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가난과 뭐가 달라?

미니멀 라이프, 그다음엔?

by 하트온

가난 vs. 미니멀 라이프


'구실이 좋아 미니멀 라이프이지, 그렇게 없이 살면 가난한 거 하고 똑같은 거 아닌가? 없어 보이고 빈티 나긴 마찬가진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연 그럴까? 가난과 미니멀 라이프가 결국 같은 결론일까?


가난은 필요한 것이 없는 상태다. 미니멀 라이프는 필요한 것만 있는 상태다. 보기엔 똑같아 보일 수 있다. 책상 위에 책 한 권이 놓여있다 치자. 이 책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게 필요한 것이 없는 가난한 상태고, 이 책이 내가 꼭 읽고 싶은 중요한 책이라면, 필요한 것만 있는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책상 위엔, 내가 꼭 읽고 싶은 중요한 책 위에 이것저것 더 많이 쌓여있어, 내가 뭘 하고 싶었던 것인지 길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지기 쉽다. 미니멀리즘은, 쓸모없는 것을 책상 위에서 치워내고, 내가 정말 읽고 싶었던 그 책 한 권을 찾아내고 혼란에서 빠져나와 행복해지자는 권유다.


감정의 차이를 따져 보면, 각각의 차이를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가난은 결핍감과 불만족을 불러오고, 쓸데없는 풍족함은 혼란과 강박-물건은 쌓여가는데 만족할 수 없어 또 쌓기를 반복하게 되는 -을 불러온다. 미니멀리즘은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누리는 깔끔하고 흡족한 쾌감을 불러온다.


어떻게 보면, 보이는 대로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틀린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마음에 느끼는 감정은 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 결코 꿰뚫어 볼 수 없는 것일 테니 말이다. 보이기 위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미니멀리즘의 행복감은 결코 상상조차 안 되는 감정일 수도 있다.



나에게 집중하는 삶


미니멀리즘, 미니멀 라이프는 결국 남의 시선에 맞추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조차도 떨궈낸 상태인 것이다. 티브이/잡지에 등장하는 보여주기 식의 너무 깔끔한 미니멀 라이프도 결국은 본질을 잃어버린 것일지 모른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그 상태가 바로 미니멀리즘과는 아무 상관없는 혼란을 부르는 쓸데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 안에 남의 시선을 차단하는 순간, 나의 시선만이 존재하는 신세계가 열린다. 나의 시선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나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남의 시선에 의존해왔던 만큼 나의 시선은 약해진 상태이지만, 남의 시선에 대한 의존을 거두고 나의 내면에 집중할수록 나의 시선은 점점 힘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우뚝 일어나 내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가난하니, 부유하니, 있는 집이니, 없는 집이니, 이런 말도 결국은 남의 시선으로 겉만 보고 평가하는 말들이다. 나의 시선은 나 자신을, 내 삶을 함부로 흑백논리를 세워 그렇게 분류하지 않는다. 그런 말조차도 의미 없고 쓸데없는 혼란일 뿐이다.


나는 나고, 나에게 주어진 것은 나에게 주어진 것일 뿐, 어느 누가 값을 매기고 재단하고 평가할 대상이 아니다. 기적처럼 세상에 나와 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발자국을 찍고 다니는 독보적인 나일뿐이다. 밤하늘의 별 하나를 사람이 제대로 파악할 수 없듯이, 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를 낳고 기른 부모도 나를 백 프로 파악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어디 감히 나를 함부로 재단하고 등수 매기고 분류하려 드는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통계 자료, 분류 범주 안에 갇히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나의 아름다운 내면, 나만의 시선, 나의 감정은 아무도 볼 수 없다. 그리고 볼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지 못하면서 겉모습만 보고 재단하고 분류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가. 그런 행위는, '어린 왕자'가 사랑했던 장미에게 '장미 1'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언제나 쉽게 '장미 2'로 대체할 수 있는 존재라고 분류해 버리는 것과 같다. 세상을 그런 눈으로 본다면, 어린 왕자가 느낀 그 모든 감정과, 그가 결정한 그 모든 삶의 선택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진짜 가치를 보지 못하도록 눈이 가려진 꼴이 된다. 직접 가보지 않은 산과 강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기록하는 자신의 기준이 옳다고 믿으며 책상 앞에서 꼼짝하지 않는 지리학자와, 하늘의 별을 소유물로 계산하느라 바쁜 비즈니스맨처럼 진짜 중요한 걸 모르면서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진짜 중요한 것을 아는 삶


겉만 보는, 잘 모르는 사람의 시선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 속을 잘 아는 나의 시선이 정말 귀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내게 정말 중요한 것들을 잘 알고 지키고 누리는 삶이다. 남이 가난하다고 평가해도 가볍게 그 무지함을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충만한 삶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 부족하고 가난해져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것을 자꾸 가리는 게 생겨나 혼란스러운 게 문제다. 마음에는 남의 시선이 불러오는 쓸데없는 외부 기준이 자꾸 쌓이고, 집엔 그 외부 기준이 재촉하는 대로 쓸데없는 물건이 자꾸 쌓인다. 그걸 멈추고 행복해지자고 손 내밀어 주는 것이 미니멀리즘이다. 풍요라는 허울의 강박을 멈춘 삶이 미니멀 라이프다.


남의 시선 남의 기준을 비워낸 그 자리를 내 시선대로 내게 진짜 중요한 것으로 채워가는 삶이 미니멀 라이프 그다음에 오는 삶이다. 그 변화된 삶에 대해 글을 더 이어가 보려 한다. <미니멀리스트의 유용한 도구들> 브런치북을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영감이 더 많이 떠올랐고, 이 주제에 대해 글을 더 써 나가고 싶어졌다. 달라이 라마 같은 깊이 있는 철학자의 글은 될 수 없지만, 미니멀리즘을 10년 가까이 추구한 한 사람의 생생한 체험이, 나다운 미니멀 라이프로 이끄는 반짝이는 영감으로, 신선한 활력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inimalistsneed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Papaf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