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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진 Mar 02. 2022

요조×임경선 “웃긴 여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뮤지션 요조와 작가 임경선이 만났다. 둘이 주고받은 교환 일기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요조, 임경선/ 문학동네/ 2019년)란 책으로 나왔다. 요조의 표현에 따르면 ‘펭귄과 낙타’처럼 이질적인 두 사람의 조합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책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우연한 기회에 친해진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수시로 SNS 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된다. 비생산적이지만 중독적이었던 24시간 랜선 교류. 고효율의 끝을 달리던 인간 임경선은 뮤지션 요조에게 이걸로 뭐라도 하자는 제안을 던진다. 그렇게 책 출간과 오디오 콘텐츠 제작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채 둘 간의 ‘교환 일기’가 시작됐다.


교환 일기는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해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만한 대주제로 흘러간다. 가령 요조가 ‘있을 때 잘해야 한다’고 말하면 임경선은 ‘각자의 개체로 흩어질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수한다. 요조가 결코 ‘프리하지 못한’ 프리랜서의 삶에 대해 얘기하면 임경선은 ‘페이 협상법’에 대해 조언한다. 이런 상호 작용으로 세상에 알려진 그녀들의 모습과 더불어 그녀들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숨어 있던 모습까지 드러난다. 이들의 교환 일기는 누구의 무엇, 어디에 속한 누구가 아닌, 단단한 개인으로서의 ‘여성’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임경선과 요조, 두 작가를 인터뷰 하기 위해 찾은 곳은 서울 사직동의 임경선 자택이다. 새침하고 차가울 것 같다는 예상을 단번에 깨버리고 털털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임경선 작가와, 느릿느릿 다정한 요조 작가와의 인터뷰는 마치 그녀들의 책을 다시 읽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무척이나 다른 둘은 이렇게 잘 맞아서 함께 책까지 썼구나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가 진짜 친구 같아요”


Q 두 분 처음 만난 게 요조 작가님 트위터 친구분의 저녁식사 초대 자리였다죠? 서로의 첫 인상은 어땠어요?


임경선 : 요조에게선 일단 후광이 비춰서 광채가 빛났어요. (요조 : 조명이 제 뒤에 있었나 봐요) 요조가 원래 예쁜 건 알고 있었지만 처음 봤을 땐 정말 범접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죠. 지금 이렇게 친해진 걸 생각하면 신기해요. 당시엔 소위 연예인이 평범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자리에 온 것도 신기했어요. (요조 : 언니 때문에 온 거지)


Q 요조 작가님께선 임경선 작가님이 그 모임에 온다는 얘길 듣고 오신 거로군요.


임경선 : 이것도 굉장히 나중에 친해지고 난 뒤에 알게 됐어요. 


요조 :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 때 그 사람을 오래 전부터 좋아했다고 내색하면 오히려 거리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친해지기 전까지는 굳이 그 얘길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수롭지 않게. 지내다가 나중에 충분히 친해지고 나서야 예전부터 좋아했단 얘길했어요.


Q 요조 작가님께선 임경선 작가님의 어떤 매력이 그렇게 좋으셨어요?


요조 : 저는 처음에 라디오 프로그램 듣다가 알게 된 거라 목소리로 대략 어떤 사람일 거라 상상해왔어요. 엄청 깐깐하고, 가차 없고, 얄짤 없는, 아주 매력적이지만 굉장히 무서운 사람일 거라고 상상을 했었죠. 실물을 본 건 그 저녁식사 자리가 처음이었는데 직접 만나고 보니 너무 털털한 거예요. 기자님도 느끼셨겠지만 (기대한 것과 실제 모습 간의 괴리는) 좀 충격적이었어요.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죠.


Q 성인이 되어서 만들어진 관계라 기존에 맺은 우정과 다른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임경선 : 저는 어떤 측면에서 어른이 된 다음에 만난 친구가 진짜인 것 같아요. 그야말로 100% 자의에 의해 맺는 관계잖아요. 그러려면 모든 게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거든요. 중요한 건 자주 만나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우정에서 성립된 약속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거예요. 그건 굉장히 중요해요. 이렇게 안 하면 상대가 서운해한다거나 이렇게 해야 관계가 유지된다는 틀 안에서 관계가 지속된다면 저는 숨막힐 것 같아요. 못 해요.


요조 : 저도 그런 우정이 버거울 때가 있는데요. 단적으로 친했던 누구 하나가 연애를 시작하면서 소원해지면 그걸 되게 서운해 하잖아요. 그런게 저한테는 숨막히고 답답해요. 경선 언니와 제가 닮은 점 중 하나가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혼자 잘 노는 사람들이란 거예요. 무리 짓지 않고 사교적이지 않죠.


Q 두분이 시종일관 메시지를 주고 받는 단톡방에서는 ‘읽씹’해도 신경 안 쓰겠군요.


임경선 : 전혀 상관 없죠.


요조 : 최근에 담당 편집자님께서도 단톡방에 합류를 하셔서…


임경선 : 거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어요. (웃음)


요조 : 24시간 셋이 다니는 거 같아요. (일동 웃음)


임경선 : 만나는 게 사실 큰 의미가 없어요. 그동안 SNS상에서 한 얘기만 다 정리해도 책 3권 분량은 나왔을 거예요. 제가 오죽했으면 톡을 하다가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해서 그걸로 오디오클립 만들고 책 만든 거잖아요. 편집자님께서 단톡방에 들어와 보시더니 왜 저희가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건지를 이해 하시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뭐할 건지까지 정말 별별 얘기 다 하니까요.


Q 24시간 붙어 있는 관계는 서로 편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임경선 : 그럼요. 그리고 편하다는 게 근본적으로는 신뢰가 바탕이거든요. 예를 들어 요조랑 얘기할 때는 ‘이 얘기를 하면 남에게 노출이 될까?’하는 걱정이나 ‘이 얘길 하면 곡해하거나 상처받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하나도 없어요. 대부분은 서로 가릴 건 가린 채 가면 쓰고 대화를 하기 마련인데 요조랑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요. 이런 관계는 살면서 몇 없어요. 심지어 제일 가깝다고 하는 가족들에게도 적절한 가면을 쓰고 대하게 되거든요.


우리는 어떻게 보면 우정이란 단어로도 커버가 안 되는 관계예요. 저는 여기에 이름을 붙이기 보다 그냥 좋은 관계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흔히 동성 또래 친구이거나 사회경제적 환경을 공유하고, 비슷한 일을 사람들과 서로 공감하고 동질 의식을 느낀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성별이 같지 않아도, 그동안 커온 환경이 다르다 해도 핵심이 되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기본적으로 일치하고 그 사람의 기본적인 삶의 태도가 비슷하면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두 분 관계는 외부 조건에 구애 없이 동등한 성인끼리 맺는 개인주의적인 관계라고 정의내릴 수 있겠네요.


임경선 : 우린 서로가 자유로움이 중요한 사람들이에요. 서로를 구속하거나 유치하게 너랑 나랑 친구니까 누구랑은 놀지말라거나 하는 관계도 있잖아요.


요조 : 실제 저희는 상대가 싫어하는 사람에 상관없이 친하게 지내는 것도 자유로운 관계예요.


임경선 : 대신 이럴 수 있죠. 둘 중 하나가 “나는 쟤 약간 싫어” 그러면 “그래? 그럼 나도 맘에 안 들어.” 그런 것도 좋고.


요조 : 자유로운 관계!


임경선 : 정말 자유로운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게 조금이라도 훼손이 되면 못하죠. 왜냐하면 우린 기본적으로 혼자서도 잘 지내거든요.




“우리는 웃긴 여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Q 이렇게 독립적이면서 친한 두 분 관계에서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라는 오디오클립,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같은 책이 탄생했네요. 처음 비생산적인 두 분의 대화를 생산적인 콘텐츠로 바꿔보자고 했을 때 별도의 기획 방향이 있었나요?


임경선 : 저는 언제나 일관된 거지만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겠다고 하는 건 없어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걸 독자들이 유용하게 받아들인다거나 공감을 해주면 그게 제게는 덤의 기쁨이에요. 저자는 자기 자신의 표명을 위해 쓸뿐 독자에게 가닿기 위해 쓰는 건 오히려 불순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 내가 요조와 나누고 싶은 이야길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거예요.


요조 : 경선 언니 말에 동의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책을 팔고 있잖아요?(일동 웃음) (임경선 : 작가/서점주인이네. 그거 좀 묘하네.) 쓰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서점을 운영할 때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와 동시에 그 책이 소구력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책을 입고해야 하잖아요. 책을 잘 팔아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니 언니 얘기처럼 독자를 상정하지 않고 쓰고 싶은 내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해요.


Q 이 책은 ‘교환일기’란 정체성으로 시작했지요. 교환일기도 독자를 상대로만 규정함으로써 내밀함이라는 속성을 지니는데요. 이 일기는 공개를 상정하고 쓰여진 보통의 일기와는 다소 다른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임경선 : 저는 원래 에세이를 솔직하게 쓰는 편이라서 별로 의식하지 않았어요. 누가 저한테 솔직하다고 해도 저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고, 자존감이라는 단어도 그 자체를 의식을 안 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폭로하지 않는 이상 굳이 몸을 사릴 필요는 없다고 봐요.


요조 : 둘 다 솔직함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은 없어요. 다만 진짜 타인을 상정하지 않으면 좀 되는대로 쓸 텐데 이게 사람들에게 읽혀야 하는 컨텐츠니까 이 솔직한 마음을 어떻게 괜찮아보이게 잘 예쁘게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있었어요.


임경선 : 그럼에도 둘이서 교환 일기를 쓰면서 서로 솔직함에 있어서 몸 사리는 건 전혀 없었어요. 내가 요조보다 조금 더 까발리듯이 쓰면 혹시 내가 손해일까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죠. 그게 굉장히 중요해요. 마치 사진 같이 찍을 때 한 사람이 얼굴을 뒤로 하면 저마다 뒤로 가려고 할 때 있잖아요.


요조 : 제가 ‘생리하는 게 싫다’고 썼을 때 언니는 처음에 어떻게 생리 얘길 할 수 있느냐고 하다가 나중에 “난 끝났어”로 끝나잖아요. 정말 방금 전 언니 말에 공감하는 게 만약에 제가 여기까지 오픈을 했는데 상대방이 꽁꽁 자기 얘길 안 하고 있으면 “뭐하는거야, 지금” 약간 이랬을 것 같아요.


임경선 : 치사하다 치사해. 그건 비겁한 거야 진짜. 그 미묘한 균형감이라는 게 엄청 중요해요.


요조 : 그랬으면 진짜 웃겼겠다.


임경선 : 공저자끼리 낸 책을 보면 위아래 너무 확실하거나 아니면 서로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서로 잘난척하는 배틀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그것도 그 나름대로 에너지가 있긴 한데 우리는 그냥 어깨 힘 빠진 상태의 글을 썼어요.


Q 교환 일기 형식이 아니었으면 이런 내용의 글이 나올 수 없었겠네요.


임경선 : 일기 아니었으면 저는 공저 절대 안 하죠. 똑같은 에너지 들이고 인세 반땡은 싫어요. 요조랑 이야기 하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의미가 없었을 거예요. 저는 공저 싫어하는 사람이에요.(웃음)


요조 : 편집자님께 책이 중쇄 들어갔다고 말 들었을 때 잘 팔리고 있으니까 기분이 좋잖아요. 제가 신나하고 있으면 경선 언니가 옆에서 조용히 초를 쳐주시죠. (인세) 2분의 1로 생각해야 한다.(웃음)


임경선 : 그런데 재밌게 놀다시피 같이 했으니까 (괜찮았죠).




“내가 보탠 한 마디가 우리 뒤의 누군가가 얘기하기 더 쉬워지게 만들어요”


Q 요조 작가님께서는 두 분의 공통점이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요시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쓰셨죠. 그밖에 또 공통점이 있을까요?


임경선 : 저희는 웃긴 걸 좋아해요. 웃긴 여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나중에 스탠드업 코미디 할 지 몰라요.


요조 : 원래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해서 직접 전용 공연장에 가기도 해요. 스탠드업 코미디는 혼자 마이크 하나로 사람을 웃겨야 하고 호흡 하나하나가 철저하게 계산돼야 하니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경선 언니가 “이러다 우리 스탠드업 코미디도 하는 거 아냐?” 했을 때 저는 진지하게 “할까?”라고 대답하기도 했죠. 우리는 진짜 좀 웃기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스스로 남을 웃기는 것도 좋고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임경선 : 사실 세상에 웃을 일이 많지가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필요 이상으로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세태가 됐는데 저는 이럴 때일수록 같이 많이 웃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이렇게 웃기는 걸 좋아하는 두 분이지만 책에서는 각자가 겪은 비극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해요. 요조씨가 동생을 잃은 사고나, 임경선 작가님에게 자꾸만 재발하는 갑상선암 같은 것들이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는데도 담담하게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임경선 : 그건 팩트고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결국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고 어떻게 그걸 마주하는지가 남은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겠죠.


요조 : 우리가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쓰면서였어요. 경선언니와 친하면서도 우린 너무 다르다고 자주 얘기했거든요. 글 쓰는 방식도 다르고 가치도 다르고 톤도 조금씩 다르죠. 저 사람과 난 많은 것이 다른데 무엇이 맞닿아 있어서 계속 친하게 잘 지내왔는지 생각하며 글을 쓰다보니 그 공통점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임경선 : 오히려 그런 일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체념을 안 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미루지 않고 순발력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요조 : 순발력 있게! 표현이 너무 좋다!


임경선 : 요조, 너 완전 순발력 있어! 요조가 그렇게 안 보이잖아요. 느릿느릿 해보이고. 그런데 전혀 안 그래요. 얘는 가만히 있다가도 바로 그냥 해버리는 스타일이에요.




Q 이번 책에서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두분이 여성으로 살아가는 자세예요. 임경선 작가님께선 기혼여성으로서 시댁에 안부전화 하라는 강요를 소신있게 거부하거나, 또 요조 작가님께서 몸이나 섹스 취향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 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어요. 이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제약을 용기있게 거부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임경선 : 저는 그게(시댁 안부전화를 거부하는 것) 용기가 필요한 일이란 걸 남에게 들어서 알게 됐는데요. 소위 기혼 유자녀 입장으로 시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교정돼야 할 부분들이나 터부시 되는 주제는 오히려 자꾸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가정 내 고민스런 부분들은 자꾸 밖으로 공유가 돼야지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힘들어요. 저처럼 뻔뻔한 사람이 그걸 얘기해야지 누가 그런 얘길 하겠어요? 그래야 “쟤도 그런데” 핑계대며 얘기할 수 있죠.


요조 : 시댁 이야기뿐 아니라 몸, 섹스에 관한 이야기 이런 것에 대해서도 은근히 얘길 안 해요.


임경선 : 저도 인터뷰 하면서 기혼 유자녀자가 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제가 처음이란 얘길 들었어요. 구성애 씨 말고는 얘기한 적이 없대요. 말도 안 돼요. 이 중요한 얘길.


요조 : 기혼이 아니고 미혼이더라도 할 수 있는 얘기만 하고 깨름직한 것은 얘기 안 하고요.


임경선 : 밝히는 사람처럼 보이니까요.


요조 : 이건 조금 다른 얘길 수도 있는데요. 누군가 이야기 하는 게 대수롭게 여길 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 사건이 있어요. 예전엔 제가 소위 ‘홍대 여신’이라는 수식어로 대변이 됐던 시절이 있었어요. 제가 그 수식어를 굉장히 싫어했어요. 처음에 제가 그렇게 불리는 게 싫다고 했을 때 욕을 굉장히 많이 먹었어요. ‘이건 칭찬인데 네가 지금 배가 부르구나’ ‘사람들이 예쁘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건데 그걸 싫다고 그러냐’ 그 후로는 제가 싫다고 말을 하고 싶어도 욕 먹을 걸 아니까 못 하겠는 거예요. “’홍대여신’이라고 불리시면 어떠세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졸라 싫어요”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여신도 아닌데 그렇게 불러주시니 머쓱하죠.” 완곡하게 표현을 했거든요.


그런데 페미니즘이 공론화가 되고 ‘여성신문’에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그렇게 불리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싫다”고 했을 때 제 목소리가 받아들여졌어요.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건 저 이전에 많은 여성들이 “여자를 꽃이라고 하지 마라” 등등의 사소한 한 마디를 꺼내어서 바뀌어 온 거예요. 이제서야 저도 그렇게 불리는 게 싫다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그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한 마디를 보태는 게 우리 뒤의 누군가가 얘기하기 더 쉬워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얻게 됐어요.


임경선 :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게 상대방의 입을 막는 거예요. 뭔가를 얘기한 다음에 막는 게 아니라 아예 이야기하지 못하게 묘한 분위기 조성하는 게 있잖아요. 저는 그게 정말로 싫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무슨 얘길 하든 잃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비난도 많이 받아봤고 제가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그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을 거예요.


Q 책에서 두 분 다 앞으로 1년 앞의 일만 생각하는 편이라고 하셨죠(웃음)? 앞으로 1년 안의 계획만 말씀해주신다면요?


임경선 : 하하하. 우리가 책에 그렇게 써놔서 “앞으로 3년 후에…” 얘기가 튀어나오면 “야 안 돼” 그러면서 상대방 말을 막은 적도 있어요.


요조 : 지난 번에 경선 언니네 왔을 때 집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언니한테 “언니 몇 년 계약 하신 거예요” 얘길 했어요. 언니도 별 생각 없이 얘기하다가 “몰라, 나 1년 밖에 몰라” 그러더라고요.(웃음)


임경선 : 말을 뱉어놨으니까 거기 맞춰야 돼.


요조 : 언니, 우리 1년 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도록 합시다.


임경선 : 누가 질문해도 절대 답하면 안 돼!(웃음) 저는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가을에 낼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제가 매년 겨울마다 딸과 여행을 가는데 오는 1월 초에 겸사겸사 소설 배경 조사를 위해 런던에 가 있을 예정입니다.


요조 : 저는 조금 있으면 <아무튼 떡볶이>란 책이 나와요.(12월 9일 현재 출간 완료-편집자 주) 몇 개월 정도는 이것저것 이 책에 관련한 활동을 하게 될 것 같고, 내년에는 앨범 곡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뮤지션이니까. 본분을 잊으면 안 되니까요.


-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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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9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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