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태양을 머금은 과일과 채소
누군가 프로방스 Provence를 한 단어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과연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물, 하늘, 라벤더 등 여러 후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은 '빛'일 것이다.
지중해에 맞닿아 있는 프랑스 남부 지역, 프로방스.
마르세유 Marseille 같은 대도시에서 산골짜기에 이르기까지 지중해의 태양은 프로방스 전역을 비춘다.
여름이면 이른 아침 6시에서부터 늦은 밤 9시가 넘어서까지 빛이 이어진다.
그 빛은 노란색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석조 건물로 가득한 소도시들과 함께 총천연색의 자연까지도 드러나게 한다.
마르셀 파뇰 Marcel Pagnol이나 폴 세잔 Paul Cézanne과 같은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를 기른 토양을 가꾼 것이 이 프로방스의 햇살이다.
지중해의 태양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농작물이다.
기후와 토양 덕택에 프랑스는 옆 나라인 스페인과 함께 유럽의 농업 대국 중 하나이다.
그 덕에 환율을 고려해도 한국에 비하면 과일과 채소의 값이 대부분 싼 편이다.
한 번은 이곳 마트에서 장을 볼 때 호기심에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가며 하나하나 가격을 비교해 본 일이 있었다.
우선 과일은 압도적으로 이곳이 싸다.
뉴질랜드산 키위 같은 수입 과일이 아니고서야, 유럽에서 나는 과일은 대부분 한국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요새는 멜론과 복숭아가 싸고 맛있다.
멜론은 조그맣긴 하지만 개당 1~2유로, 한화로 2~3천 원.
특히 복숭아 종류는 납작복숭아, 천도복숭아, 일반 복숭아 가리지 않고 1kg당 2~3유로대, 한화 3~4천 원으로 살 수 있다.
채소는 종류에 따라 싸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다.
대파같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는 채소는 가격이 비슷하지만,
토마토의 경우 이곳이 훨씬 싸고 맛도 좋다.
아까 아침에 장 봤을 때 토마토가 1kg에 1.89유로, 한화 2,700원이면 살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채소보다는 과일로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이곳에서 토마토는 필수적인 채소 중 하나이다 보니 이렇게 싸게 먹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스튜를 만들어도, 그냥 볶기만 해도 맛있었다.
프로방스에 와서 날씨가 약간 흐린 적은 있었지만, 폭풍우가 온다거나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23년 8월 5일 토요일 오늘 이곳의 기온은 최저 15도에 최고 27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지중해성 기후 덕에 체감 온도는 훨씬 시원하다.
그늘에서 바람 불면 쌀쌀한 수준인 이곳과 달리,
한국은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무더위가 하루빨리 가시고, 풍요로운 가을이 찾아오기를.
그리하여 사람들이 다시금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