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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Aug 04. 2024

그러려고 결혼한 건 아니잖아(1)

결혼의 목적은 무엇일까

사례 1

편마비 장애인으로 아들을 어렵게 키운 엄마가 있었다. 다행히 아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 착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아들은 엄마와 가까운 곳에 살면서 퇴근 후 바로 엄마에게 가서 씻기고 신혼 집으로 갔다. 그러던 중 결혼 한 지 2년도 채 안되어 육아에 전념하던 아내가 중증 우울증에 걸렸다. 아들은 고민 끝에 엄마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발령을 받아 가족과 함께 떠났다. 그 후 아내의 우울증은 호전되었다.


사례 2

중년의 부부의 이야기다. 자녀들을 다 키운 상태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겠다고 주 5일을 엄마와 함께 지내고 주말에만 집에 왔다. 아내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 부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겼다. 상담자는 남편에게 엄마보다는 아내에게 더 신경을 쓰고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1.

엄마와 나는 종종 여러 사안에 대해 토론 혹은 논쟁을 벌인다.

무신론자임에도 종교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내게 엄마가 신앙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고

두 사람 모두 심리학 공부를 했던터라 관련된 내용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2.

며칠 전 주제는 '결혼'이었다.

포문을 연 것은 엄마였다.

위 두 가지 사례를 언급하면서 내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엄마는 첫 번째 사례에서 왜 아내가 우울증에 걸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 번째 사례와 함께 연결지어 남편의 엄마니까 아내도 도와서 잘 모실 수 있는 거 아니냐고.


3. 

나는 딱 한 마디 했다.

"그러려고 결혼한 건 아니잖아."


4.

의아해 하는 엄마를 보며 마디 더 했다.

"엄마는 시어머니와 사이가 매우 좋았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고."


5.

그제서야 엄마는 뭔가 깨달은 듯 했다.

다만 그럼에도 설명이 부족했는지 쉽게 납득하진 못했다.


6.

결혼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엄마에게 설명했다.

"아내가 결혼을 한 건 남편이지 남편의 부모가 아니잖아. 그 어떤 사람도 '내가 이 남자의 부모를 모시기 위해 결혼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 이 남자와 인생을 함께 하고 싶다, 둘이 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남편과의 결혼을 선택하지."


7.

"그리고 성경에 뭐라 그랬어. 둘이 부모를 떠나서 하나가 된다고 했잖아. 이 말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면, 원가족과의 분리야. 남편과 아내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원가족과 분리되어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게 결혼인 거지. 그래서 부모-자식의 관계보다 부부 관계가 더 우선인 거야. 고부 갈등에서 남편이 어줍잖게 엄마 편 들었다가 결혼 생활 망하는 게 다 그런 이유인 거고. 그럴거면 왜 결혼했어. 그냥 부모랑 평생 같이 살면 되잖아. 괜히 남의 집 귀한 딸 데려다가 고생시키지 말고."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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