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정글에서 살 길을 찾는 늑대

어른들을 위한 감정코칭 1

by 하트온

감정을 연구하는 늑대


이런 주제의 글은 대부분 심리학자들이 쓴다. 심리학 분야에서 깊은 학문 체계를 정립하고, 임상 경험까지 다양하게 체험한 전문가가 감정과 심리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은, 의사가 쓰는 건강책만큼이나 당연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심리학자가 아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선 심리학과 전혀 거리가 먼 공부를 했고, 심리학에 대한 경험이라곤, 대학 1학년 한 학기 동안 들었던 심리학 수업이 전부다. 그럼에도 나는 감정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고 이미 쓰기 시작했다. 감정이라는 정글을 헤매고 다니며 내가 발견하고 찾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고, 그것은 누군가에겐 의미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심리학자가 아닌 사람이 쓰는 글은 학문적 깊이와 전문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그것이 없다는 것이 가져오는 장점도 있다. 그중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심리학 용어로 혼돈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유행처럼 번지는 최신 심리학적 연구 결과의 잣대를 상대에게 함부로 들이대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절대 진리라고 믿지 않는다.


내게 심리학은 안전하게 잘 만들어진 사파리 자동차 같다. 심리학 공부 과정은 위험한 정글을 안전하게 통과해 다닐 사파리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것부터 감정 정글 안에 자동차가 다닐 안전하고 깨끗한 길을 닦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 같다.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에게 내 마음을 맡기고 도움을 청하는 것은 사파리 자동차를 타고 곁에 가이드가 함께 착석하여, 안전한 길로 다니는 법을 배우는 서비스를 받는 것과 같아 보인다. 오랜 세월에 걸친 수많은 연구결과가 검증하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니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분명 안전한 길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는 자동차와 깨끗한 도로를 선택하는 대신, 정글을 이겨내고 다루기로 결심하고 스스로를 한 마리의 늑대로 훈련시켜왔다. 항상 이빨을 날카롭게 갈고, 눈을 형형하게 유지해야 하는,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금수. 정교하게 디자인된 자동차 엔진과 지피에스 기술이 아닌, 세차게 펄떡이는 뜨거운 심장과 본능적 감각에 의지해 살아가는 생명! 때론 달이 떠오르는 밤에 목놓아 울기도 하는 약점을 그대로 감수하고 살아가야 하는 한계를 가진 미물!


대신, 늑대는 자동차가 갈 수 없는 길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 어떤 감정에도 가까이 다가가 스스로 관찰하고 연구한다. 정글 속에서 점점 강해지고 지혜로워진다. 늑대는 결국 정해진 길로만 다니는 사파리 자동차 보다, 더 많은 지름길과 은신처를 파악하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나는 내가 평생 나름의 방식으로 감정을 관찰 연구하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의 가치를 믿기로 선택했다.



삶의 원동력


내가 늑대로 살아가기로 결심을 했다고 해서 현대 심리학의 영향을 아주 받지 않거나 거부해온 것은 아니다. 나는 많은 것으로부터 배웠고,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심리학자들도 많다.


특히, 대학 1학년 때 들었던 그 심리학 수업을 나는 가끔 떠올리곤 한다. 그 심리학 수업을 강의했던 교수의 얼굴이나 이름, 심리학 수업 교재 같은 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참 희한하게도, 그 교수님의 독특한 수업 방식만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우리는 한 학기 내내 '삶의 원동력'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글을 쓰고 발표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심지어 친구와 내기 끝에, 몇 백 명 사람들 앞에 나가 내가 쓴 글을 발표하는 거사까지 치렀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기억이 남아 있다.


내 글은 내가 자살을 결심했다가 마음을 바꾸었던 이유들을 전혀 내 삶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게 교묘한 겉핥기 식으로 열거하고 있었다. 내 발표를 듣고 사람들이 손들어 질문하기 시작했다. 신의 존재를 믿는지, 삶의 목적이 있는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모든 질문들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으면서 무모하게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때쯤, 누군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자살을 하려고 했냐고. 나는 그런 걸 물어볼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런 개인적인 것을 물어본다면 모두가 기함하며 말릴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조용히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교수님조차도 나서 막아주지 않았다. 모두 한마음으로 삶을 끝내려고 결심했던 나의 이유가 듣고 싶은 것 같았다. 내 안의 수치심이 일제히 들고일어나 터져 나오는 불같이 뜨겁고 따가운 내면 경험을 했다.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져 쩔쩔매자 마침내 교수님이 상황을 수습해 주시며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이후로도 오래 나는 그 강렬했던 감정의 기억을 내내 곱씹곤 했었다.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그 심리학 교수님의 수업 의도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배운 심리학 수업 같은 건 살면서 깡그리 잊히리라는 것을. 그는 평생 기억할 수 있는 큰 그림 하나를 학생들에게 쥐어주는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 수업을 디자인하지 않았을까. 심리학이란 오늘도 일어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키우고 관리하는 것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학문임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려 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것이 심리학이라면, 주류 학계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아 삶을 일으킬 길을 생각하고 연구해온 나도 나름의 방식으로 심리학을 공부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찾아낸 삶의 동력들을 기록하고 나누는 것도 심리학적인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는 심리학을 공부해보지 그러냐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종 들었다. 나와 이야기하고 나면, 상담을 받는 기분이 들고, 좋은 상담사가 될 것 같아서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사실 내가 좋은 상담사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상담사를 만나,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판단하거나 지적 비난하지 않고 대화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박사 학위까지 이루어낸 심리학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내담자의 말을 편견 없이 잘 듣고, 내담자로 하여금 비난당하는 느낌 없이 나를 도와줄 내 편을 얻고, 훌륭한 삶의 요령을 얻어간다고 느끼게 만드는 잘 훈련된 경험 많은 유능한 상담사였다. 나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배웠고 훈련받았다. 감정의 정글에 혼자 들어가 늑대로 살아갈 자신감은 그가 심어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감정코칭 및 건강한 양육을 위해 존 고트만 박사의 책들을 쭉 읽어 왔던 영향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건강하게 잘 다룰 수 있게 되기까지 양육자가 도와야 할 부분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이들의 감정 표현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만들어 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릴 때 제대로 그러한 양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른들이라도 스스로 감정 코칭과 양육을 해 낼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찾는 계기를 만들어 준 바탕이었다고 생각한다.



삶의 길을 찾는 강한 늑대가 되기로 했다


내가 공학 실험실을 박차고 나와 제2의 커리어를 계획했을 때 심리학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기 보단,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일 뿐이다. 나의 재능은 상담보다는 어린 존재의 마음을 세워주는 교육에 있다고 생각되었고, 나는 교육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제2의 커리어를 위해 어떤 일을 선택하였건, 감정에 대한 내 열정은 변하지 않는 무엇이다. 내 마음이 평생 끊임없이 감정의 정글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내 내면 자체가 정글과 늑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파리 자동차를 타고 가는 여행에만 만족할 수 없다. 자동차에만 의존할 수 없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놓치게 되는 것이 너무 많을 것 같다는, 학문적 사고에 매몰되면 내가 진짜 알고 싶은 것을 정확히 보기 힘들 수 있다는 의구심을 막을 수 없다.


그보다는 내 본능과 열정이 가 닿는 길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 그럴 수 있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을 정글을 탐험할 수 있는 한 마리 강한 늑대로 훈련시켜가야만 했다. 그 늑대가 감정의 정글에서 삶의 도전들을 마주하며 때론 걸려 넘어지고 찢기고 물어 뜯기며 마침내 찾아낸, 죽지 않고 살아내는 길, 삶의 원동력을 지키고 강화시키는 길을 기록해 나갈 참이다. 어두운 숲을 뒤져가며 길을 찾는 외로운 늑대를 응원해 주기 바란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bere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