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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20. 2020

힘을 내요, '엄마'라는 이름의 당신

누군가의 방식이 다른 사람의 법칙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야


- 제인 오스틴의 말들 - 




뉴스 기사 하나를 접하고 마음을 쓸어내렸다. 

쓰던 서평을 멈추고 잠시 그 신문 기사를 일독해버렸던 이유는 아마도 '나' 때문일 것이다. 그 뉴스 내용의 주인공에게 어느새 투사해버리고 만 '나' 때문에. 기사 타이틀은 꽤나 어그로성이 강했지만 무엇보다 '워킹맘'이라는 단어는 아마 이 땅의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아마도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렇게 스스로 글을 토해내고 싶은 어떤 충동적인 움직임이 여전한 것도 그 연장선인 걸까. 



코로나 19 확산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던 일부 워킹맘들의 이야기였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와중에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단절 여로 돌아서고 있다는 그녀들의 속 사정이 사뭇 남달랐던 건 이미 퇴사자의 입장이 되어 버린 나의 지난 '고정 월급 버는 워킹맘' 시절이 스쳐 지나갔기에. 그녀들이 얼마나 자신의 일상을 분투해내고 있을지가 이상하게도 그려졌기에... 



더 이상 아이를 맡길 곳을 잃어버렸을 테다.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 개학을 2주간 추가 연기된 상태에서 그 이상의 '육아 지원군' 이 백 서포트를 해주지 않는 이상 이런 환경은 적잖이 그녀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퇴사를 자의로 선택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댈 곳 없이 그렇게, 그녀들은 일터를 잃어버리기 쉽다. 여전히 그러하다... 



당연히 일보다는 아이들이기에.... 어쩌겠는가.. 버티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수순인 것을.. 그러나....



직장 내 은연중의 차별도 마찬가지라 한다. 

여전히 여성은 기혼'녀'보다 미혼'녀' 혹은 결혼 여부 고하 '남성'을 더 선호하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한 걸까 싶었다. 한 때 이전 회사에서 느꼈던 직간접적인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여성의 일, 아울러 아이들을 돌보며 일을 병행하는 기혼녀의 일에 대한 의문을 계속 지니게 만들곤 했었으니까. 신문 기사의 취재원이 다뤘던 사연의 여성이 최근에 퇴사를 결정했던 건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가족 돌봄 휴가를 신청하려 했다고. 그러나 돌아오는 답신은 더 많은 일거리였다는 것이었다.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어서 그저 '문의'를 한 것인데

오히려 그 문의에 일을 그만두도록 유도하는 '일거리'가 던져졌다는 웃픈, 아니 웃음조차 나오지 않은 현상이라니. 재택근무를 요청했으나 오히려 임금 삭감을 하겠다는 사 측의 답변을 들었다는 사례도 접수됐다고 하니 말 다 했지 싶다. 추가경정예산이 확대됐다고는 하나 그건 비단 남의 일인 걸까... 



내 아이는 집에서 내가 직접 키우겠다는 강한 모성으로 버티고 마는 그녀들의 마음이 

어딘지 여전히 슬프고 또 이상하게만 세상이 보이기도 하다. 기혼은 죄인가?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이 비단 한 사람의 몫일까? 여전히 한쪽의 수고스러움과 희생이 강해야 유지가 되는 가정이 비단 온전히 그 가정의 책임인가? 사회적 책임과 배려는 어디까지인가, 앞서 그 사회를 만드는 우리라는 개개인들의 '배려'는 정말 개개인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까지도 배려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기는 한 걸까를.  



4년간 육아 휴직 후 복직을 한 나는 어린 쌍둥이들을 두고서 되도록 씩씩하게 회사에 다니려 했었다.

그러나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씩씩하고 잘 웃던 김 책임이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한 내적 불안과 두려움을 아주 잘 감추며 회사를 버티듯 다녔다는 것을. 정부 정책이 꽤 잘 통용되는 복지가 좋았던 회사에 다니는 '복' 이 있었음에도, 어린 자녀의 주 돌봄 양육을 맡아야 했던 '일하는 기혼녀'의 위치가 얼마나 처절한 내적 비극을 낳는지 나는 몸소 체험하며 겪어내며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존재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여성에게는 더더욱.




몇 주 전의 '워킹맘'이었던, 지금은 '경단녀'가 되어 버린 내가 그려졌기에. 

이 글을 쓰면서 울컥하는 마음을 다독이며 나는 바라고 있다. 12년 만에 통화스와프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국에,  알게 모를 일터에서의 차별과 냉대, 고용불안과 저임금, 임금 삭감과 무급휴직과 강제 퇴사가 연일 이어지는 현실이어도, 부디 우리들의 마음이 덜 흔들리고 쉽게 다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잘 보살펴 주기를. 



우리의 삶은, 여전히 진행되어야 하고, 일상 속 사랑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기에 

아울러 당신들의 잘못이 절대 아니기에 너무 아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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