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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Dec 31. 2015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Adieu, 2015

정확히 2015년의 하루를 남겨 둔 시점, 새벽  1시경부터 아랫배가 찌릿찌릿하게  쥐어짠 듯 아프기 시작한다.

경미한 통증으로도 "아! 위경련이구나" 몸이 기억을 한다.  년 중  한 번씩은 꼭  불청객처럼 찾아와 싸하게 훑고 가는 연중행사 같은 녀석.  "왜 하필이면 오늘이지?"   간헐적으로 콕콕 쑤시는 통증 말고도 입에 침이 고이며 토 증세가 함께 온다.   식은땀이 나고, 어쩌지 못함을 알기에 짜증이 와락 치민다.  

그렇게 밤새 게워내고 배를  움켜쥐고 뒤척이다 늦은 아침이 돼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병원 갈 생각을 왜 못했을까?  탈진한 듯 몸조차 가누기 힘들고, 음식은 아예 입에도 댈 수가 없다.   진한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서 그 마저도 포기하고 종일을 소금에 절여진 배추 마냥 축 늘어져 있었다.  약을 먹고 내내 굶어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몸을 다 비워내고 나니 머리도 텅 빈 느낌이다.  텅 빈 머리에 생각이 맑다.


...


왜 하필 오늘인 거야?

뭐 그리 비워낼게 많았던 거야.

아프지 않게는 안되었던 거야?

힘들게 하지는 말았음 좋겠어.


...


 난 올해 어떻게 살았지?  

고되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한 해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를 만났던...

어쩌면 스스로에게 좀 더 솔직하게 다가선 해이지 않았나 싶다.   인생이 한층 깊어진...

성숙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말줄임표처럼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감정이 전달되는 깊이가 있는 사람.  돌아보고 비워내라고 하루쯤 이런 고통을 주신  듯하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겠지"



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
좋은 사람이란 멋진 사람?
자기다운 그러니까 자기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일을 가진 사람이 멋진 사람?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사람으로
변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좋은 사람으로
변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지금 보다 좋은 사람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행복해진다거나?
행복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것?
행복이란 게 목표가 될 수 있는 건가?

-마스다 미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中



 ㅣ iris

사진 ㅣ 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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