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Oct 04. 2019

'뇌'가 나를 부를 때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무의식의 힘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우리가 하는 결정의 70-80퍼센트 이상이 무의식으로 일어난다.  


-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10년 전, 26살을 통과하던 그 한때. 소비를 강력히  '관리'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1억' '내 집' ''10억'이라는 숫자들이 단계적으로 뇌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던 때겠다. 사회 초년생 1년 차, 월급의 80% 이상을 모으고 불리려 했었으니까. 생각이 그러하니 일상 속 행동은 자연스레 거기에 맞춰지더라. 모으고 불리고 안 쓰고 저축했다. 모르면 알려했고 부자들이 누군지 어떤 사람들인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자산을 모으게 되었는지 계속해서 알려했다. 알 수 있는 방법 중 제일 좋은 건 '책'이었고, 그래서 참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소비'라는 것도 사실은 '절제' 하는 시절이었다. 

쓸데없는 소비라는 것들이 사실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일상이었던 듯싶다. 출퇴근 교통비나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을 사서 보는 정도. 내 기준에서의 최적화된 최소화된 소비 패턴에 무서우리만치 맞춰져 있었던 때... 생각해보면 좀 안쓰럽기도 하다만 (그 흔해 빠진 명품 가방 대신 책을 담고 다니기 가장 편했던 에코백이 나의 애장품이었던.. 그때...)  그 모든 경제 패턴은 '뇌'에 강하게 박힌 목표라는 열망을 어떻게 해서든 달성하려고 '무의식' 마저도 나를 지배했던 때였으리라... 



티끌을 모아 태산은 아니어도 산이 된다고 강하게 믿었던 시절이었고, 그 덕분에 지금... 산이 쌓이고 있는 걸 테다. 의지다 의지...




그땐 몰랐다. '신경경제학'이라든지 '소비자 신경 과학'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사실상 일상에서 '나'라는 사람을 충분히 지배하고도 남을 수 있는 커다란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비즈니스북스, 2019.10.04. p. 420



'부의 감각'과 엇비슷한 맥락에서의 책이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는 '신경 경제학'의 관점에서 우리의 뇌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감정과 의식 패턴들이 결국 일상 속에서 '소비'라든지 '구매' 패턴에 지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소비자들이 자기 의지에 따라 자유롭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이라는 믿음도 깨져버렸다. 아주 오래된 뇌 구조와 신경 전달물질 및 호르몬이 소비와 구매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말은 결국 모든 소비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 인간 본성의 법칙 상 '타인을 의식' 하는 뇌를 가진 인간이라...


쉽게 생각하자면, '안 보면 안 사게' 된다. 

빵이든 옷이든 화장품이든 전자기기든 책이든. 뭐든지 간에 안 보면 물욕이 좀 없어지는 듯싶다. 지금은 그런 '상업적 물욕' 이 좀 없어졌다만, 나는 한때, 산후 우울증으로 지극한 육아 템들을 폭풍 '낭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짠하게 기특하긴 하다... 나를 위한 게 아닌 '가족'을 위한 소비였으니)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온갖 소셜커머스 상품들의 세일 광고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클릭하고 있더라. 



매일 매시간 들락날락거리기 일쑤였다. 있는 데도 사서 쟁여놓고, 싸다고 세일이라고 

이건 분명 현명한 '소비'라고 스스로 믿고 어느새 구매 버튼을 클릭하니 카드든 통장에서든 돈이 빠져나가는 게 일상다반사. 가계부 한 달 정산을 하고 나니 '아차' 싶을 때가 연속이었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많이 썼나 싶어서. 




고객이 기꺼이 돈을 쓰게 만들려면 가격을 정할 때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제품이나 광고가 보내는 수많은 신호와 메시지는 소비자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을 자극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온갖 유혹의 장소들... 근데 요즘은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는다. 물욕이 거의 없어진 경지 같기도.. 아. 책 욕심 빼고.



의식적이 아니라 지극히 '감정' 적이었던 거다. 그때의 나는 소비의 여왕이었다.

다행히도 그럼에도 사회 초년생 때부터 강력하게 절제해왔던 소비 패턴과 재테크에 대한 마인드가 좀 굳혀져 있던 때라 길지 않은 시간 내 '정신 줄' 다시 잡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현재'의 환경이 구축되었겠다만.... 곱씹어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동물은 그리 이성적인 동물은 아닌 듯싶다. 



휘둘리기 쉽고 지극히 공격적이고 감정적인 원초적인 동물.... 

철저히 이성적이고 냉철하다고 '믿는' 그 사념마저 어쩌면 우습게도 '뇌'에 충분히 컨트롤 '당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것들.... 등등. 생각이 꼬리를 무나 중요한 것은 어찌 되었든 의식 이외의 '무의식' 영역이 상당히 일상을 살아가는 데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결정의 70-80퍼센트 이상이 무의식으로 일어난다.  (중략) 


우리는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사는 데 돈을 많이 쓰는 동시에 오래되고 전통적인 제품을 사는 데서도 똑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음악으로 시끄러운 클럽에 갔다가, 늦은 밤 아늑한 전통 술집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이처럼 상반된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책은 머릿속의 구매 동기와 실제로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뇌'가 미치는 영향력을 정리한다. 

우리가 지갑을 열어 '고객' 이 되는 순간, '나' 만이 가진 철저한 개인 성향, 나이, 성별 등이 어떤 욕망과 닿아서 결국 특정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 결정을 하는 데 '뇌' 속에서 움직이는 '감정'과 여러 표면적인 모순들 (예컨대 신품 전자기기를 원하면서도 아날로그 추억 감성 마케팅에 젖어서 편지지를 사는 것과 같은?) 이 작동한다는 것 등. 



결국 이 책은 '팔리는' 제품/사업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에게는 '필독서' 일 지도 모르겠다. 

결국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논리와 구매 결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 속에서 촘촘히 얽혀 있는 여러 '감정'들이 어떤 일상의 긴장 관계와 모순적으로 엮여 있다는 걸 지극히 현실적인 뇌 신경학의 기준에서 알려주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팔리게' 하려면 역시 계속 무의식적으로 뇌를 '자극' 시키는 것들을 '감각' 적으로 건드려 주면 된다는 걸지도.. 구매의 동기부여를 일으키게 만드는! 




어떤 동기 시스템과 감정 시스템이 돈을 쓰게 하는 욕구의 원동력인지 늘 생각하고 질문해야 한다. 돈은 조커 기능도 하는데, 어떤 상황에서나 어느 때나 이 조커를 투입할 수 있다. 조커 기능 역시 굉장히 감정적이다. 자유와 자율성은 지배 시스템과 자극 시스템에서 비롯되었고, 편안함은 균형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 


뇌를 유혹하는 상품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소비자가 이 상품들을 동경하며, 이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믿을 정도로 뇌 속의 감정 및 동기 시스템을 강하게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 상품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지위와 개성을 드러내 주기도 한다. 



옷이 있으면서도 옷을 다시 사는 이유는...'뇌' 속 감정 변연계가 지극히 움직여서..(라는 건 변명이다 변명...)



새로운 것보다 '익숙' 한 것을 찾는 우리들의 '뇌'는 결국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이 강력한 신경 네트워크가 익숙한 브랜드를 찾는 이유는, 뇌 속에 다양한 정보들 속에서 생소함보다는 익숙함에 끌리게 되도록 신경전달 물질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런 책의 내용들만을 읽다 보면 약간 '좌절' 하게 될 수도 있다만 (아니 그럼 내 뇌가 나를 도대체 소비 동물로 이끈단 말인가라는 자책을 갖고 계시다면) 다만 이런 '뇌' 라도 충분히 스스로의 '자각'과 '습관'에 의해 '관리'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실 뇌는 관리될 수 있다는 여러 학계나 관련 서책들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행하며 깨닫게 되는 것들은 결국..



스스로 뜨거운 '의식 혁명'을 통과하면 결국   '뇌' 도, '삶' 도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들 수 있다고.

그런 잠재력이 '나'에게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일까. 요즘의 독서도, 호기심 어린 생소한 것들에 계속해서 도전하며 들어가려는 악바리 같은 어떤 고군분투의 시간들... 현재의 더욱 뜨겁고 치열해진 '현존'의 순간들에, 잠시 감사해한다. 전두엽 속 도파민과 세로토닌님들, 아침의 아드레날린님들...'뇌' 속의 모든 신경전달 물질님들, 모두 건강하게 부디 잘 다가와 주시길. 



아직 나는 갈 길이 한참이고, 욕심쟁이라... 그리운 열망을 여전히 품고 있기에. 



음악과 따뜻한 얼그레이. 그리고 안경을 끼고 원고를 쓰는 틈새 시간들.... 이제는 뇌에 박혀 버린 현존의 순간들... 감사.



매거진의 이전글 N 잡러의 유튜브를 대하는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