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런 통과의례가 정석일까?
딸아이가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차에서 내려주고 와이프가 데리고 갔다. 태어났을 때 간호사가 안고 나오던 모습이 생생한데 수능이라니. 기억도 가물가물한 내 시험 날. 우리 부모님의 심정도 이랬을까. 도무지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을 것처럼 멍한 기분이다. 휴대폰으로 실수나 하지 않을까, 같은 어이없는 생각도 든다. 자식이 큰일을 치르는 기분은 내가 직접 겪을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다. 시험장에 내려줬지만 마음은 오로지 그곳에 같이 있다.
딸아이가 시험장을 나오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와이프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훗날 그래도 아빠 때문에 안정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집에 가는 동안 침착하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수분을 잔뜩 품어 살짝 눌러주기만 해도 물이 주르륵 흐를 것처럼 마음이 축축해졌다. 시간이 좀 지나자 딸은 안정을 찾고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시험을 망쳐서라기보단 난생처음 미래를 건 제법 긴 싸움이 끝나고 긴장이 풀어지니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진 것 같다.
집에 와서 해본 가채점은 다행히 원서를 낸 곳에 논술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처음으로 경험한 수험생 아빠의 소감은 수능이 하늘의 비행기까지 멈추는 국가적 행사가 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저 여러 선택지 중에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 인생을 건다는 무게감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 길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