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달빛

팔리지 않는 시집. 04

by 리을

난데없는 코 훌쩍거림에

미처 느끼지 못한 가을이

큰 걸음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달이 차고 비길 수 십 번

나는 여전히 이 길 위에 서있다


미묘하게 달라진 한 가지

어쩐지 오늘 저녁 달빛은

조금 더 밝아진 듯하다


계절이 왔음을 머리가 아닌 몸이 느끼듯

당신이 내 곁에 왔음을 가슴이 먼저 느껴

괜한 달빛을 탓하며 이 부끄럼을 살포시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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