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 취향은 모호하지 않다. 소통과 겸손이 묻어나는 책, 작가의 진심 어린 태도가 느껴지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추구하는 좋은 글에는 다음 세 가지 확고한 기준이 있다.
내가 아는 것이 많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지적인 자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구조로 독자의 이해를 가로막는 글은, 소통하려는 의지 대신 지적 우월감만을 드러낼 뿐이다.
따라서 이해하기 쉽게 쓰인 글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글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심오한 철학이나 복잡한 이론일지라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진짜 지성이다. 독자에게 '나는 너보다 많이 안다'라고 선언하는 대신, '이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배려가 느껴지는 글만이 가치 있다.
읽다 보면 금세 느껴진다. 작가가 정말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인지, 아니면 독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글인지 말이다. 독자들은 이 가식의 흔적을 놓치지 않고 캐치한다.
진정한 글은 작가가 어떤 가면도 쓰지 않고,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온다. 생명력이 없는 글은 아무리 훌륭한 문장으로 포장되어 있어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결국 그런 책은 진부하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완독 하지 못하고 덮게 된다.
나는 감정을 몇 배로 부풀려 과장하는 책 역시 거부감이 든다. 이는 독자에게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계산된 슬픔이나 과장된 기쁨은 독자를 속이려는 시도에 불과하며, 맥락 없는 글은 결국 공허함만 남긴다.
내가 원하는 담백함은 감정을 없앤 무미건조함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의 순수함처럼, 연애 초기의 진심처럼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솔직한 노력이다. 덤덤하게 쓰인 이야기는, 독자가 그 여백을 자신의 경험과 해석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한다.
과장된 포장 대신 내용의 순도를 중요시하며,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여백을 남겨주는 글이야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글이다. 앞으로도 그런 좋은 글과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