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 착용자를 노리는 눈 희귀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가시아메바 각막염’입니다. 수돗물이나 수영장 물에 서식하는 원생동물의 한 종류인 가시아메바가 각막에 침투해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특히 시력 교정용은 물론 미용목적의 사용이 늘고 있는 콘택트렌즈 착용자가 발병 위험군입니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흔하게 발병하는 눈 질환은 아니지만 각막을 손상시키고, 시력을 떨어뜨립니다. 때론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김태기 교수의 도움말로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쉽게 풀었습니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콘택트렌즈 착용자 1만 명 당 0.01~1.49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전체 인구 대비 유병율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가사아메바 각막염 보고들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에선 전체 감염성 각막염 환자 중 가시아메바 각막염 비율이 0.1~2.9%로 나타납니다. 때문에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최근 해외 자료들에 따르면 전체 감염성 각막염 중 가시아메바 비율은 최대 6.4%입니다.
가시아메바는 우리 주변 자연 환경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원충입니다. 가시아메바는 전 세계에 분포하며 담수‧해수‧토양‧먼지에 존재합니다. 수돗물‧가습기 등에도 있습니다. 특히 수돗물을 정화 처리하는 경우 염소를 이용하는데, 가시아메바는 염소 처리를 해도 사멸하지 않기 때문에 수돗물에서도 발견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눈에서 가시아메바가 각막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뭅니다. 정상적인 각막상피에는 가시아메바가 표면에 부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막상피 손상으로 인해서 각막 방어막이 약해진 경우에는 가시아메바가 각막 기질로 침투하고 감염을 일으킵니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각막상피에 미세한 손상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또 가시아메바는 콘택트렌즈 표면에 부착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때문에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가시아메바와의 접촉 가능성이 커지고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심한 눈 통증입니다. 이외에 시력저하, 충혈, 이물감, 눈부심, 눈물흘림 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바이러스‧세균 같은 다른 원인에 의한 각막염에도 나타납니다. 이 같은 증상이 있으면 안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시아메바는 항생제로 잘 치료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도 가시아메바에 효과적인 약물은 없는 상황입니다. 소독약인 PHMB(polyhexamethylene biguanide)나 클로로헥시딘(chlorhexidine)을 희석해서 점안하는 것이 일반화된 치료법입니다. 보조적으로 항진균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가시아메바의 생활사를 보면 활동 단계인 영양형과 휴면상태인 포낭형이 있습니다. 특히 포낭형은 매우 저항성이 강해서 건조하거나 온도 변화가 큰 악조건에서도 오래 생존할 수 있습니다. 또 치료제의 효과도 낮습니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치료를 하더라도 악화돼 각막이식까지 진행할 수 있는 질환이어서 6개월~1년 정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국내에 판매되는 모든 콘택트렌즈 소독액은 어느 정도는 가시아메바에 대한 살균력이 있습니다. 2007년 국내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MAPD(myristamidopropyl dimethylamine)를 함유한 콘택트렌즈 소독액이 가장 큰 살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의할 점은 콘택트렌즈 소독제의 소독력을 위해선 최소한 4~6시간의 접촉시간이 필요합니다. 짧은 시간 접촉시키는 것은 소독력이 거의 없습니다. 또 콘택트렌즈를 보존액에서 꺼내서 다시 사용할 때 수돗물로 세척하는 것은 절대 금기입니다. 반드시 멸균된 생리식염수로 세척해야 합니다. 혹시 수돗물을 사용했으면 마지막에는 식염수로 행구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대부분 콘택트렌즈 착용자에게서 발생합니다. 가시아메바는 렌즈 용기 자체나 렌즈를 세척할 때 사용하는 수돗물 등으로 렌즈 용기에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보고에 따르면 렌즈용기의 가시아메바 오염률은 5.0~19.1%입니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한 뒤에는 반드시 수돗물이 아닌 생리식염수, 렌즈 세척액, 보존액을 사용해서 세척‧살균‧소독을 철저히 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렌즈를 착용하고 수영장이나 오염된 물에 들어가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렌즈를 착용하는 낮 동안에는 렌즈 케이스를 말려서 건조한 상태로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렌즈 착용에 대한 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경우도 많고, 써클렌즈 같은 미용 콘택트렌즈를 친구들과 공유해 착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콘택트렌즈 사용자 본인 및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콘택트렌즈 착용자가 가시아메바 각막염 예방 위해 지켜야 할 것
-렌즈를 착용한 채 수영장이나 오염된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렌즈는 수돗물로 세척하지 않는다
-렌즈는 생리식염수, 렌즈 세척액, 보존액을 사용해 세척‧살균‧소독을 철저히 해서 관리한다
-렌즈 케이스에 렌즈를 보관하지 않을 땐 케이스를 말려서 보관한다
-써클렌즈 같은 미용렌즈를 아는 사람과 함께 공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도움말 :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김태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