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양육서] 전문가 도움 없이 하는 자기 마음 치유법
협력해서 해결하기
자녀와 함께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냐구요? 그럼요! 이제부터 당신과 당신의 자녀는 적대 관계가 아닌 동지, 적이 아닌 파트너가 될 겁니다. (Solving problems together? Yes, indeed. You and your child are going to be allies, not adversaries. Partners, not enemies.)
이는 아동 및 가족 문제 해결에 대한 권위자 로스 그린(Ross W. Greene)의 저서 <폭발적인 감정의 아이들(The Explosive Child)>에 나오는 내용이다. 로스 그린은 '협력하여 문제 해결하기 (Collaborative Problem Solving (CPS))' 이론을 개발하여 부모와 자녀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대화를 통해 아동의 독립심과 자기 조절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로스 그린은 협력하여 문제 해결하기 (Collaborative Problem Solving (CPS)) 이론에서 부모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함께 협력하기'에서 부모의 책임은, 아이로 하여금 아이 자신의 걱정과 관점을 찾아 표현하고, 부모의 관점도 고려하면서, 현실적이고 상호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지원하는 데 있습니다. (In the CPS model, holding a kid accountable means that the kid is participating in a process in which he’s identifying and articulating his own concerns or perspectives, taking yours into account, and working toward a realistic and mutually satisfactory solution.)
로스 그린은 그의 저서에서, 사회 상황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야단을 맞는다고 고쳐지는 게 아니라, 부족한 사회성 기술을 배워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아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아이'로 낙인찍을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 처리를 아직 배우지 못한 아이'로 생각하고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의 미성숙한 사회성에 대해 무조건 엄하게 대하거나 벌을 주는데 집중하는 대신, 자녀와 문제 해결 과정을 함께 하는 팀이 되어, 자신의 바람과 타인의 의견을 조율하며 협력하는 과정을 연습하는 사회성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은, 부모가 자녀와 한 팀,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기 위해서, 야단 맞거나 비난받을 거라는 두려움 없이 서로의 염려를 솔직하게 다 꺼내 놓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귀띔한다. 이를 위해서,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판단하지 않는 대화 기술 즉, 자녀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행동하더라도 비판하거나 야단치지 않고 우선적으로 공감 기술을 발휘하며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아야 하고, 부모의 걱정도 자녀를 향한 부정적인 비난을 빼고, 걱정하는 마음만을 기술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팀워크를 통한 협력 훈련은, '내 편'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양육자와 자녀 간 협력 관계를 돈독히 할 뿐 아니라, 아이가 어떤 문제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회복탄력성과 책임감을 키우며, 삶의 방향과 목적의식을 가지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고 작가는 덧붙인다.
팀워크를 다지는 자아 양육 일기
지금까지 자아 양육 일기를 꾸준히 써 왔다면, 내면 아이는 엄마 자아와 지속적인 사랑의 대화 속에서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다 차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엄마 자아에게서 다양한 감정 언어와, 감정을 대하는 긍정적인 새로운 관점들을 배우고, 감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더 당당한 태도로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세히 조목조목 이야기 하기 시작할 것이다.
엄마 자아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다는 신뢰와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해도 엄마 자아는 아이를 비난하는 일 없이 함부로 넘겨짚거나 판단하는 일 없이, 차근차근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제 편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기 때문에, 아이는 어떤 문제든 엄마 자아에게 보이는 일에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다. 자신의 중요한 문제들, 어려운 난관들을 함께 의논하고 함께 해결해 주는 협력자가 생겼음을 확실히 깨달았으므로,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를 엄마 자아에게 꺼내 놓고 같이 의논하는 일에 주도적이 되어 간다.
다음은 조금 더 성장한 내면 아이와 엄마자아의 대화다.
내면 아이: 회사에서 그 인간들이 모여서 낄낄거리고 지들끼리만 뭘 공유하는 거 같고 그럴 때마다 내 기분이 몹시 나빠져. 무시당하는 것 같고, 왕따 당하고 있는 기분도 들고. 정말 외롭다는 기분이 들고, 화도 나. 내가 그들보다 입학 점수 서열이 낮은 대학을 나온 게 잘못인가 싶고. 내가 매달 받아야만 하는 월급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조마조마하며 억지로 붙어 있는 게 자괴감이 들어. 내 진심은 회사에 가기가 너무 싫다는 거야.
엄마 자아: 네 마음을 참 잘 표현했어. 이렇게 자세히 다 말해줘서 고마워.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지. 네가 느끼는 그 모든 감정들 너무나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가.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똑같이 느꼈을 거야. 넌 월급 받아서 도와줘야 하는 부모님도 계시니 얼마나 부담이 크겠니. 그 인간들 내가 들어보니 정말 나쁘다.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는 게 회사 분위기에 얼마나 악영향일지 가늠도 못하고, 상사까지 회사에서 그런 행동을 보인다니, 정말 프로답지 못한 유치한 사람들이구나. 그 사람들이 모자라고 나쁜 거지, 너의 잘못이 아니야. 청년들을 점수로 줄 세우는 서열로 만든 사회 제도가 잘못한 거지, 네 환경에서 부모 도움도 못 받고 그렇게 노력해서 그 대학까지 나온 거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일이야. 그리고 10대에 받은 입시 성적으로 인간 능력, 수준을 다 판단해 정해버리고, 같은 대학 나온 자기들끼리 뭉치고 서로 끌어주고 그러는 게 우스운 일인 거야. 실은 그 사람들이 그러는 건, 사는 게 불안하고 혼자서는 용기가 없으니, 뭉칠 수 있는 기회가 오니 이때다 함께 몰려다니며 뭔가 힘을 가졌다고 착각 속에 우쭐하는 거야. 일종의 편견 편향 부정부패현상이지. 그들처럼 치우치지 않고 부패하지 않고, 혼자 꿋꿋이 공정하게 바르게 살아가는 네가 더 훌륭한 거야. 난 네가 더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 가소로운 그들이 너에게 조금도 방해가 되지 않게 더 강해지고 더 크게 성장해 버리자. 그들을 생각에서 삶에서 무시하고 지워 버리자. 집에서 그들이 생각날 때마다, 네가 좋아하는 책을 꺼내 읽는다든지, 이렇게 나와 함께 자아 양육 일기를 쓰며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회사를 언젠간 더 좋은 데로 옮기거나, 네가 정말 좋아할 일, 네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자. 그 과정 모두 내가 도울게. 단 그때까지 이 회사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거 꼭꼭 챙겨 다 배우고, 너만의 강점 아이템을 찾고 너를 브랜딩 하고 실력을 키우자. 네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자체에 재미를 느끼도록 하자. 하나하나 실천해 가는 모든 과정 내가 너와 함께 할 거니까 걱정은 하나도 하지 말고. 회사 분위기를 떠나 네가 지금 이 일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지,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는지, 더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는지 천천히 생각해 봐 봐. 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난 널 성심껏 도울 거야. 도시락도 싸 주고, 뒷바라지 다 해 줄 거야.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해도, 나는 너를 지극히 사랑하고 항상 응원할 거야. 어떤 순간에도 너를 가장 사랑하고,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고, 평생 널 사랑할 나를 잊지 마. 내 눈엔 네가 가장 예쁘고 멋지고 훌륭하고 가장 특별한 사람이야!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해!
팀워크의 힘이 현주를 꿈꾸게 하다
현주는 로스 그린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은 '괴로운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우울한 노답 노잼 인간'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사람'일뿐이라고 자각했다. 부정적 감정처리를 잘 못하는 미성숙함 때문에 회사 생활, 인간관계 모두 어려웠구나 깨달음이 왔다. 하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엄마 자아와 내면 아이가 함께 대화하는 것이 부정적 감정 처리를 크게 도와준다는, 마침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었다. 현주는 자아 양육 일기 쓰기에 더욱 진심과 성의를 다해 매진했다.
현주는 자아 양육 일기를 계속 써 나가면서, 내면 아이도 성장하지만, 엄마 자아도 점점 더 지혜로워지고 강해져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면 아이가 감정적으로 솔직하게 터놓고 의논할 수 있는, 무조건 적인 사랑과 폭넓은 지혜로 무장한 엄마 자아를 점점 더 신뢰하고 점점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느낌도 들면서, 어떤 문제도 함께 의논하면 다 해결된다는 자신감이 생겨, 현주의 일기는 점점 더 길어지고, 더 많은 문제들을 엄마 자아와 의논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다른 사람'을 의지해 감정 하소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고, 현주는 그런 자신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이젠 혼자 문제를 처리하고 해결할 줄 아는, 혼자 서도 잘하고 혼자 있는 것이 두렵지 않은, 독립적이고 단단한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아 양육 일기를 통해, 엄마 자아와 앞으로 진로 방향에 대해 의논해 가면서, 현주는 집안 형편 때문에, 가장 장학금 많이 주는 저렴한 대학, 가장 취직 잘된다는 학과를 선택해 들어갔던 자신의 선택 방향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하였는지를 자각하였다. 선택한 전공에 대한 사전조사가 너무나 부족했으며, 자신의 진짜 적성과 맞는지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명제도 사회 분위기를 따라 받아들인 것이지, 현주는 자신이 진심으로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믿은 적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엄마 자아의 조언대로, 스스로에게 진짜 해보고 싶은 걸 공부할 기회,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 볼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착한 딸이 되려고 너무 스스로를 누르고 깎아 온 탓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항상 엄마 아빠가 입김을 불어넣는 대로,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려온 자신의 문제가 점점 선명하게 보였기에, 이제 더 이상은 외부 기준에 흔들리며 살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일부터 시작했다.
현주는 거의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아 양육 일기를 꾸준히 쓰며 엄마 자아와 많은 의논을 함께 한 끝에, 자신이 어릴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려 보기 시작했다. 어릴 때 좋아하고 잘했던 것들을 한 번씩 다 시도해 보면 어떨까 엄마 자아가 조언했다. 현주는 어릴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다. 글쓰기도 좋아했던 것 같고, 책 읽기도 좋아했었다. 생각해 보니 학교 다니면서 독후감을 써서 상을 받았던 적이 꽤 여러 번 있었다.
현주는 우선, 그림과 독서, 글쓰기를 시작해 꾸준히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아직은 회사를 떠나지 않았으니, 큰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다. 우선 독서는 하루 세 페이지 이상 읽기로 스스로와 약속했고, 글은 자아 양육 일기를 이어가는 게 글쓰기 연습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대로 자아 양육 일기를 계속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림은 하루 하나 그림 가르쳐 주는 유튜브를 보면서 아이패드 프로 같은 장비를 이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워 보기로 했다.
자신이 정한 습관을 실천해 가는 사이 그녀는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아이패드, 아이팬을 장만했고, 유투버들이 추천하는 그림 앱도 몇 가지 구매했다. 그림을 하나 완성할 때마다 올리고,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서평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도 열어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현주의 저녁이 매우 바빠졌다. 음식을 해 먹고, 내일을 위한 준비, 잠자리에 들 준비까지 다 하고 나서 잠들기 전까지 2 시간여의 자유시간에 그림과 독서 글쓰기를 욱여넣으려니, 시간이 금덩이처럼 귀하게 느껴졌다. 전에 넷플릭스 보고 야식 시켜 먹고, 허전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쏟아놓으려 전화기 붙잡고 흘려버린 시간들이 새삼 아쉬울 정도로 현주는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절실히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귀한 선물 같은 퇴근 후 저녁 시간을 1분이라도 놓칠세라, 사람들과 저녁 약속을 잡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시간엔 스마트폰도 감금해 놓고,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림과 글쓰기와 독서가 다 너무 재미있고, 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신기를 날마다, 갈수록 더 크게 경험했다. 이렇게 재밌는 일들을 왜 진작 시작하지 않았을까.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Shlo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