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터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진 Jan 23. 2022

“아내에게 바치는 레시피” ‘옥주부’ 정종철

<옥주부의 진짜 쉬운 집밥 레시피> 출간 기념 정종철 인터뷰

※ 책에 나온 내용을 직접 따라해보는 ‘체험 인터뷰’입니다. 종이와 활자로만 드러난 내용들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드리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체험 과정은 유튜브 채널 ‘공원생활’ 영상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자 말


https://youtu.be/Jr7SqjzpOus


보통 애처가라고 하면 집안일을 잘 ‘돕는’ 남편을 말한다. 하지만 부인을 너무나도 사랑해 직접 ‘주부’가 되어버린 진짜 ‘애처가’가 여기 있다. ‘옥동자’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개그맨 정종철이다. 평소 일이 전부인 남편으로 살던 그는 어느 날 아내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게 된다. ‘가족보다 그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내가 없이도 잘 살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은 그를 깊은 참회의 길로 인도했다. 그 순간부터 요리는 물론이고, 집안일, 집안 가구를 만드는 일까지 온전히 담당하는 ‘옥주부’로 거듭난다. <옥주부의 진짜 쉬운 집밥 레시피>(정종철/ 라이스트리/ 2019년)는 그렇게 탄생한 책이다. 평소 그가 가족에게 해주던 맛있는 집밥 레시피가 이 책 한 권에 담겼다.


책과 행복의 비결에 관해 묻기 위해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그의 자택을 찾았다. 책에 실린 요리 중 하나를 직접 해보자는 제안에 그는 이내 ‘두부조림’을 금세 뚝딱 완성해냈다.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재료를 다듬고 간을 보는 모습이 일상 풍경처럼 자연스럽다. 요리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타고난 진지함과 성실함이 보였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정종철은 이제 그 열정으로 아내와 자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살림을 한다. ‘옥동자’와 ‘옥주부’는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닌 그가 특유의 열정으로 세상을 대한 방식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두부조림’ 만들기는 먼저 각종 재료를 정확히 계량해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Q 오늘 어떤 요릴 해주시나요?


두부조림이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정말 맛있는 두부조림이 될 거예요.


Q 책 40페이지에도 두부조림 레시피가 소개돼 있죠?


평소에도 제가 쓴 책을 보고 요리하곤 해요. 아는 레시피여도 책을 보고 하니까 요리하기가 너무 좋아졌어요.


Q 재료를 준비하고 계신데요. 책에서도 요리에 있어 계량을 강조하셨어요.


보통 엄마 손맛이 최고라고 하면서 눈대중으로 요릴 하잖아요. 계량을 하면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더라고요. 세상엔 옥주부 레시피도 있지만 백종원 레시피도 있고, 김수미 레시피도 있잖아요? 계량스푼, 계량컵, 저울만 가지고 있으면 그 레시피들이 전부 내 것이 되니 그 사람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거예요. 계량 하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오히려 요리가 훨씬 쉬워져요. 계량이 끝나면 요리는 끝난 거라 보시면 돼요.




Q 오히려 요리 초보자일수록 계량 작업이 필요할 수 있겠네요.


요리 초보자든 고수든 계량은 필수입니다. 솔직히 요리는 과학이에요, 과학! (계량컵을 들어올리며) 과학 시간에 이런 거 쓰지 않아요? 이런 정제된 설탕, 발효시킨 간장, 매실액 전부다 어떻게 보면 과학적인 재료예요. 그게 먹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식재료라고 부르는 것일뿐. 그렇게 다가가면 요리가 되게 쉬워져요. 교육방송 온 것 같죠?(웃음)


Q 책에 실린 메뉴 중에 요리 초보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나요?


요리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아침에 계란밥 해줄 때 비벼먹는 간장이 있어요. 3분만 투자하면 만들 수 있어요. 그대로 따라서 만든 후 가족과 나눠보면 가족들 반응이 올 거예요. 그렇게 차근차근 쉬운 것부터 해보시면 '요알못'들도 자신감을 가지게 될 거구요.


Q 책을 만들면서 허리에 디스크가 올 정도였다고요?


하루에 거의 12시간씩 요리했어요. 같은 자세로 계속 서 있으니 허리에 디스크가 오더라고요. 한 번에 끝난 요리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두 번씩은 한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메뉴인 LA갈비는 네 번에 완성했어요. 제가 스스로를 찍을 순 없으니까 함께 책을 만든 출판사 대표님한테 “지금 찍어! 지금” 그러면서 힘들게 촬영을 했어요. 책 사진에 나온 손들이 다 저예요.


Q 말씀을 듣다보니 단순히 요리를 하는 것과 요리 레시피 책을 만드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인 것 같아요. 어떻게 책을 쓸 결심까지 하게 되셨나요?


살림을 하다보니 요릴 하게 되고 그러면서 제 요리 레시피를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게시물에 ‘옥주부 레시피’라고 해시태그를 달아서 올리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나중에 내가 올린 레시피를 찾기는 힘들더라고요. 아까운 자료들을 흩어진 채로 두기보단 기회가 되면 한 권의 책으로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오다가 요리책까지 내게 됐네요.




Q 가정보다는 일에 충실했던 정종철씨께 아내 황규림씨가 쓴 편지가 결국 이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진 건데요. ‘옥동자’를 ‘옥주부’로 변신시킨 그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일단 가정과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고, 내가 나쁜놈이었단 생각을 하게 됐고, 내가 아내 옆에 있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곁에 있어도 아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거예요. 7~8년 같이 살았는데 이 여자가 내게 뭘 원하고 지금 듣고 싶은 소리가 뭔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사람끼리 소통하려면 기본적으로 공감이 돼야 하는데 그 사람의 주민번호와 본적 같은 데이터적인 부분은 알고 있는데 마음은 몰랐던 거예요.


Q 바로 그 때 요리가 둘 사이에 중요한 매개가 되었던 거네요.


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때 아내에게 자기 전 한 말이 “내일 뭐 먹지?”였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말 중에 가장 잘 한 말 같아요. 마음이 닫혀 있던 아내와 “이건 좀 너무 기름지지 않아?” “이게 좋겠다”는 식으로 대화가 이어지고 잠이 들었어요. 저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장을 보러 가고 아내가 먹고 싶어했던 요리 중 하나를 했죠. 그게 옥주부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아내가 너무 기뻐하고 감사해했어요. 처음에는 '아내가 정말 그 음식을 먹고 싶어 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뒤 깨달았어요. 아내가 기뻐한 진짜 이유는 그 전날에 한 말을 남편이 기억하고 있단 사실 때문이란 것을요.


Q 책 나오고 주변분들과 아내분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고요. 빠삐(아내의 애칭)는 너무 좋아했죠.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 손이 간 책이에요. 프롤로그 글도 썼고 재료도 일일이 계량하고 직접 해보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었거든요.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빠삐가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기대를 많이 했었죠. 책 한 권이 아내에게 바치는 선물과도 같달까요? 그래서 책 출간일도 빠삐 생일인 4월 20일이에요.


Q 아내분께서 큰 감동받으셨을 거 같아요. 


그렇게 큰 감동은 안 받더라고요. 늘상 하던 거라 이젠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아요.(웃음)




Q 이제 재료 준비가 거의 대부분 끝난 것 같은데요. 재료를 소개해주시겠어요?


간장 베이스 기본일 때 간장은 향만 뽑는 느낌으로 해요. 간장과 물의 비율을 1:4로 해서 간장이 25ml정도 들어갔으니 물은 100ml로 잡았어요. 고춧가루는 티스푼으로 하나, 간마늘은 큰 티스푼으로 하나, 설탕이 15~20g정도 들어가고, 매실액이 20ml정도 들어간다고 보시면 돼요. 이건 미림인데 10ml에서 15ml 정도 살짝만 들어가면 돼요. 청양고추와 홍고추가 있으면 추가해주시면 되는데 지금은 홍고추가 없으니까 이렇게 청양고추만 넣을께요. 이제 여기에 두부를 한 모 반 정도 추가하면 되고. 마늘, 양파, 대파도 추가하면 맛있는 두부조림이 끝나요.


Q 잠시 두부를 써는 동안 여줘보겠습니다. 결혼한지 14년이나 흘렀는데도 사랑이 식지 않는 비결이 있다면요?


왜 식죠? 전 그게 좀 이해가 안 가는데……. 식는다는 말의 정의가 뭐죠? (기자 :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는 것이요?) 예를 들어서 이 여자 손을 잡아야겠다는 두근거림은 없죠. 그런데 그걸 사랑이라고 하면 사랑이 너무 쉽게 꺼지는 거 아닌가요. 그건 그냥 연애 초반의 설레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죠.




Q 그렇다면 정종철씨께 사랑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보다 상대방을 생각하면 사랑 아니에요? 나보다 상대방이 더 생각나고 맛있는 거 먹어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러면 사랑이죠. 맛있는 거 먹을 때마다 (부인이) 생각나서 포장을 많이 하곤 해요.


Q 보통은 남편분들이 요리나 살림을 한다해도 돕는다는 개념으로 많이 하잖아요.


도와주는 개념이면 그건 내 일이 아닌 거잖아요. 결혼해서 한 지붕 아래 살면 네 일 내 일이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신혼부부들이 ‘밥은 네가 해 설거진 내가 할게 우리 분담을 잘 해서 알콩달콩 살자’ 그러면 싸우는 지름길입니다. 설거지가 안 돼 있다? 그럼 내가 하면 돼요. 내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쉴 수 있잖아요. 내가 하면 아내가 좋아하고, 가족이 좋아하고, 가족이 모두 좋다보니 결국엔 내가 좋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내가 좋은 건데. 도와준다는 말은 쓰면 안돼요.


자, 두부는 먹을 사이즈로 기호에 맞게 잘라주시면 돼요. 양념은 재료들을 모두 계량했기 때문에 한 곳에 넣어버리면 돼요. (준비된 재료를 다 넣는다) 이거 너무 허무하잖아…(웃음) 끝났어요. 고춧가루는 맨 나중에 넣을거라 냅둬버려요. 이 상태에서 저어주세요.




Q 이제 두부를 익힐 차례네요.


일단 팬에 기름을 충분히 뿌려주세요. 두부조림은 딱딱한 느낌, 말랑한 느낌 두 가지가 있죠. 둘은 정확하게 말하면 온도의 차이에요. 어떤 온도에 음식물을 올렸는지에 따라 결정되죠. 오늘은 약간 튀긴듯한 두부조림을 할 거라서 170도까지 올려줄 거예요. 팬 위에 손을 댔을 때 견디기 힘들다고 느껴지면 170도인 거예요. 센 불에 계속 열을 가해줘서 한쪽 면을 확실히 튀겨준 다음에 뒤집을 거예요.


Q 두부는 연약해서 뒤집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라도 자꾸 뒤적이면 안 돼요. 한 번 튀길 때 한쪽 면을 확실히 튀겨줘서 딱딱해진 다음에 뒤집어주는 게 좋아요. 무엇보다 두부를 팬 온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올리는 게 중요해요. 낮은 온도에서 올리면 삶아졌다가 구워졌다고 튀겨지는 과정을 전부 겪어버리니 맛이 없어져요.


Q 태도를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네요. 어느새 두부가 다 익었어요.


여기서 불을 확 졸여버리고 아까 만든 양념장을 그대로 부어요. 이렇게 약불로 놔두는 건 익히지 않고 졸이겠다, 양념을 안에 넣겠다는 뜻이에요. 되게 쉽죠? 요리가 끝나버립니다. 졸였다는 느낌이 들면 뒤적여주세요.




Q 두부조림이 졸여지는 동안 마지막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현재 ‘살림왕 옥주부’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고 컨텐츠 비즈니스도 하시는 등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는데 10년 후 정종철 씨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 가시나요?


언젠가 (유)재석이 형이 제게 ‘욜로의 최강자’라고 하더라고요. 별다른 계획은 없고 지금처럼 살림하고 ‘욜로의 신’급으로 가족들과 실컷 놀겁니다.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없다는 것은 애들이 너무 빨리 크기 때문이에요. 힘 있을 땐 애들이랑 놀 거구요. 힘 없을 땐 빠삐랑 같이 전국에 행사다니면서 여행도 다니고 그럴 겁니다.




완성 후 실제로 먹어본 ‘두부조림’은 그의 말처럼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훌륭한 맛이었다. ‘옥주부’ 특제 소스에 적절히 졸여진 두부는 밥을 부르며 식욕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책 제목에 나오는 ‘진짜 쉬운’이란 말처럼 조리 과정은 쉬웠고, 집밥의 맛을 그대로 전해줬다.




- 글 : 주혜진(북DB 기자)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DB 2019. 5. 9

http://news.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Detail&sc.mreviewNo=87847

매거진의 이전글 설민석 “통일되면 옥류관 냉면 먹어보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