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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mi Oct 20. 2018

생각이 많아 글쓰기

쓸 수 있는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쓴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책의 소개 글을 보았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생각을 줄이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이들의 상태를 아이콘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바탕화면에 비유할 수 있다. 아이콘을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늘어나는 아이콘을 적절한 폴더에 분류해서 넣어두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적절한 폴더에 생각을 분류해서 정리하는 일이 나에게는 글쓰기였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상념을 글이라는 형태로 끄집어내면 머리가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경기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듯 불면증도 심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한다. 불면의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정상치보다 5배 정도 많은 신경전달물질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이를 일컬어 보통 사람보다 생각이 다섯 배쯤 많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하셨다. 고인 생각을 분출하게 해 준다는 면에서 글쓰기는 나에게 불면증 치료제이기도 했다.


거의 완벽한 해결책을 찾았다고 믿었다. 한동안은 효과도 있었다. 다만, 글로 쓸 수 없는 생각들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대체로 글로 쓸 수 없는 생각들이 문제가 된다.


요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많이들 체온을 올리는 격한 동작을 할 때 칼로리가 더 소모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숨이 차고 땀이 날 때까지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뒤 체온을 식히는 마무리 동작을 할 때 소모되는 칼로리가 더 많다고. 그러니 절대로 마무리 운동을 빼먹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라고.


계단을 오를 때 마지막 층계참을 딛고 평지에 선 다음에도 한참은 숨이 차듯 나는 아직도 괜찮아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격한 운동을 한 뒤 오른 체온을 식힐 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듯 지금 힘든 것은 괜찮아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는 생각들, 쓸 수 없는 생각들, 오롯이 홀로 감내해야 하는 생각들에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이라는 라벨을 붙여본다. 그 나머지의 것들을 쓰고 싶은 대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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