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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28. 2019

토요일의 여행, 짧고도 깊은 순간

카카오 임팩트 크리에이터스 데이 2019,  후기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 여행의 이유 - 




토요일 오전 11시. 여느 날이었다면 아침 집안일 후, 쌍둥이들과의 외출 준비로 한창이었을 시간. 

그러나 지난주의 토요일은 달랐다. 무척이나 퍽도.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내려 분당선에서 9호선 노들역에 도착 후 한강대교를 건너가 '노들 서가'에 들어서기까지. 나의 '여행' 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토요일의 여행이라는 어설픈 이름을 붙이며, 그 짧고도 깊은 순간들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던 건, 어쩌면 주말의 '혼자' 남겨진 시간이 퍽도 협소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어떤 때에는 갈증마저 불러일으키지만, 반대로 희소하기에, 흔치 않기에, 그래서 더 빛나고 고마울 수밖에 없는 건 자명한 진실이겠다. 



그래도 이젠, 혼자의 삶이 아니기에, 혼자 즐겨서 이상하게 미안해지고 그립더라... 그렇게 변했다. 나란 사람은...



공간은 때로 사람을 가슴 설레게 만든다. 

어떤 공간으로 인해 미래를 살게도, 과거로 돌아가기도, 반대로 현재 그 순간에 흠뻑 취하기도 하는 게 바로 '인간'이라면, 오후 2시부터 5시. 세 시간 동안 나는 그 '현재'라는 시간에 마법처럼 빠져들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낯설고도 새로운 공간, 예상했던 '힙함'을 넘어 어떤 '그리움' 마저도 주게 만들었던 서가들 속 책들. 착석 전에 잠깐 펼쳐 봤던, 한 때 나는 떨어졌고 그들은 붙었다던 그 '공모 당선작' 들을 펼쳐보면서... 아련하게 그리워하는 얄궂은 감정과 잠시 대면하는 나를 발견.. 하고 만다. 



저 서가에 언젠가 세로로 세워지는 날이..내게도 올까... 


궁금했던 연사들, 귀한 이야기들



강단은 귀여웠지만 이 시간은 나로 하여금 다소 진지한 '질문' 을 한가득...남겨주었다. 진지충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만. 



'힙함' 은 핑거푸드로부터... 



캐릭터의 힘은 이처럼 대단하다. 어른을 순식간에 어른이로 만들어 버리고 말기도. 


굿즈 덕후인 나로서는... 오마이갓...이었다. 




'브런치' 작가의 삶을 시작하면서, 적잖은 '변화' 들을 겪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덜' 팔렸지만 출간 제의를 받기도 했고, 반대로 그런 출간 작가여도 공모전에는 여전히 고배를 마시고 있는 '문하생'의 삶을 누려(?) 보기도 한다. 그간 들이켜 마셨던 고배 덕분이었을까. 당선된 이들의, 여전히 '승승장구' 해 나가는 몇 브런치 작가의 강연을 듣고, 반대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세 시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이 참 고마우면서도

이상하게 묘한 그리움에 휩싸였던 건, 그 시간 이후 '질문'만 마음에 가득 남긴 채 아이들이 잠시 있는 친정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잠시 중얼거렸던 나 때문이었으리라. 



- 이번에는..... 써 볼까. 좀 더.... 열심... 히. 후회... 없이. 



후회가 없는 삶이 이 세상에 있을 리 만무하다만. 

나는 아이들과 떨어져 잠시간의 혼자의 시간을 즐기고 난 이후에 찾아오는 '후회'와 같은 잠시 스쳐가는 감정들에 매몰되지 않으려 했다. 죄스러움, 죄책감, 미안함과 함께 떠밀려 오는 여전한 시간의 결핍, 갈증, 그로 인한 어떤 숨 막힘, 고통들마저도. 후회보다 감사함이 더 충만했던 토요일의 세 시간을 지키기 위해 한강대교를 건너며 생명의 다리에 새겨진 문장들을 오롯이 마음에 되새겼다. 쾌청한 가을 하늘, 처음 가 본 노들섬이라는 공간, 산책할 수 있은 짧은 시간, 귀한 이야기와 입과 손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던 그 모든 순간들은. 



나로선 커다란 시간 선물이었으며, 잠시 동안 바라고 또 바랐다.

연장선의 다른 기적 같은 선물의 시간이 배달되는 중이라는 어떤 선명한 '소원'을... 






처음..가봤다. 수도권에 살면서도 왜 한번도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걸까.



생명의 다리라고 말만 들었던 이 곳엔..생명수 같은 문장들이 적혀져 있었다. 



다...괜찮아요. 잘.. 살고...있습니다 라고. 혼자 중얼 거렸다. 




#크리에이터스데이    

#카카오임팩트    

#브런치

#엄마를_기다려줘서_고마워_미안해_사랑한다...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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