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다 함께 미니멀 라이프
마침내 저희 집은 가족이 다 함께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저희 식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사재기를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목욕용품과 화장품을 많이 사들이는 편이었어요. 떨어지는 게 싫어서 항상 넉넉히 사둔다는 것이, 가끔은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못써서 통째로 버리기도 몇 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남편은 나가기만 하면, 아이들 장난감과 책을 바리바리 사주는 경향이 있었어요. 일종의 좋은 아빠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소비였던 것 같아요.
첫째는, 추억이 조금이라도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해 방에 물건을 계속 쌓아가는 중이었고,
둘째는, 아빠하고 나갈 때마다 뭔가를 사는 것에 재미가 들려도 심하게 들린, 쇼핑왕이었어요.
처음엔 저 혼자 미니멀리즘을 시작했어요.
일단 뭐든 떨어질 때까지 사지 말아 보자 생각하고 집에 있는 샴푸, 비누, 화장품을 열심히 쓰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한 병까지 다 쓰는데 2년이 넘게 걸리더군요. 이후로, 화장품도 종류별로 놓고 쓰던 것을 로즈 워터와 호호바 오일 하나로 줄이고, 목욕 용품도 비누 하나로 줄이고 화장실 공간에 물건이 너무 많이 쌓이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화장실에서 시작된 미니멀리즘은 제 옷장, 제 책장까지 번져갔고, 드디어 부엌살림이 정리 간소화되기 시작할 즈음부터 남편이 눈치채기 시작했어요. 쓰지 않는 가전제품들과 그릇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나자, 물건이 꽉꽉 들어차서, 열어보기도 싫던 캐비닛 공간이 널찍널찍 해지고, 부엌 창고(팬트리)가 텅텅 비어, 나무로 작업을 많이 하는 남편이 공구 창고로 쓸 수 있게 되면서부터,
남편이 쓸데없는 것을 비워내고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효율적인 공간 변화의 맛을 본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미니멀리즘에 동참하니,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미니멀리즘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일단 남편이 아이들 장난감과 책 사들이는 걸 멈추니, 그것만으로도 일단 급한 불은 끈 느낌. 남편도 자신의 옷장, 책장, 전자기기들을 다 털어 쓰지 않는 것들을 덜어 냈어요. 남편은 아이들까지 동참시키는 능력이 있더군요. 그렇게 자기 물건에 손도 못 대게 하던 아들 녀석들이 아빠의 명령에는 금방 설득 당해 주더라고요. 아이들이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 추억의 장난감과 책들을 다 내놓았고, 결국 트럭 한 대 분량의 장난감과 책, 옷가지들을 불우이웃을 돕는 도네이션 센터에 가져다주고 왔어요.
비워낸 거실과 지하실 공간을, 가족들이 공부하고 그림 그리고, 만드는 '크리에이터 작업실'로 꾸몄어요. 저희 집엔 4명의 유튜버들이 함께 살고 있거든요. 손님 초대할 일없는 팬데믹 상황이라 맘 놓고 가족들 중심으로 필요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비워낸 부엌 공간 한 구석엔 긴 식탁을 놓고 '식사 공간'을 만들었는데, 나름 스타벅스 카페 같은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하는 카페 사랑 가족들이라, 코로나 상황에 카페 나들이를 갈 수 없는 것이 무척 아쉬워서, 집을 카페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비워낸 패밀리룸 (부엌 옆에 있는 가족 공간, 천장에 창문이 있어 해가 많이 들어오는 방)은 '엔터테인먼트 방'이라 이름 붙이고, 스마트 티브이와 소파만 놓고, 넓은 방을 비워놓았어요. 오전에는 요가 매트를 깔아 놓고 홈트 공간으로 활용하고, 낮에는 아이들이 윷놀이나 보드게임을 하고, 저녁에는 가족들이 함께 영화를 보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방이 되었습니다.
이제 물건을 비우고 쾌적해진 공간을 내 필요대로 활용하는 맛을 우리 식구 모두가 알게 되었어요.
이젠 아이들이 나서서 더 이상 맞지 않는 옷, 필요가 없어진 물건은 바로 도네이션 박스에 넣어 놓습니다 (집 한 구석에 도네이션 할 물건 놓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있는 걸 열심히 쓰고, 그걸 다 쓰기 전까지는 사지 않고, 꼭 갖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이 있으면 새로운 물건을 살 수 있되, 그것이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필요한 곳에 도네이션 합니다. 저절로 도네이션과 미니멀리즘이 함께 가는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았어요. 주변 친환경주의자/미니멀리스트들과 함께 아나바다 시스템을 형성하여 나눠 쓸 수 있는 건, 나눠 쓰기도 합니다.
내 물건 내려놓는 그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열심히 쓰지도 않을 거면서 샀던 것들 깊이 반성하였고, 소비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 물건을 살 때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나서 한 달 생활비에 여유가 많이 생기는 것을 체감합니다. 숨 막히게 빠듯한 살림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음식도 좋은 식재료 안 아끼고 사 먹을 수 있고, 전보다 훨씬 숨이 편하게 쉬어집니다. 인생을 여유롭고 효율적이고 심플하게 만들어 주는 미니멀 라이프 안 할 이유가 없어서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당신도 함께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