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Apr 29. 2020

빈곤의 덫, 재난 불평등

재난 불평등 

재난은 진실을 드러내는 만큼 가리기도 한다. 


- 재난 불평등 - 





전 세계에서 분쟁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 천재지변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난민 수가 5천만 명이라 한다. 

난민이 그렇게 만다는 걸 그저 편하게 책상 위에서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접한 그 숫자에 잠시 또 생각이 많아지고 말았다.  전 세계 내부 난민이 5천80여 만 명에 달한다는 것,  이 중 3천만 명이 지난해에 늘어났다고. 코로 나 타격 하나만 가지고도 한 국가가 이렇게 떠들썩한 것을, 그러나 이미 '재난' 은 어떤 국가 어떤 빈곤층에 있어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전쟁 등 폭력 사태로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 지진과 홍수 같은 재해로 이재민이 되는 사람들의 존재...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다. 그것이 수용해야 하는 현실이고 본질인 걸까.. 



재난 불평등, 존 C. 머터, 동녘, 2016.08.30.



코로나 타격은 취약한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 더욱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노동시장만 놓고 봐도 그렇다. 소위 '약자'로 생각되는 이들이 먼저 일터를 잃어버린다.  본의 아니게. 의도치 않게. 오늘날 정부는 이를 교훈 삼아 여러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는 행동 방침을 재편한다. 필요하면 법령이 만들어질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소위 '돈'을 찍어내기도 한다. 이미 양적완화 급한 통화 스와프 체결, 정크 본드 사채 사들이는 것도 불사(?) 할 정도의 움직임을 해 댄다. 모두 '재난'으로 인한 '위기'로 인해 종을 울리듯 경각심을 느꼈기 때문? 글쎄 그러나 그렇게 착하게'만' 생각하기에 어딘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모종의 '불평등' 은 여전히 더 심각한 '그 이후의 격차'를 초래하는 것만 같아서... '재난 불평등'을 읽고 난 이후엔 더더욱, 생각이 깊어지고 만다. 




재난은 때로 '사업상의 실패'를 뜻하기도 하며, 많은 사전들이 비행기 추락을 재난의 사례로 제시한다. 단어의 어원은 '불운하다'라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디사스트로'로 행성이 불길한 위치에 자리 잡은 탓에 일어나는 불운을 가리키는 점성학 용어다. 재난은 또한 인류 사회의 책임을 벗어난 어떤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사망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사건' 이 곧 '재난' 이 되지는 않는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자연재해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보다 자살하거나 자살 시도로 몸을 해치는 사람이 더 많은데, 자살은 수시로 발생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연예인이나 잘 알려진 정치인, 유명인 또는 너무 어린 학생의 경우가 아닌 한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다. p.26-7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 불평등이 감소하는 유일한 시기는 재앙이 일어났을 때라 했다. 

그 후로는 전체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자본이 되돌아오면서 불평등이 다시 급격히 심해진다고. 그의 분석은 물론 금융 위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편으로 자연재해의 위기에서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니 (재난 불평등에 따르자면) 다시 말하자면 자본의 최종 소유자는 재난 직후에 오히려 자본을 급속히 불릴 기회를 발견한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소위 '자본'을 취득한 일반인에서 전문가로 거듭난 이들의 하나 같은 메시지는 '총알 가지고 있다가 타이밍 되면 총알로 이득을 취한다'라는 이야기들이었다. 즉 이 말은 재난은 자본 소유자를 더욱더 부유하게 만들고 자본이 부족한 이들은 더 가난하게 만들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또 다른 가려진 반증은 아닐까.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인 중남미의 모든 국가 중에서도 가장 불평등한 나라다. 중남미에서 불평등이 가장 덜한 칠레조차도 국제 기준으로는 평등한 나라에 속하지 못한다. 아이티에서 페티옹 빌은 아주 작은 부의 오아시스며, 시테 솔레이유는 드넓은 가난의 사막이다. 사회적 불평등을 표현하는 방법은 많지만 그 정도를 잘 보여 줄 수 있는 표현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5명이 소유한 재산 규모는 세계 인구 중 하위 50퍼센트가 가진 재산을 모두 합한 것과 가다.'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고 너무 심하게 가난한 데 비해, 지배층의 극소수는 지나치게 부유하다. 아이티에 국한해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이티 지배층이 소유한 재산은 가장 가난한 아이티인 200만 명이 가진 재산 총합과 맞먹는다. 세계은행은 이 나라의 가장 부유한 20 퍼센트가 국가 총수입의 65퍼센트를 소유한 반면, 가장 가난한 20퍼센트가 차지하는 수입은 겨우 1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다  p.111




한때 밭전이었던 강남땅을 누가 사들였더라. 

한때 똥값 헐값이었던 땅을 사들여 최후의 승리는 누가 쥐었던가. 똥값으로 '조작' 해서 이익을 취득하는 것 또한 이미 보편화된 '가려진 범죄'는 아닐지. 부당이득. 착취. 그것이 그냥 일상이 되는 나라도 있다 하니 (아이티) 결국 사회 구조의 어느 위치에서 벌어지느냐에 따라 부당이득의 형태는 다양할 뿐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 한편으로 누군가의 노동과 감정을 착취해서 벌어 들이는 수입으로 자본가의 위치에 오른 이들이 어디 그 나라뿐일까. 이미 우리 '곁'에 만연한 가려지고 은폐된 자본주의의 또 다른 그림자는 아닐까. 




아이티와 마찬가지로 미얀마에도 딱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한 부류는 피해망상과 외국인 혐오증에 빠져 잔인하고 억압적인 통치를 하는 군부, 그리고 그들의 통치로 이익을 취하는 측근으로 구성된 지배층이다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은 나머지 한 부류에 속한다. 소수만이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나머지 한 부류에 속한다. 소수만이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낮은 위치에서 밑바닥에 이르기까지 출구 없는 빈곤의 덫에 사로잡혀 있다. 미얀마와 아이티에는 극도의 빈곤을 겨우 벗어날 정도의 소규모 경제활동이 매우 많다. 미얀마에서는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지만 (특히 군인이 되려는 경우에는) 그럼에도 중산층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p.171



미국 중서부 디트로이트는 도시 내 다수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던 대형 자동차 회사를 위시한 제조 산업이 쇠퇴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재난을 겪었는데, 재난 이후 나타난 젠트리피케이션이 뉴올리언스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했다. 도시는 매우 심각하게 황폐화됐다. 디트로이트 인구는 최고치를 기록한 때에 비해 100만 명이나 감소했고, 그만큼이나 수많은 주택과 회사 건물이 버려졌다. 디트로이트는 2013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자체 파산을 신청했다. 공공 서비스는 최소화됐다. 거리의 가로등은 대부분 작동하지 않았다. 도시 전역에서 소방서와 학교가 문을 닫았다.  p.253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주워도 제대로 된 형태로 복구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만들지 않는 이상. 



소위 없이 사는 사람이 그 마음을 알기에 더없이 사는 사람을 돕는다 했다. 

외할머니가 친정엄마에게 전한 그 말은 고스란히 나에게도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달되었었다. 한편으로 그 말의 다른 뜻은 없이 살았을 때 그 격차는 더 심하게 벌어지고 그 극심한 고통과 슬픔, 좌절의 마음을 알기에 더없이 사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처지를 긍정하게 되는 것. 역설이 아닐 수 없었다... 반대로 승자가 패자를 약탈할 수 있는 '기회'가 다름 아닌 재난이고 그 재난은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라는 걸 생각하고 마노라면. 




기나긴 입찰 과정과 검토, 감독에 쓸 시간이 없다. '위험한' 땅은 수용해서 더 나은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과학자는 동의한다. 부유한 나라에서는 이를 젠트리피케이션 또는 '도시 재생'이라 한다. 지배층이 이익을 챙기고 더 부유해질 수 있는 부동산 개발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일반 시민이 땅을 갖지 못하거나 농사지으며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쉽게 쫓겨나도록 하는 기괴한 법을 만들어 토지 약탈을 자행한다. p.268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자연재해 천재지변 그것의 초기 손실을 줄이는 데 만전을 다해야 하는 걸까. 가난한 사람이 고통받지 않고 가능한 좋은 조건에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 말한 '재난위험 감축' 이 어쩌면 기본 논리인 듯싶지만 물론 이것이 제대로 활성화되기엔, 아울러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려는 정책의 안간힘조차도  사실 이미 벌어진 차이를, 불평등의 현상을, 깔끔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는 걸, 그건 어쩌면 '인간 본성' 상 자본주의 국가 안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잘 알고 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태에서 가능한 최선을 하려는 아픈 노력, 참된 움직임들에 대해서... 



최소한, 아이들을 양육하거나 교육의 전선에 있는 이들이라면

후세대를 생각하는 참된 지식인 권력을 가진 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러기를... 바란다. 바른 생각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여야 결국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질 테니까. 


돌고 도는 세상, 자연... 의 섭리....



#서평쓰다괜히심각해짐

#꼭한번읽어볼만한책

#교육자라면더더욱 






매거진의 이전글 100세를 살아본 누군가의 진한 메시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