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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25. 2019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10월 독서모임, '부의 원천' 후기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삶은 힘겹지만 희망이 있다. 

기다림이 있는 삶, 그것은 아직 희망과 그리움, 설렘이 있는 삶이다. 


- 그림자 여행 - 





'시간'이라는 멈추지 않는 물성에 완벽히 자유롭다 하는 삶이 있다면.

그들은 또한 '부자' 일 테다. 현재의 내가 쉬이 가질 수 없는 영역. 사회적 역할이 더하면 더할수록 책무에 시달리는 현대인이라면 으레 껏 그러할지도 모르듯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 애쓰는 이들이 있다. 책무에 도리를 다하여 자신이 속한 영역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나'라는 철저한 개인의 영역 또한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들...



어제의 퇴근길은 그렇게 '애쓰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 이 주어진 날이었다. 

현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꾸역꾸역. 뭐랄까, 그 소중한 평일 밤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하듯, 시간을 잘 소비하려 하는 사람들임에 분명할 것이라고. 어떤 얄팍한 믿음이 있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참여' 하려는 그 의지를 '참석'이라는 약속을 지키듯 오셨을 것이라고. 그러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를, 나는 이 얼마나 고마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를, 지하철 안에서 내내 생각하고 또 곱씹어 보았다. 이렇게 소박한 고마움들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예정된 인터뷰라는 걸 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은 신박할 정도로 끊임없이 이야깃거리가 퐁퐁 솟아나 기어코 입술 밖으로 내뱉어 버리고 마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공적인 질문 속, 사람과 사람의 대화인지라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사담이 오고 갔었고, 사실 나로선 그 사담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쓸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본인이 쌍둥이라고 소개를 해 주시며 친근히 다가와 준 참 예뻤던 (난 역시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 빌어먹을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인간) 매니저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10월의 밤, 부는 바람이 좋았고, 곁에 발자국을 맞춰 걷는 분도 좋았던, 모든 게 다 감사했던 짧은 시간. 




그녀의 삶이 조금은 더 풍요롭고 편안하게 흐르기를

독서모임이 이뤄지는 공간까지 역삼역 근처 늦은 밤 골목길을 함께 걸어오며 내내 생각했었다. 시작도 하지 않은 예고편 같은 이 평일의 밤 시간마저도 이렇게 좋은데, 본 게임(?) 같은 모임 시간은 어떨까를 설레게 상상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약속대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미리 도착해 주신 선남선녀 같은 두 사람과 마주했다. 우리들은 마주하자마자 씽긋 웃을 수밖에 없었다. 먼저 웃으며 맞이해주는 상대에게, 웃지 않을 마음의 소유자는 애초에 이런 모임에 참석하려고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호기심, 열린 마음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분들은 분명하신데 더군다나 맙소사. 세상엔 정말이지 왜 이리도 예쁜 사람들이 많은 것인가. 젊음이 생동함을 닮고 있는 성격을 가진 단어라면.... 고마웠다. 내 평생 이제 언제 이런 선남선녀와 마주할 기회가 또 있단 말인가를.. 



예쁜 사람들-.... :) 오늘 급으로 못 오신 다수의 분들도 마음은 함께 했으리라고...생각해요- (삶은 예상치 못하게 흐르죠..) 



허름한 주택을 개조해 레트로 한 풍의 (쉽게 말해서 조금 후져 보이는 다 떨어져 나간 벽돌집이 그대로 보이는)  실내에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아담하게 가정집의 테이블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자기소개의 시간을 거치다 보면 상대의 어떤 '매력'을 단번에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신기하게도.. 호의적으로 보기 시작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내 눈 앞의 사람들이 그렇게 빛날 수가 없는 거다. 개인의 세계를 잘 지켜내려 스스로를 위한 투자를 늘 꾸준히 지켜 내는 사람, 개인 건축설계 사무실을 운영하는 그 바쁜! 자영업의 삶을 살면서도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자 자신을 세상에 열어내고 있는 분, 3교대에서 상근직으로 이직하고 자신의 시간을 그제야 겨우 찾아 이제 그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노력하는 정말이지 예쁜 분..... 



말이 '부의 원천'이지, 우리들은 결국 '삶'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감히 어떤 기대를 해 보기도 했다.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처음엔 의아하고 독서 모임의 주제(?) 상 어떤 기술(?)을 기대하셨던 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뿔싸 '망했다'라는 미안함이 물씬 풍겼지만. 단숨에 부자 되는 '테크닉'을 전수하는 (그럴 위인도 되지 못할뿐더러) 시간이 아니라, 행동경제학과 뇌과학과 영성적인 삶의 풍요까지도 모두 아우르는 책을 이리도 쉽게 써 내려간 책은 흔치 않아서 감히 추천하고 싶었던, 나의 알량한 동기를 잠시 소개해 드렸을 때. 그들은 웃었고 고개를 끄덕였으며 나는 비로소 안심하여 같이 따라 미소 지었다.



책이 주는 신비한 마법....시간을 좋게 채워 나가게 만들어 주는 삶의 양념...! 



소박한 모임이었지만 그랬기에 더 깊숙이 밀도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고

(정확히 표현하자면 혼자서 신나게 떠들었지만 그걸 신기하고 또 재미있게 받아 주신 분들께 너그러운 양해와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2시간은 정말이지 '순삭'이었다. 시간이 언제나 이토록 순삭이 되는 듯한 순간들로만 가득하다면, 결국 그 자체가 '행복' 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경청해 주셔서 감사했고 신나게 떠드는 사람을 너그럽고 신기하게도 봐 주셔서 그 또한 감사를....^^;



역삼역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강남역까지, 우리들은 걸었다.

걸어오는 길의 10월의 밤공기, 미풍이 불었고 휘황찬란한 '강남' 다운 도심 불빛이 새삼 생경스럽기만 한 나는, 마치 동물원 우리를 빠져나온 원숭이 마냥 설렐 수밖에 없었다. 참 좋구나 싶었다. 평일 저녁 도심의 밤은 이렇구나를 새삼 깨달으면서... 친정에서 귤을 까먹고 있다 했던 4살 둥이들이 생각이 났고, 지금쯤이면 집에 도착해 내일의 해외 출장길 짐을 꾸리고 있을 그가 떠올랐고, 외국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 벗이 생각이 났고, 어디선가 서점에서 책을 펼치며 기웃거리고 있을 숱한 '책'으로 연결되는 불특정 다수들이 떠올랐고. 



알 수 없는 '그리움' 이 이내 밀려왔다. 

이 시간이 연결이 되고 또 되어, 작은 시작에서 큰 물결과도 같이 밀려와 오늘 '책'을 통해 만났던 이 이연들 앞에서 '확언' 했던 나의 공간으로 초대할 그 '섬데이'를 마냥 그리워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삶' 은 절망적이나 반대로 그래서 희망적이지 않느냐는, 좋아하는 작가의 구절이 떠올랐던 것은. 귀갓길 버스정류장에서 대기줄을 서고 음악을 듣고 있다가 내 눈에 들어온 노신사 때문이었으리라. 말끔히 차려입은 네이비색 정장에 삭발을 하신 유니크한 외모, 하나 그마저도 다 흐릿하게 만드는 선명히 눈에 들어왔던 건 바로 그의 오른손에 들려진 작은 꽃다발... 건넬 시간을 생각하며 꽃다발을 샀을 그 노신사의 시간도 설레는 그리움으로 조금은 채워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어설픈 생각의 끝에서 또 다른 생각이 밀려왔다. 



그리움이란 결국 기다림일 것일지도 모른다고. 

10월의 독서모임 시간 덕분에 내 눈과 마음에 담아둔 고마운 풍경들, 그래서 11월의 시간도 여간 기대가 된다고. 또 어떤 분들과 낯설고도 느슨한 잠시간의 연결을 주고받을까. 우리들은 한 달이라는 공백 이후에, 또한 어떤 시간을 채워서 다시 만났을 때, 혹은 새롭게 만났을 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를. 



시작이 끝을 맺고, 다시 그 끝에서 시작이라는 기다림을 그리며. 

남겨지는 건 이토록 순간적인 사진들 뿐이지 싶다. 사진 속 그때의 마음은 사라지겠지만, 다시 생겨나면 그만일 것이 바로 우리들의 풍요로워야 마땅한 삶일 테니까. 



고마운 시간, 고마운 분들, 고마운 연결들.... 고맙습니다. 




#후기글이_뭐_이리_두서없는_에세이스러워_늘_필력을_탓하고마는_어리석은_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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