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식습관을 바로 잡아준 미니멀리즘
저는 음식에 관해 참 억압을 많이 경험했던 사람입니다.
어릴 때 저는 몸이 많이 허약해서 부모님을 많이 걱정시킨 아이였어요. 입덧하는 임산부 수준으로 비위가 약해 음식 냄새를 많이 싫어했는데, 특히 밥 냄새, 고기 냄새가 참기 힘들 만큼 역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돌아오는 식사 시간마다 전쟁이었어요. 저는 밥이 너무나 먹기 싫고, 엄마는 애가 타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여보려고 밥그릇 들고 따라다니고, 성질 급한 아빠는 기아상태의 난민 아이 같은 빼빼 마른 내 팔다리를 보는 게 너무 언짢아서 버럭 성질을 내곤 하셨죠.
게다가 두 분 다, 1950년 한국 전쟁 전후에 태어나신 세대라, 어릴 때 실컷 먹을 수 없어 배고팠던 기억이 많으셨대요. 세상에 쌀밥에 고기 먹을 수 있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고, 자식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세상 귀한 일인 분들이라, 쌀 한 톨도 귀하게 여기고, 제 몫의 밥 한 그릇 비워내는 일을 너무나 중요한 일로 늘 강조하셨어요.
다행히 사춘기가 지나면서 마법이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음식 냄새가 좋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저는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제 몸도 밥과 간식을 잘 챙겨 먹는 보통의 소녀들처럼 통통하게 살이 올랐어요.
모든 것이 괜찮아진 듯했지만, 어린 시절 그런 과정을 겪으며 음식에 관한 잘못된 관념들이 제 속에 많이 자리 잡아 버렸던 것 같아요.
먹고 싶지 않은데도,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식사 시간이 되면, 식사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
배가 부른데도 누가 음식을 주면 거절하지 못하고 내 앞에 놓인 음식을 다 깨끗이 먹어치워야 한다는 강박.
친구들과 모여 밥을 먹게 되면, 내 뱃속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남을 따라 이것저것 계속 먹어야 할 것 같은 강박.
생일이나 잔치, 명절날엔 곁에서 권하는 대로 계속 먹다가, 심한 배탈이 나기 일쑤였어요.
잘못된 생각들은 잘못된 식습관을 만들고, 잘못된 식습관의 반복은 결국 제 몸에 이상으로 나타났어요.
어릴 땐, 자주 체하거나, 복통을 앓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수험생 스트레스와 결합되면서, 변비와 위장병이라는 걸 만들어 내더군요. 한 번 시작된 위장병은 성인이 된 후에도 만성으로 남아 저에게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앗아가기 시작했어요. 늘 골골한 사람으로 주변 사람에게 비쳤던 시간들……
문득, 식습관에도 미니멀리즘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멀리즘이 소비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필요치 않은 소비,
세상에 넘쳐나는 거짓말에 이끌려 물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인 것처럼,
음식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해 보았어요. 음식에 부여했던 의미들, 3시 세끼, 힐링푸드, 밥 남기면 죄받는다, 쌀 한 톨도 버리지 마라, 가족이면 얼굴 보고 함께 식사해야, 제때제때 식사, 손님에게 밥 대접, 잔치음식, 생일 음식, 명절 음식, 제사 음식, 금강산도 식후경, 밥 한 번 먹어요, 밥 한 번 살게요, 많이 먹어요, 밥을 푹푹 먹어야지 깨작거리면 못 써... 여러 가지 음식과 관련된 제 머릿속에 맴도는 관념들을 다 꺼내 내려놓아 보았어요.
문화적으로 경험적으로 습득한 모든 관념들을 내려놓고, 오로지 내 몸, 내 위장 상태에만 집중하는 식생활을 시도해 보았어요.
내가 먹고 싶지 않은데 시간이 되었다고 먹는 것을 그만해 보았어요.
내가 배가 부른데 더 먹는 것도 그만하고...
친구들과 모여 밥 먹는 것도 잠시 쉬고…
우울할 때 폭식으로 위로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접고…
생일이나 잔치 명절이라고 반드시 절기에 맞는 모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고,…
곁에서 권해도, 배가 부르면 그만 먹으려고 하고…
이렇게 지낸 지 1년쯤 되었는데, 그동안 정말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어요.
물건뿐 아니라, 인생의 여러 다른 면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도 찐하게 얻었지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모두, 이전의 저의 식습관처럼 어떤 관념들에 눌려 자유롭지 못한 영역이 있다면, 한 번 그 영역에 대해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미니멀리즘을 한 번 적용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미니멀리즘이 당신에게 ‘자유’와 '건강'을 선물해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