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눈물

by 하트온

어린 병사의 눈에서

국화 꽃잎 같은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왜 떠나는지 모른다

어디로 떠나는지 알 수 없다


익숙한 전장을 떠나

새로운 전장으로


아는 싸움을 떠나

모르는 싸움을 하러


얼마나 불안하고

얼마나 막막한지


그래서 속절없이 떨어진다

혼돈의 눈물이 툭툭






25세의 내가 눈물을 주르륵 떨어뜨리며 미국으로 향하는 편도 비행기에 올라탔다. 내 마음은 멀고 긴 여정 앞에서 전혀 울 정신도 여유도 없었는데, 눈에서 툭툭 떨어지던 그 눈물은 뭐였을까. 나는 두고두고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무의식, 내 내면에 사는 또 다른 나였다. 내 속의 그녀는 자신이 오랫동안 계획하고 벌여온 일을 알고 있었고, 이 미국행 이주가 다시 역행할 일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내 마음과 상관없이 그녀는 한국 땅에 국화꽃 같은 눈물 몇 방울을 툭툭 떨어뜨리며, 내가 나고 자란 땅에 마지막 이별의 예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몸을 한국에서 떠나보내기 위해 기를 쓰고 용을 썼던 내 내면 아이의 마음을 나는 낯선 땅에 가서야 만나 싸우고 씨름하고 끌어안고 대화하고 품어낼 수 있었다.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내가 나고 자란 땅, 익숙한 문화와 음식을 그리워하며 되돌아 가고 싶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그녀 때문에 되돌아 갈 수 없었고, 여기서라도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죽도록 그리운 마음을 묻어야만 했다.


내 안의 혼돈은 배가 난파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혼자 낯선 무인도에 떠밀려간 자의 혼돈이었으며, 내 안의 불안은 곧 까마귀 떼가 달려들어 몸을 뜯어먹을 것 같은 발가벗겨진 채 숲 속에 버려진 자의 공포에 가까운 불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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