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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23. 2019

지나가는 계절, 다가오는 마음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어떻게 그렇게 글을 자주, 아니 매일 잘 쓰세요’ 

지난주 토요일, 그가 옆에서 말을 건넸을 때, 나는 비로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내가 지금 여기 있구나, 드디어 왔구나. 오늘.. 시간, 지켰구나’라고. 덩달아 웃는 나를 발견한 시간. 몇 달만에 겨우, 이제 고작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한 글쓰기 모임 문우들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던 게 신기하기만 했었던 건, 그들과 마주한 내가 옅은 미소를 품고 있어서였을까. 비가 갑자기 내렸던 토요일 아침. 잠깐 머물렀던 버스 정류장, 신문지를 뒤집어쓴 채 그대로 달리던 짧은 순간. 그래도 모두 좋았던 시간. '좋았다' 고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여유. 나의 '콤플렉스'는 그렇게 많이 변했구나 싶어서. 모든 사소한 것들이 좋았기에. 



억압된 생각 그로 인한 불안한 감정이 '콤플렉스'라고 정의된다면, 그것은 '마음'

나의 '콤플렉스'는 언제나 그 요동치는 '마음'이었다. 스스로 부드럽게 다스림에 실패하고 말아, 결국 끝내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을 때 기다린 듯 밀려오는 분노와 우울, 그로 인한 쓰림과 아픔, 극에 치닫는 고삐 풀린 망아지. 그 어떤 해독제를 찾지 못했던 혼돈스러운 감정 상태. 놓아버릴 줄 모르는 욕심쟁이였던 탓일 게다. 여태 놓아버림에 서툴지만... 



한번 시작 되면 계속 흐르는, 중지 없는 마음의 흐름. 그것도 한때 일 수 있다는 걸 그 때는 모른다.



그러나 콤플렉스도 흐르고 또 변한다. 시간이 흐르듯. 그렇게 치유되듯.

그런 마음마저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붙든 채 되도록 잘 살아보려 했던 마음, 나를 다스리려 다시 시작했던 혼자만의 글쓰기, 어쩌면 나는, 도망치고 싶었던 그 마음 덩어리 덕분에, 반대로 도망치지 않고 맞서려 했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아무것도 버리지 않은 채. 버림받지도 않은 채. 삶을 부정하려 하는 마음 한편에는 반대로 긍정하려 했던 마음도 사실 숨어서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나는 이제 안다. 

검은 마음도 나의 것이고 투명한 마음도 나의 것임을. 스치고 지나가 결국 잠시 머물다 가는 어두운 마음의 이면에는,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보다는 웃음을, 거울 속에 비친 여전히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바람의 마음이 남아 있기에, 여기까지 흘러 온 것이라고. 



지키고 싶었던거다. '나' 라는 존재를. 



토요일 주말, 2시간 조차 나의 시간으로 만들지 못한 채 여전히 개인이 아닌 다수의 화평을 위해, 저당 잡혀 버린 시간이라는 생각. 그랬을 때의 '억압'으로 인한 하찮은 눈물이 물론 여전히 나를 찾아오곤 하지만, 그런 짓궂은 마음도 어느새 이젠 조금씩 놓아버릴 줄 아는 마음의 근육도 생긴다. 읽고 쓰는 시간이 쌓이고 또 쌓일수록. 여전히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어떤 뜨거움이 마음과 생각에 여전히 선명히 자리할수록. 



뜨거웠던 여름도 결국 지나가고 이젠 밤바람이 선선한 가을.

시간과 자연의 흐름이 주는 위대함 앞에서 굳이 소란스러워질 필요는 없겠다. 고요하게 흐르다, 잠깐 뜨거워질지언정, 다시 통과하여 고요해지면 그만이리라. 그렇게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에 나는 잠깐 말을 건넨다. 



9월엔 지혜의 숲으로. 종이의 고향으로. 갈 수 있기를. 

당신과 한때 기억에서 쉽게 흘리 수 있을 정도의 가벼움으로 말했었던, 그곳을 우리가 기억하고 다시 걷게 된다면. 마음으로 인해 후회했던 과거의 시간 대신, 지나가는 계절, 다가오는 기쁜 마음속 우리들의 시간이 되도록 미소로 충분한 순간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그렇게 남은 생을 '사랑'으로만 가득 채우며 살 수 있는, 마음 그릇이 넉넉한 내가 될 수 되기를... 



때론 콤플렉스를 벗어나려 애쓰지만, 종종 그 콤플렉스 덕분에 나는 나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 눈이 감춰진, 외면했던 그 마음을 정면으로 보라고. 그러하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콤플렉스는 그렇게 나와 함께 변해간다. 조금 더 예쁘게... 심지어는 아름답기를. 



지나가는 계절 속 다가오는 이 마음을 믿고, 나는 아무 의심 없이 이 흐름을 따른다. 

어제보다 조금 더 괜찮은 오늘을 위해. 읽고 쓰는 일상을 유지한 채로. 



바람이 정말 기분 좋은 계절이 시작되려 한다. 기대가...된다. 나는 또 어떻게 삶을 좋게 만들까... 



#글쓰기모임_주제_컴플렉스에_대한_단상 

#10분_날림_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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