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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미 Oct 16. 2024

1박 2일



술이 아쉬운 져주는 남편들과 수다가 그리운 여자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이들은 몇 년간 제법 많은 하룻밤을 보냈다. 그 사이 갓난쟁이였던 단아는 6살이 되었고, 리니는 6학년이 되었다.


“리니 안 오겠다고 해서 엄청 꼬션. 자기가 왜 가야 되냐고, 혼자 집에 있겠다고 하는 걸 억지로 데려완. “

리니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시원이를 쫓아다니다 은근슬쩍 리니에게 말을 걸었다.

”리니야, 이제 펜션 졸업할 거야? 그럼 이모들이 너무 서운할 거 같아. “

엄마에게 예민하게 굴었다는 리니는 멋쩍은 듯 웃었다. 리니 아래로 4학년, 3학년, 2학년, 1학년, 7살, 2살 줄줄이 동생들 뿐이니 리니랑 말동무할 사람이 없다. 동생들은 숨바꼭질을 하며 1,2층을 뛰어다녔다. 내년에 중학생이니 동생들과 노는 게 예전 감성이 아닌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저녁이 되면 쌀쌀할 거 같아 옷가지를 챙겨갔는데, 오히려 약간 더웠다. 아이들은 수영장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남자들은 고기와 가리비를 구웠고, 여자들은 아이들을 단도리 했다.

소파에 앉아 잠시 쉬는데, 발가락 하나에 전류가 찌지직 흐르는 기분 나쁨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발을 올리니 통통한 지네가 발가락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악!!!!!!”

지네는 잠시 버티다가 땅에 떨어지더니 잽싸게 도망쳤다. 지네에 물린 것이다. 발가락에 물린 자국까지 났다. 그리고 굳어가는 찌릿한 통증이 강하게 몰려왔다. 나 이제 큰일 난 거 아니냐는 말에 큰 년의 남편이 말했다.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이거보다 훨씬 큰 지네에 세 번이나 물렸거든. 잠깐 아프고 말아. 금방 괜찮아져.”

우선 얼음찜질을 하며 통증을 가라앉혔다. 나 죽는 거 아니야부터 119 불러야 되지 않냐며 온갖 엄살을 다 부렸다. 나는 통증에 취약하다. 어릴 때는 그 모진 매질을 다 감내했는데, 그 후유증이 어른이 되어 생겼다. 이제 조그만 다쳐도 아프고 쓰라리다. 두어 시간은 퉁퉁 붓고 아프더니 얼음찜질을 두 팩째 했을 때 슬며시 괜찮아졌다.


 고기 먹고 가리비 먹고 마시멜로에 콘치즈, 고구마까지 구워 먹다 보니 애들은 12시가 되어 잠에 들었다. 애들이 자고 어른타임이 시작되는데, 남자들은 애들과 뻗어버렸다. 새벽에 먹으려고 술도 아껴먹더니, 술이 남았다.


 여자들도 깜빡 잠에 들었다가 2시에 일어나 4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냥 잠들기엔 너무 아까운 새벽이다. 언제 또 하룻밤을 함께 할지 모른다.


퇴실하고서 바로 헤어지기가 아쉬운 우리는 담소요 라는 신상 카페도 갔다. 한라산이 품은 이 카페는 경치 맛집이었다.


시간을 맞춰 날짜 잡기도, 숙소를 예약하기도, 서로 장을 보기도 굉장히 번거롭지만 만나는 재미가 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벗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비록 지네에 물렸지만, 액땜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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