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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열광할까?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던 내한 공연 후기

by 유현

바로 어제, 고양시에서 진행한 콜드플레이 콘서트의 첫 번째 공연에 다녀왔다. 나는 작년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주 공연보다 내한 공연이 훨씬 만족스러웠다.

'9년 만의 내한'. 마치 이번 콘서트에 가지 못하면 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는 듯이 소셜미디어에서는 내한 공연이 확정된 순간부터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를 자극해 각종 마케팅을 펼쳤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가봐야 할 콘서트". 콜드플레이 Music Of The Spheres 내한 후기, 그리고 우리가 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열광하는지에 대해서 나름(?) 생각해 본 것들을 정리한다.

1. 콘서트 테마의 보편성 -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

콜드플레이의 이번 앨범은 우주, 사랑, 평화와 같은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마치 조금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쉽지만은 않은, 이상적인 목표들이다. 콜드플레이는 이번 투어를 통해 '우리는 더욱 사랑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계속해서 주장한다. 콜드플레이는 어떤 형태의 사랑이던, 자신이 어떤 환경-종교, 섹슈얼리티, 국적, 인종 등-을 갖고 있던, '사랑'을 할 것을 얘기한다. 콘서트 중간중간 전광판에는 "We are all aliens somewhere.", "If you want peace, be peace. If you want love, be love.", "Believe in love"와 같은 문구를 띄워 주체적 평화와 주체적 사랑을 강조한다.

‘We are alLove in the universe’ 문구가 마음에 들어 에코백을 구매했다.

세상은 폭력과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사랑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 두고도 놓치고 있었는지 모른다. 살아온 환경도, 취향도, 성격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말이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만큼은 하나가 되었다고 믿는다.

2. 콜드플레이의 인간성 - 콘서트에서의 인간 대 인간 커뮤니케이션

콜드플레이는 2016년 한국 공연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상징인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공연 도중 세월호 참사 애도를 위한 침묵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당시 노란 리본은 어떤 사람에게는 정치적 혐오의 상징이 되었을 수 있었지만, 콜드플레이는 본인들의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 사건은 정치적 행동이었다기보다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인간적 행동이었던 것이다. 콜드플레이는 전쟁, 환경, 난민, 여성 등 전 세계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콘서트라는 매체를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녹여낸다. 이들은 이란 여성 인권 신장 운동을 하던 배우와 함께 시위곡을 불렀고, 우크라이나 어린이 합창단과 호흡을 맞추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다. 콜드플레이에게 콘서트란 단순히 본인의 음악을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다.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 연대하고, 세계와 화합하며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장인 것이다. 콜드플레이의 이런 일관성은 대중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왔으며 신뢰도 또한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처음 관람한 관객들과도 끈끈한 라포를 형성하는 데에 성공했다면, 그들의 진심은 통한 것이다. 상품성은 덜고, 인간성은 더한 콜드플레이의 진지한 모습은 관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 이번 공연에서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공연을 관람하러 온 청년을 화면에 비춰줬다. 크리스는 "러시아에서 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푸틴이 '예스'라고만 한다면 러시아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다."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청년은 눈물을 보였다.

3. 관객들을 매료시킨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 전력 자전거, 공 던지기, 문고글

콜드플레이가 추구하는 콘서트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콘서트다. 오래전부터 DHL과 협업하여 여러 친환경 프로젝트를 실시한 바 있으며, 이번 투어 때는 키네틱 플로어와 전력 자전거를 설치해 관객들의 참여로 콘서트 진행 시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 재밌는 장치를 설치했다. 'Adventure of a Lifetime' 무대 때에는 큰 공을 스탠딩 관객 석에 던져 관객들이 손으로 직접 공을 쳐 보낼 수 있게 했고, 무대의 중간에 관객 중 한 명을 무대 위로 불러내 관객이 요청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더 이상 공연을 보러 온 제삼자의 아무개가 아닌 콜드플레이 콘서트 진행자 중 하나로서, 공연 진행에 필수적인 존재가 된다. 관객들이 이것을 인지하는 순간 아티스트와의 유대감은 더욱 깊어지며 소속되었다는 느낌은 함께하는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셀로판지가 부착되어 있는 ‘문고글’을 착용하면 빛이 하트모양으로 반사되어 세상이 하트로 보인다. 'LOOK WITH LOVE'.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개념을 안경으로 시각화함으로써 관객은 사랑을 가시화된 형태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기념품으로 가져가기에도 좋고, 일회성 또한 아니므로 관객은 이 안경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적극적인 관객 참여를 실제로 유도하며 본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전달한 훌륭한 관객 참여형 마케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콜드플레이는 콘서트를 메타적인 방법으로 매우 잘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하면 2시간짜리 콘서트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져서, 공연을 준비한 모든 관계자에게 경외심까지 들었다. 콘서트가 끝난 후, 나는 마치 화려하고 생동감 있는 2시간짜리 예술작품을 관람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콘서트가 끝난 후 모두가 공연장 밖으로 나와 도로가 한동안 정체되어 꼼짝 못 하고 있을 때였다. 내 바로 뒤에 있던 커플 중 여자가 '지금 너무 힘들지만 왠지 이 안경을 쓰면 세상이 사랑스럽게 보일 것 같다'며 문고글을 착용했다. 남자는 '나도 지금 세상을 조금 더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싶다'며 곧이어 문고글을 착용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집에 갈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나는 이 커플의 대화를 듣고 부끄러워졌다.

'Viva La Vida'를 떼창 하며 웃었고, ‘Fix You’를 들으며 울었다. 콘서트에 다녀오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모여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새삼스럽게,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은 내가 왜 이토록 콘서트에 열광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기회가 되었다. 콘서트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계속해서 좋은 콘서트에 많이 다니고 싶다. 후에 많은 것을 잃게 되더라도, 나는 콘서트를 대하는 열정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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