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을 찾던 어느 나그네가 산속 오두막에 도착했다. 오두막의 노파는 나그네에게 음식을 대접했다. 잠시 후 나그네의 눈에 귀중해 보이는 보석 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이내 값비싼 접시에 놓여있던 보석이 다이아몬드임을 알아챘다.
이를 눈치챈 노파는 점점 탐욕스럽게 변해가는 나그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 다이아몬드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려. 그냥 드릴 테니 가져가시구려."
나그네는 깜짝 놀라 물었다.
"이것이 진귀한 보석이라는 건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 보석만 가져도 부자가 된다는 것을요."
노파가 대답했다.
"그럼요, 알다마다요."
나그네는 다이아몬드를 챙겨 재빨리 오두막을 떠났다. 노파의 마음이 바뀔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나그네가 다시 노파의 오두막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그는 노파에게 다이아몬드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받으세요.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을 제게 주셨으면 합니다."
노파는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보석은 돌려줘도 그만 안 돌려줘도 그만이오. 하지만 당신은 이미 이 보석보다 더 귀중한 것을 얻은 것 같소. 나는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보석을 돌려주게 했는지 그걸 알고 싶구려."
"본성상 감내할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독일작가 요한 크라우네스의 저서 [사소한 불행에 인생을 내어주지 마라]는 스토아 철학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제목이 심금을 울려서 선택했다. 책표지 디자인과 색감도 책과 잘어울리고 감각적이다. 철학서 하면 항상 끝을 본적이 없다. 초반에 좀 읽다가 어려워서 덮어버린다. 그리고 철학서를 발견하면 매번 또 관심이 가서 몇장 또 들춰본다. 스토아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완독한 철학서이고 중학생도 읽을만큼 쉽다.
이 책은 나처럼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워서 벽을 느끼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참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52주의 스토아 철학이라는 컨셉으로 52개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있다. 매 장마다 재밋고 짤막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관련된 스토아 철학으로 교훈을 주며 정리된다.
아무 장을 펼쳐서 읽어도 상관없고 단숨에 읽든 정말 52주에 걸쳐서 읽든 괜찮은 책이다. 물론 순서는 잘 짜여있고 책을 다 읽고나면 스토아 철학에 대해 '음 이런 맛이군.' 하고 듬뿍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스토아 철학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스토아 철학에 관련한 책을 더 찾아 읽기도 했다.
-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을 써라.
살아가면서 나의 통제 밖에 있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말자. 그러면 삶이 가벼워진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통제 가능한 것은 오직 자기 생각뿐이라고 한다. 자기 생각에서 나온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완전히 통제하기는 힘들지만,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p28~29
-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말라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남보다 높이 평가하면서도 남의 의견을 더 중시한다. 스토아주의자라면 남의 운명이 아닌 자신의 운명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의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스스로에게 감동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남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려 고민하지 말라. p31
- 매일매일 특정 제품 없이 지낼 수 있는 습관을 들이고 쇼핑을 줄이자. 언어와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의식적으로 절제에 나서는 또 다른 방법이다. 말하기 전에 미리 심사숙고하는 연습을 하자. 절제는 평정심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을 할 때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게' 하자는 뜻이다. p43
- 진정하고 여기 앉아보게나. 자네 자신이 바로 내가 준 반지와 같다네. 자네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석 같은 존재일세. 이 반지처럼 오직 전문가만이 자네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지. 그러니 이제 그만 인생의 방황을 끝내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네의 가치를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버리게나. p119
- 내면의 불꽃을 잘 지킨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잘 통제한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만을 통제한다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 원칙에 충실한 삶을 살게 된다.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시할수록 유약하고 천박해지고 독단적이고 무능력해진다. 내면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p175
- 굳어진 습관은 우리를 게으르고 경직된 생각 속에 가둔다. 어떤 일들은 오래전부터 해온 것이라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굳어진 습관에 에워싸인 채 삶의 그 어떤 신선한 자극도 받지 못한다. 이를 두고 프랑스의 멀티 예술가 장콕토는 "사람들은 대부분 습관의 폐허 속에서 살아간다."고 표현했다. p243
- 물론 주어진 일을 보고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엄연히 자기 자신과 가족, 또는 가까운 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난관 속에서도 내면에 집중하고 자기중심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남다른 자기 통제와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내면의 존재 또는 영혼보다도 물질적인 것을 더 소중히 여기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