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양육서] 전문가 도움 없이 하는 자기 마음 치유법
감정코칭 잘하는 부모들의 열매
그들은 자녀의 분노, 슬픔 또는 두려움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감정이 격한 순간을 자녀에게 중요한 인생 교훈을 가르치고 더 가까운 관계를 맺을 기회로 활용한다.(They don’t object to their children’s displays of anger, sadness, or fear. Nor do they ignore them. Instead, they accept negative emotions as a fact of life and they use emotional moments as opportunities for teaching their kids important life lessons and building closer relationships with them.)
이는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으로 유명한, 부부 및 가족 관계 연구 분야 권위자 존 고트만 박사(John Gottman)가 그의 저서 <감정 지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기 (Raising an Emotionally Intelligent Child)>에 기록한 문장이다. 여기서 '그들'은 '감정 지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는 부모들'을 의미하며, 그런 부모들이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고 돈독한 관계를 맺을 기회로 삼는지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 감정이 격해질 때, 그 감정들을 불편해하기보다, 더 가까워질 기회, 절호의 교육기회로 여기고 오히려 반가워하는 여유로운 부모의 마음자세가 자녀로 하여금 스스로의 감정을 잘 다루는 감정 지능이 뛰어난 사람으로 성장할 기회와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감정 인식과 관계 상호작용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온 존 고트만 박사는 이러한 부모의 자녀감정 수용이 부모 자녀 간 감정적 연결을 강화시키고 자녀가 부모를 신뢰하는 애착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을 이어간다.
부모가 자녀를 공감하고 분노, 슬픔,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견디고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줄 때,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 끈끈한 신뢰와 애정의 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When parents offer their children empathy and help them to cope with negative feelings like anger, sadness, and fear, parents build bridges of loyalty and affection.)
'엄마 자아'의 감정코칭, '자아 양육 일기'
내면 아기는 이제 조금 더 자라,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시기에 돌입하였다. 조금씩 말문이 트이면서, 자신을 감정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한다. 누구나 붙잡고 자신의 마음을 쏟아놓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돌아보며, 타인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성향을 보인다. 조금 친해졌다 싶은 직장 사람에게, 친한 지인에게 전화해서 힘든 마음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서로의 마음을 들어주고 소중히 여기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고, 자기를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강한 욕구가 각종 모임과 술자리로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일이 서툴고, 자기 고집과 감정을 타인의 입장 의견과 조율하는 일이 벅차다 보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실망할 일, 갈등으로 번지는 일들이 쉽게 일어난다. 내 말을 들어준 타인이 미성숙한 어린아이 상태일 경우, 내가 털어놓은 마음은 부풀려진 루머가 되어 내 등 뒤에서 위태롭게 돌아다니며 불시에 내면 아이를 당황시키고 좌절하게 한다. 사람들 앞에서 다시 아기 수준으로 되돌아가 엉엉 울거나, 투정과 생떼를 부리는 식으로 감정을 보여버리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 상대하기 힘든 피해야 할 사람으로 낙인찍힐 위험마저 있다.
사실 이 모든 타인을 대상으로 한 감정 표현 시도가 2살 아이가 물가에서 혼자 노는 일만큼이나 위험천만한 일이다. 아이는 갈수록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혐오감을 품게 되고, 이는 대인기피증이나 지독한 고립감이 부르는 우울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시기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표현하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받을 때에야, 아이는 깊이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성숙한 태도로 공감하고 수용해 주는 사람에게만 아이는 신뢰하며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자유와 사랑과 신뢰로 가득 찬 안전한 환경 속에서만 아이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가진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라 갈 수 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토대, 자유와 사랑과 신뢰 가득한 공간이 바로 '자아 양육 일기'다.
아무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험담이나 뒷말이 날 염려가 없는 곳, 이곳 '자아 양육 일기'로 와야 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쏟아놓고 싶은 날, 왠지 기분이 꿀꿀해서 술 한 잔 하고 싶은 날,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 소속감 연결감이 사무치게 필요한 날, 편한 사람에게 전화 걸어 수다 떨고 싶은 날,... 그런 날 찾아갈 안전한 곳은 '자아 양육 일기' 뿐이다. 조용하게 내 안의 엄마 자아와 내면 아이가, 신뢰를 바탕으로 진실된 마음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곳, '자아 양육 일기'를 펼쳐야 한다. 꾸준한 '자아 양육 일기' 쓰기로, 내 안의 엄마 자아와 내면 아이가 강하게 결속된 '애착 관계'를 맺어내면, 위에 열거한 모든 욕구와 필요가 시원하게 해결되는 걸 분명히 경험할 수 있다.
내 안의 엄마 자아와 내면 아이 사이에 결코 무너지지 않을 영원한 '신뢰와 애정의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마 자아가 내면 아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하나하나 들어주고, 그 감정들을 긍정적 해석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아이가 보이는 어떤 감정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며, 그 감정이 결국 발전적 의미를 가진다고 아이를 설득하고 자신의 감정을 믿고 스스로 다루어 가는 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랑과 진심이 가득한 응원과 격려를 쏟아부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감정을 의심하고 혐오하는 상태에서 내면 아이를 구해내야만 한다.
엄마 자아가 내면 아이와 감정 이야기를 하며, 감정 코칭이 일어나는 현장이 바로 '자아 양육 일기'다.
자아 양육 일기는 '감정 관찰 일기' 이면서 동시에 엄마가 아이에게 쓰는 '사랑의 편지'다. 감정을 솔직히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는 '진실'과, 끝없이 믿어주고 격려하고 돌보는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자아 양육 일기 안에서 엄마와 아이의 '신뢰와 애정의 다리', 끈끈하고 돈독한 '애착관계'가 형성된다. 자아 양육 일기 안에서 내면 아이와 엄마 자아의 감정 이야기는 다음 예처럼 진행될 수 있다.
내면 아이: 죽고 싶어. 괴로워.
엄마 자아: 많이 힘들지. 얼마나 힘들면 그렇게 말을 할까. 그동안 그토록 힘들었구나 생각하면 널 아끼는 내 마음이 몹시 아프고 슬프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거 뭐든 최선을 다해 도울게. 너를 힘들게 하는 것들 모두 나에게 다 쏟아 놓으렴.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다 이해하고 어떤 경우에도 변함없이 널 사랑한단다.
내면 아이의 말은 처음엔 짧고 몹시 서툴 수밖에 없다. 갓 말문이 터진 아이에게 유창한 언변을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이제 막 자기 마음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하는 내면 아이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선 안된다. 아직도 내면 자아는 많이 어리고 자신의 감정을 다 표현할 언어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자신의 감정을 어디까지 드러내도 괜찮은지 아직은 자신감도 자신에 대한 이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은 아이가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 설명의 빈 공간들을 엄마가 눈치 빠르게 알아차리고 엄마의 언어로 메워주어야 한다. 이성이 주관하는 좌뇌가 아닌, 마음으로 공감하는 우뇌로 아이의 감정에 연결해야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듯, 정서적으로 죽어가는 아이가 살아날 수 있도록, 아이가 꼭 필요한 공감, 감정을 인정하는 말들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잔소리나 교훈이 아닌, 바로 곁에서 눈과 눈을 마주치는 이해와 수용으로 다가가야 한다.
자아 양육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 현주의 변화
현주는 제 안에 '내면 아이'와 '엄마 자아'가 함께 대화하는 '자아 양육 일기'를 시작하고 나서, 뭔가 마음이 든든해지는 걸 느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감정표현해도,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따뜻하게 보호받는 듯 포근하고 좋았다. 정말 '개떡' 같이 유치한 수준으로 마음을 말하는데도, 엄마는 모두 '찰떡' 같이 잘 알아듣고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설명해 주니, 그동안 있었던 부당한 일들 다 일러바치고 내 마음을 엉엉 울고 불며 쏟아놓을 데가 있으니,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았다.
엄마가 온 이후부터 자신에게 욕하고 비난하던 아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집은 더 밝고 쾌적해져 가는 걸 느끼면서, 더 이상 혼자인 게 두렵거나,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항상 잠들기 전에 혼자라는 불안한 마음과 함께 이 생각 저 생각이 밀려와서 잠드는 게 힘들었고, 깊이 잠이 드는 가 싶어도 악몽에 곧잘 시달리곤 했었는데, 어젠 처음으로 편한 마음으로 까무룩 잠들고, 심지어 꿈속에서 깔깔 웃는 경험까지 했다. 야식을 더 이상 먹지 않는데도 뱃속이 든든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충만했다.
왠지 더 이상은 힘든 감정이 밀려와도 그렇게까지 어둡고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까짓 거 다 별 거 아니야, '우리 엄마가 다 지켜 줘'라는 '다소 유치하지만 꼭 필요했던' 생각이 들면서 세상 모든 일들이 조금은 더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엄마 자아가 이야기해 준 대로, 각자 자기 책임만 지고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동안 남의 인생 책임, 남의 잘못 책임을 자신이 다 지려고 너무 애썼다. 그래서 쓸데없이 지나치게 스트레스받고 괴로웠다는 생각이 들면서, 현주는 처음으로 자기 어깨를 툭툭 털어 가볍게 해 주고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주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용기가 마음에서 자라고 있는 걸 느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엄마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해 보고 싶은 게 생겨서, 더 이상 생활비를 보내 주긴 힘들 것 같다고, 집을 팔고 좀 더 싸고 작은 곳으로 옮기거나, 방 하나를 세 주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엄마는 절망적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현주는 순간 깊은 죄책감과 엄마에 대한 연민이 물귀신처럼 자신의 다리를 하나씩 잡고 세게 잡아당기는 걸 느꼈지만 꿋꿋이 버텼다. '널 낳아준 부모님 아직 건강한 50대 성인이고, 뭘 해서라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나이야. 지금은 너부터 사는 일, 네 삶부터 건강하게 바로 잡는 일이 중요하다'는 '엄마 자아'의 말을 믿는 신뢰가 현주에게 죄책감과 연민에 밀리지 않고 버틸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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