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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09. 2021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 것

아들에게. 

오늘은 정말 중요한 말을 하려 해... 살면서 이 두 가지만큼은 꼭 네 인생에서 실천해주기를 강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시작한다. 짧지만 강렬하게, 네 마음에 각인되면 참 좋겠는데 내 표현은 언제나 부족하고 미흡해서 아쉬울 뿐이구나. 그렇지만 이 편지를 쓰는 내내 한 문장 한 단어에 담긴 강한 진심만큼은 부디 전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읽고 쓰기를.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읽고 쓰면서 네 삶을 스스로 끊임없이 성찰하고 변화시키기를.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읽고 네 목소리로 기록을 하고, 그 기록을 복기하면서 네 삶을 만들어가기를. 



책을 읽자. 아들...반드시 읽어야 한다. 살아가는 데 '필수' 다. 

이미 너와 내가 사는 이 시대는 텍스트보다 영상이 압도적으로 인간을 사로잡아가고 있는 시대다. 실제 현실을 담은 영상을 넘어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메인이 되어 주류는 이미 바뀌기 시작했지. 하물며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가 책 보다 더 인기를 끄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시대가 되었으니 말 다했지. 



종이의 물성이 담긴 '책'이라는 건 어느새 읽는 사람들'만' 읽는 것 같다. 

물론 돌아보면 꽤 읽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독서모임도 여기저기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글쎄... 정말 '제대로' 읽는 사람이 내 주변에 몇 되지 않아 보인다. 읽고 기록으로 남기고 그걸 복기해가면서 좋은 책은 다시 발췌독을 하고 그 후에 자신의 삶들을 보다 나은 삶으로, 자기 성찰을 하는 진지한 독서가들을 사실 나는 몇 명 본 적이 없다... (나 조차도 그 반열에 들지 의문이지만) 



읽고 쓰는 삶을 살아주기를. 반드시. 꼭..... 



읽는 자들은 자기 성찰을 해내게 된다. 그리고 쓰는 사람들은 그 두 배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지.

남의 이야기를 읽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정 쓰며 살려는 사람들은, 여러모로 어떤 '득'을 볼 수 있다 생각해. 나름 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는 사람' 들의 득이라면 바로 이런 득이 아닐까 싶다. 콘텐츠를 만들어 일반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상업력쪽의 득이라기보다는 (물론 상업력에서도 큰 이득을 보기도 한다. 여러모로 '글'을 잘 쓴다는 건 두루두루 활용이 되지. 스토리 메이커의 기능적 역할도 해내게 되니) 일단 쓰는 사람들 중 자신의 세계를 창작하려는 이들은 결국 과거와 현실, 그리고 나아가 미래의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품고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되어간다. 거기에 '진정성'을 가지고 세상의 어떤 이면을 비판하고 좋게 개선시켜 나가려는 이들이 '펜'을 잡게 되면, 이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기도 하지...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란다. 자본가들에 의한 게 아니라 바로 펜을 들고 바로 고치려는 사람들 덕분에... 



그럼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글을 쓰면 될까.

답은 네 안에 있기 마련이겠지만 내가 터득한 몇 가지의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기본적으로 고전과 철학, 그리고 문학은 '기본' 적으로 깔고 가는 장르로 정한다. 한 달이면 해당 장르의 최소 1종 이상은 읽으려 노력하지. 


- 경제경영이나 자기 계발서는 국내서가 아닌 외서 (미국, 유럽 기준)를 본다. 

이유는 단순해. 이미 자기 계발 산업에서 출간되는 상업출판의 책들 중에서는 이미 외서에서 충분히 검증된 사례들의 '국내 문화 버전?'으로 여러 저자들이 나름의 글력을 펼쳐서 사실 재편집된 내용들이 좀 많아 보인다. 사실 국내서를 읽어볼수록 외서를 따라가는 좋은 책을 몇 권 건지지 못한 내 탓이기도 하지만.


- 만약 국내서를 보려면 최소한 한 분야에서 10년의 경험을 한 저자이든가, 동 장르의 책 3권 이상을 괜찮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저자의 이력을 확인해보기를. 책을 그저'이용' 하는 도구로서 자신을 돋보이려 하기 위해 쓰는 저자가 있기 마련이거든. 글보다 '글쓴이' 가 먼저인 책들이 보여. 많이 읽다 보면...별로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런 책들에게는. 반면 진정한 자신의 경험을 진심을 다해 나누려는 마음으로 글을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창작하는 '작가'가 있다. 아마 읽으면 읽을수록 양서와 '작가' 를 가리는 너만의 독자로서의 시선도 분명 생길 거야. 독자도 현명해야 양서를 가릴 눈도 보이지. 베스트셀러 딱지만 보고 그저 고르는 게 아니라. (그건 마케팅과 돈을 쓰면... 된다. 속지 말기를) 아무튼 그 정도가 최소한의 '필터'라고 생각해. 실패하지 않는 책을 고르는 너만의 방법을 만들어 나가면 될 뿐이겠지. 가령 외서의 '원서' 제목을 살펴보고 끌리면 읽어보고 참고 논문이나 문헌이 제대로 실렸다면 거짓말은 하지 않는 저자라는 기본 판단 하에 해당 국가의 아마존 평가를 한번 펼쳐보는 것도 도움이 될 테지. (영어를 좀 할 줄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이유이기도 하지. ) 



- 해당 장르의 추천을 굳이 나열해보자면 마이클 모부신이나 나심탈레브 3종 세트 (안티프래질, 블랙스완, 행운에 속지 마라 등) 나 토드 로즈나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라이언 홀리데이나 말콤 글래드웰, 교수들의 책 중엔 조던 피터슨이나 토마 피케티 정도... (엄마 시대에 내가 꽂힌 책들의 트렌디한 저자들의 리스트들이니 참조만 해 주기를) 거기에 욕심을 조금 더 내자면 부디 동양의 명리학이나 서양의 '영성' 책을 꼭 접해주기를. (부디 꼭) 관련된 책들 몇 권을 섭렵해보면 철학과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책은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 끝에 나오는 메시지들이니까...



죽은 옛 현인들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배울 점들이 너무 많아서... 그 시간 자체가 '교육' 이 된다...학교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



물론 그렇게까지 해서 책을 고를 여유가 없다면 이것만 기억해주기를. 고전과 철학만 읽어도 괜찮다... 

사실 모든 괜찮은 양서들은 모두 옛 현인들의 메시지 하나하나를 책 한 권으로 재구성해서 만든 것이나 진배없을 테니. 세네카나 에피쿠로스와 같은 스토아 철학자들의 책을 살펴보자. 괴테의 파우스트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주면 더 기쁘겠지. 거기에 가볍게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 싯다르타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같은 책을 곁들여도 좋겠어. 



읽는 것에 안주하면 그냥 읽고 끝이 나 버려. 그래서 쓰는 습관을 들였으면 해

서평이라는 걸 쓰다 보면 어느새 그 서평을 넘어 '너'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정말 제대로 쓰는 사람이 되어 간다면. 단순히 책을 읽고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기록은 언젠가는 너만의 책을 통한 산문이 되어간다. 그 경지에 이르게 되면 결국 너는 너만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지. 그 시간들이야말로 네가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읽고 쓰다 보면 분명 너만의 시선과 삶을 대하는 튼튼한 기준과 신념이 생기게 될 거라 믿는다. 

처음엔 힘들지. 보이지도 않고 쉬이 읽히지도 않고 쓰는 건 또 다른 문제이고. 그러나 그걸 1년을 하고 1년이 3년이 되고 5년이 되고 10년이 되면 넌 뭐든 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 최소한 무언가 되지 않아도, 무언가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인간이 되지 않아도, 너는 네 스스로 충분히 그 삶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튼튼한 사람으로,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열등한 우월의식에서 벗어나 너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으로서의 사람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비교 이전에 네 자신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이건 내게도 언제나 되묻는 질문이었어... 



그날을 나는 매일 바라고 또 바라면서 이 편지를 쓰고 있다. 

너희들이 태어나고 돌보는 그 거친 과정 속에서 그 날을 매일 꿈꿨어. 같이 책을 읽고, 서로 쓴 글을 말하면서 오늘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우리... 같이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꼭. 반드시. 네가 읽고 쓰는 사람으로 되도록 일찍 자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반대로 내가 현재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다 죽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 로 사는 와중에 내가 먼저 실천하지 않고서 어떻게 너에게 바랄 수가 있겠니.... (그렇지만 이 시대에는 자신이 실천하지 않고 그저 자식들에게 강권하는 폭력적인 부모도 참 많아 보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서로 함께 살아 있는 시간 동안, '우리'의 읽고 쓰고 함께 그것을 공유하는 시간이 생긴다면 

나는 이 삶에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그것이 내가 바라는 진정한 '행복'의 단면일 테니까... 



#사랑한다. 읽고 쓸, 나의 아들..... 둘. 


네게 쓰는 편지를 '쓰는' 이 시간 또한...난 정말 기뻐....이 마음 덕분에 사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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