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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케이 Feb 01. 2019

come out and play!

애플 2018 홀리데이 광고 - 애니메이션 광고





나에겐 나와 똑 닮은 딸아이가 하나 있다. 

목욕시키려 옷 벗겨 놓으면 뒤태가 똑같고,

작은 키 하얀 얼굴 동글동글한 이목구비도 똑같다.

크게 말해도 작게 들리는 소심한 성대도 똑같고,  

염색했냐 오해를 살 만한 예쁜 갈색 머리카락도 똑같다. 

심지어는 잠 잘때 살짝 실눈 뜨는 무의식의 세계까지.


괜찮아. 엄마도 잘 살고 있으니까. 

나 닮아 나쁠 건 없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멈춰서는 지점이 있다. 

그림을 그리다가 누군가 쳐다보면 손놀림을 멈추는 순간,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을 재미지게 연기하다가도 

다른 시선이 느껴지면 소리가 작아지는 순간들...

그 때마다 나는 딸아이에게서 어린 나를 본다. 


'난 꽤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같아'

 집에서는 이선희였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콧소리도 섞었다.

학교 노래자랑 시간이었다. 손을 들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남들이 내 노래를 듣는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게 움츠린 나와는 달리 

당당하게 나가 목청껏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를 듣다보니 확신이 커졌다. 

그래, 난 아무것도 아니야. 난, 못해. 못 하는 것 같아. 

중학교 때 문예동아리에서도, 고등학교 때 반장선거에서도

대학에서 직업을 탐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난 아무것도 아니야. 난 못해. 못 하는것 같아. 


심지어 나는 지금도 그모습 그대로이다. 

글을 쓰고 싶어, 라는 마음으로 대기업을 뛰쳐나온 2016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숨고, 내 글을 숨기고, 내 것을 세상에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 

노트북에 수북히 쌓인 내 글과 작품들을 꺼내놓기가, 

꺼내놓은 후에 받을 평가가 두렵기만 하다. 


그런데 요즘 나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아이에게 그대로 투영시키고 있다. 

지우고 싶은 나약한 나의 모습과 딸아이가 겹쳐지는 순간 

내 아이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욱!하고 올라와

버럭!하고 튀어나오는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너까지 그래? 

뭐가 될라고 그래?

(지도 못하면서)


당당하게 보여줘! 

뭘 숨기고 그래~

(지도 숨기면서) 


부끄러운 거 아냐!

자신감을 가져! 

(지도 못가지면서)



잔소리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말들을 아이에게 쏟아내고 나서는 

한참 동안 멍하다. 과연 네가 할 수 있는 말이니? 

그런 찌질한 엄마의 딜레마가 계속되던 시점에서 이 광고를 만났다. 




애플의 2018년 겨울시즌 홀리데이 광고 : Come out and Play


출처 : 애플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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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보고는 

가슴 한쪽이 따끔!하는 걸 느꼈다. 


                                                                                                                                                                           Billie Eilish - Come out and play

빌리 아일리시 - 세상에 너를 보여줘


Hmm, hmm


Wake up and smell the coffee

잠에서 깨어나 생각해봐


Is your cup half full or empty?

세상은 보기 나름 아닐까


When we talk, you say it softly

대화를 나눌 때면 넌 언제나 다정하지


But I love it when you're awfully quiet

하지만 네가 골똘히 조용할 때가 난 좋아


Hmm, hmm  

quiet

Hmm, hmm


You see a piece of paper

눈앞의 빈 종이 한 장


Could be a little greater

뭔가 근사하게 채울 수 있을까


Show me what you could make her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


You'll never know until you try it

해보기 전까진 모르잖아


you don't have to keep it quiet

조용히 담고만 있지 않아도 돼


And I know it makes you nervous

알아, 긴장도 되겠지


But I promise you, it's worth it

그래도 날 믿어봐, 보람도 있을 거야


To show 'em everything you kept inside

감췄던 맘속 모든 걸 보여준다는 건


Don't hide, don't hide

감추지마


Too shy to say, but I hope you stay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계속 꿋꿋하기를


Don't hide away

숨어있지 말고


Come out and play

세상에 널 보여줘


Look up, out of your window

창밖을 내다봐


See snow, won't let it in though

눈을 봐,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아


Leave home, feel the wind blow

집을 떠나, 바람을 느껴봐


'Cause it's colder here inside in silence

여기 고요함 속이 더 추울 테니


You don't have to keep it quiet

조용히 담고만 있지 않아도 돼


Yeah, I know it makes you nervous

그래 알아, 긴장도 되겠지


But I promise you, it's worth it

그래도 날 믿어봐, 보람도 있을 거야


To show 'em everything you kept inside

감췄던 맘속 모든 걸 보여준다는 건


Don't hide, don't hide

감추지마


Too shy to say, but I hope you stay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계속 꿋꿋하기를


Don't hide away

숨어있지 말고


Come out and play

세상에 널 보여줘




이 곡이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아이를 바꾸려 하기 전에 

너 먼저

세상에 널 보여줘. 


이 나이에 꿈을 가진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계속 꿋꿋하게 써 나가. 

 

감추지마

너의 글을, 너의 그림을, 너의 생각들을. 


그래야만 

네 아이에게 감추지 말고 당당하라는 너의 말에 의미가 생길거야 

아니 그 말을 하기도 전에 아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될거야. 


부끄러운 마음을 넘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아이로 자라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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