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뛸 기회
어린이집 하원 후
하원 길에 만난 어린이집 친구네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갑자기 우리 아이가
"나 잡아봐라"하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덩달아 친구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질수 없지'
같은 어린이집 어머니가 갑자기 뛰는 아이들을 멍하게 쳐다볼 때
나는 최대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함께 내달렸다.
"괴물이다! 잡아먹으러 간다!"
언제 내가 이렇게 크게 뛰어본 적이 있었나 싶다.
그것도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숨이 차오르고, 땀으로 머리가 젖어도
나는 그 순간 정말 신이 난다.
괴물 소리를 내며 아이를 쫓아갈 때,
“크앙!” 하고 소리 지를 때,
아이의 눈빛 속에는
놀라움과 설렘이 가득하다.
어느 날은
남편더러 쫓아오라고 하고
큰아이와 나는 손을 꼭 잡고 도망쳤다.
잰걸음으로 온 방정을 떨면서 도망쳤다.
기둥 뒤에 숨어서
“쉿, 쉿”
긴장과 웃음을 참고 있다가,
“크앙!” 하고 갑자기 뛰쳐나갔다.
정말 놀라는 남편의 얼굴을 보며
아이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몇 번이고 더 도망갔다.
남편이 다가오자. 장난인걸 알면서도
나까지 긴장이 되었다. 짜릿했다.
그 순간만큼은
어른이라는 이름은 벗어던지고,
그저 어린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숨고, 뛰고, 웃었다.
아이가 없이 그렇게 뛰고 있다면
필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조금 유치하지만,
유치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기회를 주는 아이가 있어 고마웠다.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이와의 놀이 속에서
나는 다시 어린 나로 돌아간다.
어른으로서의 체면과
일상의 문제를 잠시 내려놓고,
“지금”이라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긴다.
언젠가는
아이도 커버려 같이 젊잖게 걸을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아이가 주는 이 귀한 기회를
마음껏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