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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희대 Jun 21. 2023

15라운드를 버틴 록키처럼

꿈꾸는 자들의 이야기



<15라운드를 버틴 록키처럼>


제 첫 책의 제목입니다. 록키처럼 링 위에서 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 좋을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던 나날들은 흡사 보이지 않는 적들과 스파링을 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20년 훨씬 전에 월간지 기자가 되어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습니다. A4 반장을 채우는 데도 한나절이 걸려야 할 정도로, 엉망이었죠. 단순한 팩트를 나열하는 데도 그랬습니다. 기자가 되겠다고 했지만,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거죠.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 알게 되었지만, 저는 문학적인 글을 쓰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니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글에도 제 감정과 느낌을, 나아가서 뭔가 대단한 영감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 욕심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목적이 명확한 글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또 문장의 대가들을 닮고 싶었습니다. 세계적인 고전의 작가들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적으로 인기 많은 작가들처럼 글을 쓰고 싶었죠. 책의 서문에서도 썼지만, 그들은 저를 좌절하게 했습니다. 아무리 글을 써도 그들의 발끝에도 미치치 못한다는 생각에 글 쓰는 게 괴롭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다 보니 이렇게 책까지 쓰게 되었네요. 매년 1라운드씩. 그로기 상태에 빠지더라도 주저앉지 않고 꼬박꼬박 흔들리는 다리를 붙잡고 버텨왔더니, 그래도 알아봐 주시는 출판사 사장님도 계십니다.


우선 책을 내주신 책밥상의 전지운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책만 내면 기본 부수 정도는 팔 수 있을 것 같은 트렌디한 작가들이 넘쳐나는 이 시기에, 쉰내 가득한 제 글을 책으로 내겠다고 해주신 그 만용(?)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과연 얼마나 보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책 출판과 동시에 자꾸 뭐라도 하시겠다는 걸, 제가 워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책을 내주신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라 출판사 파산만은 막아야겠기에 ㅎㅎ


책은 그동안 브런치에 썼던 짤막한 단상들을 수선해 ‘숏폼 에세이’ 형식에 담았습니다. 물론 브런치에 공개하지 않은 글이 더 많습니다. 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저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은 꿈을 향해 버티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응원의 글입니다. 여행지와 일상에서 만난, 제 이야기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 같기도 한 그런 글입니다. 지금 힘겨운 분들이 있다면, 혹은 꿈을 향해 어렵게 나아가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마 당신의 마음 같은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는 그동안 찍어온 사진도 담았습니다. 글이 주가 되길 원했기에 많이 넣지는 않았고 들어간 사진은 모두 흑백입니다. 차마 글이라는 외피를 씌우지 못한 마음의 조각들입니다. 책 속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길 바랄 뿐입니다.


온라인 서점에는 책이 이미 올라가 있습니다. 편집자로서 여러 편의 책을 발간했지만 막상 제 책이 나오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중요한 시험에 응시하고서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이랄까. 참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닐 일들이지만 삶의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의 시간을 나름 긴장 속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제 첫 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행운이 따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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