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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자친구에게

by 시안

우리가 만난 지 6년 8개월이 되어가네

널 처음 만날 무렵에는 아이는 물론이고 결혼생각이 전혀 없었어

그저 너는 처음부터 언젠가 나와 결혼해서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만 보여줬을 뿐

한 번도 너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더라

오랜 시간 너를 만나오며 어느덧 나의 마음도 너와 같아졌어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도 나는 늘 외로웠고

나 자신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는데

무한한 행복의 보고 같은 너 옆에 있다 보니 나도 괜찮아졌고

부모님을 안아줄 마음도 낼 수 있었어



내 마음에 큰 구멍이 있는데 그게 우주만큼 깊어서

절대 채워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6년간 사랑을 들이부어줘서

얼추 숨 쉬고 살아갈 만큼이 되었더라



어떻게 한 사람을 그렇게 오래 만날 수 있냐고

권태기가 오거나 다른 사람한테 흔들린 적은 없냐고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한 번도 실수한 적은 없어

그 어떤 순간에도 너와의 관계가 제일 소중하다는 분별은 잃지 않았기에

너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줬어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줘서 고마워

너 덕분에 내가 이 험한 세상에서, 때로 잔인한 세상에서

너의 존재만으로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네가 지금처럼 앞으로도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평생 네 곁을 지켜줄게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평생 나를 채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끝없이 달렸을 거야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게 사랑이라는 걸

꽤나 일찍 깨닫게 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너무 많이 헷갈리지 않고, 너무 많이 헤매지 않고

정갈하게 살아올 수 있었어



사랑해

너의 꼬불꼬불한 머리카락과

둔둔한 몸매와

순수하고 정직한 눈빛을



앞으로의 날들도 지금처럼 잘 헤쳐나가자

수많은 행복과 고통을 함께 나누자

사랑받는 사람은 티가 난다고 하던데

네가 늘 빛나도록

내 마음을 너에게 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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