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변호사님께서 작성해주신 IHCF 25주년 기념 기고문이 우수상으로 입상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축하드립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IHCF(사내변호사회) 북클럽에서 추천하는 책을 읽고 변호사님들과 토론하면서 느꼈던 순간들을 글로 남겨 보았다.
<IHCF 북클럽이 주는 영혼의 자유와 행복> - 서원경 변호사
하루 종일 업무와 사람에 시달린 끝에 영혼 없는 육체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맑은 밤하늘은 까맣기만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별들은 하얗게 반짝이고 있다. 밤하늘을 무심히 쳐다보는 11년차 변호사의 마음도 짙은 흑색으로 타들어가고, 저 멀리 빛나는 별을 따다가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추고 싶어 진다. 그냥 터벅터벅 걷다가 아늑한 방에 도착하니 긴 하루 끝에 나를 맞이하는 <변신>이라는 책이 보인다. 이제 당신도 변신할 수 있다고..IHCF 북클럽에서 추천한 이달의 책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느낌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세일즈맨인 그레고르가 어느 날 눈을 뜨자 한 마리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었고, 그를 혐오하는 가족들과 외면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인간 존재가 사라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고독과 불안 속에서 그레고르가 죽자 그의 존재로 고통받던 가족들은 해방감을 만끽하고,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이사 가는 모습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북클럽 회원들끼리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한 이유가 무엇일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능력한 인간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진정한 가족 관계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자유롭게 토론했다. 변호사가 된 이후로 세상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좋은 변신'과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나쁜 변신'을 가끔 목격하게 된다. 그런 변신이 주변 사람과 세상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해 보고, 나는 어떤 변신의 주인공이 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나는 평소에 독서를 즐기며 '책만장자 서변'이라는 부캐로 활동하는데,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책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니 순간이나마 탁한 영혼이 정화되었다. 다음 달의 지정 도서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던 찰나,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안내 카톡을 받았다. 나에게 있어서 영혼의 쉼터는 독서와 예술인데,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설레었다. 선망받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던 저자는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되면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서 10년이라는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자연 그 자체가 주는 공간 다음으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술관을 찾기 시작한 이유는 삶의 의욕을 잃고 번아웃이 오면서 영혼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술관이라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긍정 에너지와 생명력을 얻곤 했다. 저자가 매일마다 경이로운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저자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삶과 죽음, 예술과 역사, 사람과 자연에 대한 깊고 넓은 통찰력에 감탄하였고, 아직까지도 나에게 잔잔하고 묵직한 여운을 남긴 책이었다.
독서와 예술은 언제나 나에게 근원적인 행복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이런 행복감이 아주 오랜 시간 지속되면 좋겠지만, 행복한 감정은 금방 사라진다. 나는 변호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변호사가 된 이후로도 불행은 감소시키고 행복이 증가하길 바라며 수많은 노력을 했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문제 해결은 나에게 평생의 숙원 사업이었다. 나와 북클럽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무더위에 지쳐가던 8월의 도서는 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이었다. 이 책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일상적인 행동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적인 산물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교수님은 아주 강렬한 한 번의 행복 경험보다는 반복되는 행복의 작은 경험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무한 경쟁, 물질만능주의, 결과지상주의 등 각종 원인들로 인해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사회이다. 특히, 한국에서 성공의 중심축 중 하나인 변호사 사회는 더욱더 행복과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그래서 변호사는 일반인 보다도 즐겁고 좋은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행복 경험을 더 많이 하려고 애써야 한다. 나는 북클럽에서 영혼의 자유와 새로운 기쁨을 만났다. 지금 불행한 변호사에서 행복한 변호사로 변신을 꾀하는 분이 계시다면 IHCF 북클럽으로 오시면 된다. 북클럽은 기꺼이 지친 영혼을 위한 신나는 놀이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