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날의 기록

다시 배우는 세상

by 행화당


아이가 질문했다.

“엄마 스컹크 꼬리는 왜 이렇게 생겼어?”

“어, 스컹크는 냄새로 자기를 보호하니까 냄새를 멀리 퍼트리려고 빗자루처럼 크게 생긴 게 아닐까?”

“그럼 판다 꼬리는 왜이래?”

말문이 막혔다. 전혀 생각해본 적 없던 문제였다.

얼른 핸드폰을 들어 검색해보고 답을 내었다.

판다의 꼬리는 쓸모가 없어 퇴화된 것이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언어로 최대한 바꿔 말했지만

아이가 이해했을지는 확실치 않다.


또 어느 날.

"공룡은 왜 멸종했어?" 하고 질문했다.

소행성 충돌설과 화산활동설 중에 무엇으로 알려주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트리케라톱스가 나타나서 그런 거야.” 하고 엉뚱한 답을 내어놓았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그 질문 하나하나에 답해주려고

나는 오늘도 검색하고, 책을 들추고, 생각한다.


아이 덕분에

세상이 다시 궁금해졌다.

공룡도, 판다도

모두 흥미로 가득했다.


이아와 밤 산책을 할 때는 꼭 하늘을 보며 달을 찾고,

불빛이 있는 곳에 숨어있을 거미를 찾는다.

비행기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들어 비행기를 찾고,

비행기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으면 아쉬워한다.


표지판 앞을 지날 때면 표지판을 한참을 바라보고 얘기한다.

CCTV표지판, 금연표지판, 화단출입금지 표지판.

누군가 붙이고 갔을 스티커도 한참을 바라봐야 한다.


마트에 가면 필요한 것을 사는 시간보다

물건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이와 함께하는 길에서

나는 늘 걸음을 멈춘다.


나는 늘 바빴다.

할 일이 많으니 시간이 쫒기고,

챙길게 많으니 예민했다.


아이와 함께 걷는 길은

자꾸만 나를 붙잡아 세웠다.

조금 쉬어가라고,

이 자그마한 아름다움을 한번 보고 가라고.

그 길에서 만난 사소한 것들은 하나의 의미가 된다.


돌멩이 하나를 만지작거리고,

풀잎 하나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구름 모양을 가만히 바라보며 웃는 아이를 보며

나도 함께 웃고 있다.


천천히 걷다보면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인다.


아이는 나에게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알려주었다.

작가의 이전글처음인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