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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25. 2023

5. 그저 너의 삶에 감당할만한 고통만 있기를

통증: 애써 쌓아 올린 긍정의 탑이 무너지는 순간

KT증후군 환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외양의 독특함이 아니다. 바로 '통증'이다. KT 증후군 환자들의 증상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통증의 양상, 유무 또한 환자마다 다르다. 보통은 다리 부피 차이가 많이 나거나, 정맥류가 심해 다리에 불편감을 많이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특별한 약은 없고 압박스타킹 착용이 권장된다. 이외에도 자주 혈전이나 봉와직염이 생길 수 있다. 오래 걷거나 활동하게 되면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네이버 카페의 환자 모임이나 페이스북의 세계 환우회 모임의 후기를 보면 통증에서 100% 자유한 사람은 없어 보였다. 다만 증상이 경미하여 일상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나 직장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도 있었다.


나는 파란 다리도 좋고 길이 좀 차이나도 좋으니 아이가 제발 아프지만은 않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아이는 말을 하기 전부터 왼쪽 다리의 불편함을 표현했다. 절룩거리거나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왼쪽 다리를 붙잡고 '아파'라는 말을 하곤 했다. 빈도가 높진 않았지만, 감기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 또는 오래 바깥활동을 한 날이면 세 번에 한번 정도는 '다리가 아파' 하며 누워있곤 했다. 그런 증상이 이틀 이상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면 애써 쌓아 올린 긍정의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 아이가 아파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한다면, 일을 그만두고 온전히 아이를 돌보는 상상도 한다.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다리를 잘 관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 수없이 고민한다. 지만 그 모든 생각의 끝은 안갯속에 파묻혀있어 쉽사리 결론 나질 않는다. 그 무엇도 우리에겐 확실한 정답이 없다.


그저 너의 삶에 감당할만한 고통만 있기를  


아이는 평생 '관리 대상'인 다리를 안고 조심스레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아무런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이미 마주한 현실과 너무나 큰 괴리가 있어 차마 기대할 수 없다. 나는 그저 아이의 삶에 아이가 감당할만한 고통까지만 허락되길 바란다. 다리의 통증이든, 사람들의 시선이든, 학교와 직장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이든, 배우자를 만날 때의 장벽이든. 그 어느 것도 아이가 충분히 감당할만한 것이기를 기도한다. 아이가 그 어떤 고난 앞에서도 굴하지 않기를. 그것이 아이의 삶의 행복을 좌지우지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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