정상 속도로 뛰게 돕는 ‘인공 심장박동기’ 시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부정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3만9618명입니다. 이중 서맥성 부정맥 환자는 9048명에 불과할 정도로 환자가 많진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적어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무기력증‧어지럼증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는 “서맥성 부정맥을 방치하면 뇌를 비롯해 주요 장기에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어지럽거나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 이외에 맥박이 느리게 뛰는 것 같이 느껴지면 반드시 심장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서맥은 대부분 노화로 발생해서 고령 환자가 시술을 많이 받습니다. 진은선 교수는 “서맥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수 초 이상 멈추는 증상이 나타나면 정신을 읽고 쓰러질 수 있다”며 “고령이라는 이유로 시술을 미루지 말고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시술법은 주로 왼쪽 앞가슴 부위를 약 3cm 정도 열어 피부 밑에 납작한 기계를 넣어두고, 기계에 연결된 전깃줄을 혈관을 통해 심장 안에 넣는 것으로 끝납니다.
전신마취가 필요하거나 심장을 여는 수술도 아니기 때문에 시술 자체의 위험도는 낮은 편입니다.
인공 심장박동기는 전기장판, TV, 전자레인지 등 생활가전에는 대부분 영향을 받지 않아서 일상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안마 의자의 경우 박동기 근처에 강한 진동을 일으키는 경우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압선을 가까이에서 만지는 직업, 초대형 스피커 바로 앞에서 작업하는 등 강한 전기장에 노출된 경우 이상이 있을 수 있어서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행기에 탑승 시에는 공항검색대에서 이용하는 탐지기에 강한 전기장이 있으므로, 탐지기를 통과하지 않도록 인공 심장 박동기 환자임을 증명하는 카드를 보여주고 우회해서 들어가야 합니다.
인공 심장 박동기는 배터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수명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박동기가 소모되는 정도가 다르며 최근 사용되는 기계들은 보통 9~15년 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수명이 다 되면 기존에 넣었던 기계를 빼고, 새로운 기계를 삽입합니다. 이 또한 비교적 간단한 시술입니다. 또 최근 삽입되는 박동기는 대부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도 지장이 없습니다.
진은선 교수는 “다만 MRI 검사가 가능해도 검사 전 박동기의 모드 조정이 필요하다”며 “기존 박동기 중에는 불가능한 것도 있어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 후 MRI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도움말 :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