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그다음엔?
남 따라 사는 삶
불안하다. 무언가가 자꾸만 불안하게 만든다. 그 불안은 진짜 불안이 아니다. 조장된 불안이다. 누군가 내가 불안하기를 원한다. 특히 나의 결핍감을 자극하기 원한다. 승냥이 떼처럼 불안한 마음 주변에 숨어 기다리며 때를 노린다. 적당한 때가 오면, 내가 흠뻑 반할 만한 매력적인 우상을 들이밀며 속삭인다.
이 힙한 인기인을 따라 해 봐. 남들이 너를 우러러보게 될 거야. 남들이 널 부러워하기 시작하면 너의 기분이 훨씬 편해질 거야!
현대 사회 문화는 남 따라 살기를 권한다. 너무나 따라 살고 싶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인기인, 인플루언서를 자꾸 만들어 낸다. 사람들이 그들 주변에 몰린다. 몰려든 사람들의 목적은 그들을 따라 하며 느끼는 우쭐함이다. 최고급, 최신 유행, 최고 힙한,... 이런 것들을 손에 쥘 때 따라오는 우위에 선 듯한 자신감이 내면의 결핍감과 불안감을 모두 덮어줄 것만 같다.
사람들이 많이 따라 하고 싶은 인기인일수록, 판돈이 큰 광고판이 된다. 물건을 팔고 싶은 기업과 사람들이 몰리는 광고판은 손을 잡는다. 두 집단의 연합 작전은 매출 급상, 완판의 기적을 만들어 낸다.
나도 득템. 드디어 내가 원하는 물건을 얻는다. 하지만, 결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기업과 광고판의 판매 작전은 거기에서 멈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쭐함은 오래가는 약이 아니다. 내일도 모래도 그다음 날도, 결코 소비를 멈추지 말고 새로운 유행템을 계속해서 따라 사야만 재충전되는 것이다. 약발이 떨어지면 더 큰 불안감이 온다. 옷장을 열어 보면, 옷은 산더미처럼 가득한데, 그 어느 것도 내가 필요한 약이 되지 못한다. 뒤떨어진 느낌, 낙오자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요즘 잘 나가는 사람들은 다 최신 유행에 앞장서는데, 너만 자꾸 뒤처질래!
그들은 나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오늘 내가 산 물건이 내일 가치가 없어지는 삶. 잠시 잠깐의 우쭐함을 구매하자고 애를 쓰고 시간 쓰는 삶. 그런 삶에 행복은 없다. 물건을 파는 기업도, 기업의 물건을 홍보해 주는 인간 광고판들도 나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의 전략은 나의 불행을, 불안감을, 부족하다 느끼는 강박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것이 내 지갑을 여는 열쇠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내가 심리적 필요를 느껴야, 약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많이 아플수록 약값을 아까워하지 않을 거란 걸 그들은 속속들이 간파하고 있다.
옷장 한 가득 옷을 소유하고도 옷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집안 한 가득 물건을 쌓아놓고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세상에 넘쳐난다. 무언가 빛나 보이고 탐스러운 것들을 따라갔는데, 결국 내 손엔 아무것도 없다. 내 옷장에 내 집에 쌓여있는 물건들은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12시가 지나 모든 것이 원래의 누더기로 변한 것 같은 참담한 심정. 저렇게 보기 싫은 물건을 내가 왜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것일까. 아까워서 버릴 수 없어 끼고 있는 물건들이 내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 욕망의 잔재들이 내 삶을 숨 쉴 틈조차 없이 밀고 들어와 뭉개고 압박할 뿐이다. 아무리 가지고 또 가져도, 나보다 더 좋고 더 많은 것을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승자들' 앞에서, 나는 자꾸 가난하고 부족하고 뒤처지는 '루저' 같기만 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아는 사람은 나뿐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내 마음에 관한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마음의 길이다. 내 마음이 분명히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길이다.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을 비워내고, 내 삶의 숨통을 여는 길이다.
내가 필요한 것은 타인이 필요한 것과 다르다. 그러니, 나의 길은 타인의 것과 같을 수 없다. 내 삶의 모습은 결코 타인의 삶의 모습과 닮을 수 없다. 타인의 삶을 따라 가선 안된다. 그것만큼 위험한 길이 없다. 내 삶을 숨 쉴 틈 없이 남에게나 필요한 물건으로 채우게 만드는 근본 원흉이다. 이것은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넋 나간 사람들의 행렬과 같다. 그 길은 혼란이며 함정이다. 모두가 끝엔 강물로 뛰어들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행렬이다.
위험한 길로 향하지 않을 도리는 딱 하나다. 남을 내 앞에 세우지 않는 것이다. 내가 내 길의 선봉에 굳건히 서는 것이다. 결국 내가 가장 잘 안다.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지, 무엇이 나에게 옳은지 내가 분명히 잘 알고 있다. 용기를 내고 나 자신을 믿어주어야 한다. 내가 책임지고 길이 아닌 길을 가지 않도록 스스로가 거르고 결정해야 한다. 남을 따라가고 싶은 욕망을 끊어내고, 나만의 길을 만드는 수고를 끈기와 정성으로 해 나가야 한다.
내가 필요한 요소들을 고려하며 나만의 소신을 가지고 고른 옷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 낡아 못쓰게 되지 않는 이상, 끝까지 반짝반짝 나만의 매력을 발산해 준다. 언제 봐도 설레는 기쁨이 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독보적인 감각이 언제나 살아 숨 쉰다. 언제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내가 꼭 필요해서 고른 물건들은, 쓰지 않고 방치되는 일이 없다. 내 곁에서 항상 나를 돕는 도구, 자주 함께 하는 소중한 동반자가 된다.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인 만큼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 늘 도움을 받는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감을 가득 불러온다.
내가 주도하는 삶의 선순환
내가 필요한 것을 내가 잘 선택하면, 만족과 감사가 넘친다. 그 충만한 감정들은 조장된 불안감과 결핍감을 씻어 치유해 준다. 전엔 저 사람 가진 걸 나도 못 가지면 뒤처지는 것 같아 조바심 내던 마음이, 저 사람에겐 필요할지 몰라도 나에겐 필요치 않아 라고 분명하고 당당하고 지혜로운 결론을 낸다. 지금은 내게 필요한 게 다 있으니까, 나중에 내가 정말 필요한 좋은 물건을 장만할 수 있도록 돈을 모아 놓을 거야 하고 더 합리적인 계획을 낸다.
나는 더 이상 감정적으로 휩쓸려 남 따라 선택하지 않는다. 휩쓸리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것이 더욱 선명히 보인다. 그러면 내가 필요한 것을 더 잘 선택할 수 있다. 현명한 소비는 삶을 더욱 여유 있게 만들고, 그것은 더 큰 자유와 행복감을 불러온다. 여유가 생길수록, 내가 충분히 가진 부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더 이상 아쉬운 게 없고 나의 소유가 충분하다고 생각되면, 많이 가진 다른 사람을 봐도 나와 비교할 일이 없다. 남이 필요한 게 내가 필요한 것과 다른데, 물건 소유만으로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젠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충분히 만족하는가 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 흡족히 만족하고 있다면, 나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부자다.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을 비워내고 깨끗한 '청소 상태'같은 멈춰있는 관념이 아니다. 내가 주도하는 삶을 이끌어 가는 동력, 즉 움직이는 '힘'이다. 세상이 내세우는 기준, 세상이 조장하는 감정의 눈가리개를 치워내고, 내가 맑은 눈으로 주도하는 선순환의 삶으로 나를 이끌어 간다. 만족스러운 삶, 진정으로 성공한 부자의 삶이 무엇인지 경험시켜 준다. 잠시 남의 이미지를 입고 우쭐한 삶이 아닌, 평생 독보적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삶으로 만들어 간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CDD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