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기념일

by 누구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4월이 되면, 나는 늘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4월 5일이 결혼기념일과 겹치기 때문이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길,
마치 버진로드처럼 벚꽃이 절정을 이루며 흩날리고 있었다.
그 찬란했던 봄날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또렷하다.

결혼한 이듬해 낳은 아들이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는데도,
그날의 장면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올해 4월 5일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요일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딸아이와 벚꽃을 보러 드라이브를 나섰다.
하얗게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다가, 무심코 말을 꺼냈다.
“오늘 엄마 결혼기념일이다.”


조용히 듣고 있던 딸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늘 결혼기념일이라며? 오~~”
그리고 잠시 뒤,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근데 엄마랑 아빠 이혼기념일은 언제야?”


나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화를 끊으라고 정색을 해야할지, 함께 웃으며 넘겨야 할지...

만감이 교차하다가 가슴 깊은 곳에 있던 기억 하나가 훅 올라와 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버렸다.

'그날은 니 생일이야'


내 기억 속 이혼기념일은 분명하다.
딸아이가 겨우 두 돌이 되던 날이었다.
법적인 이혼을 마무리하고도, 두돌로 지나지 않은 어린 딸과 다섯살배기 아들을 두고 집을 나올 수 없어
생일상만이라도 내 손으로 차려주겠다며 그날까지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그리고 딸아이의 생일날, 나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집을 나섰다.


그때의 돌배기 아이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그 사실이 한편으로 다행스럽게 다가왔다.

남들과 다른 우리 집의 특별한 상황을 아이들이 건강하게 이해했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까...


차창 밖으로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여느 해보다 더 빨리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나와 아이들의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날, 나는 알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은 기쁜 날보다

남몰래 숨죽여 아파했던 날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올해부터는 딸아이의 말처럼

이혼을 기념하는 날로,

나의 지난 상처를 다르게 기억해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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