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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10. 2021

운칠기삼

아들에게

너를 살피고 살리면서 나 또한 나라는 인간은 이전과 달리 리셋되어 마치 다른 사람으로 다시 사는 것 같은 기분을 자주 느끼곤 한다. 여전히 그렇고 아마 죽기 전까지도 그러하겠지. 천륜이란 그래서 천륜인 걸까. 물론 전제조건은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환경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사랑을 주고받지 못하는 관계들도 부득이 '가족'이라는 관계로 만나 서로를 헐뜯는 사례도 의외로 많은 시대다...)



너희를 기르며, 여러 방면의 공부를 하려 노력하는 중인데 그 덕에 난 의외의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야.

알게 돼서 정말 감사하고, 잊지 않으려 매번 노력하는 것. 바로 '운'에 대해서지. '행운에 속지 마라' 든 지 '명리학'과 관련된 책들을 접한 것이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 편지에서는 꼭 이 말을 남기고 싶어서 노트북을 열었다.



인생은 운칠기삼 같다.

우리가 마주하는 인생의 대부분은 가진 재주나 노력보다는 사실 '운'에 달려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본디 일관될 수 없다는 것,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확실히 아는 것만으로도, 어떤 불운은 피할 수 있어 보인다.



후회할 선택을 줄일 수만 있어도, 인생의 반 이상은 성공 같기도 하다.




살면서 터득하는 인생의 어떤 법칙 중 하나는 바로 생각대로 삶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 같아.

그런데 달리 말하자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 삶이 제대로 마음먹은 만큼 흐르지 않는 것이 본디 완전한 너의 탓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운이 좋지 않아서일 뿐이지. 반대로 그 말은 좋은 결실을 맺는다든지 소위 이 세계에서 어떤 부귀와 명예, 재물의 득과 같은 성공이 모두 완전히 네 노력과 재능 덕분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인간은 완벽한 오만과 기만 덩어리에 불과하겠지...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 한다. 바로 부모와 태어난 연원 일시지. 그건 돈 주고도 바꾸지 못하지.

네가 타고난 네 가지 기둥의 여덟 팔자 (사주팔자)의 천간과 지지, 음양오행의 '운' 이 사실 어떻게 흐르게 될지 나조차 감을 잡지 못하겠지만. (그러려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는 편이지만) 한편 그저 네게 주어진 운명적 삶 속에서 만약 좋은 기류와 호인과 귀인들을 살면서 많이 만나게 된다면, 네 운에 감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반대로 악인을 만나거나 상극의 관계들로 인해 뭘 해도 일은 잘 풀리지 않고 고통에 허우적댄다 할지언정. 너무 낙담 말고 실망하지도 말자. 그저 운이 나쁘게 흐르고 있을 뿐이니까. 네 탓이 아니니까.



세잎클로버의 생명력을 볼 줄 아는 이는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는 것 이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 그게 진정 위인이지 않겠니.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지 말자.

나도 사실 잘 못하는 부분이어서 한편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애써 이겨내려 노력하기보다는, 이제는 그것을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 흘러두게 해서 지켜보려 하지. 조용히, 묵묵히, 아파도 내내 견뎌내는 것.... 견딜 줄 아는 것...



좋은 운에는 감사하고, 나쁜 운에는 묵묵히 견뎌내는 힘.

아들.... 부디 네게 그럴 수 있는 강인한 내면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그래서 만약 타고난 팔자소관이 조금 억세게 태어났다 한들, 환경적으로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조력하려 노력한다. 그것이 '부모'의 역할일 테니까...



네 운의 흐름이 널 가로막고 있었을 땐, 내게 돌아오렴...

네 운의 흐름이 널 더욱 빛나게 해 줄 땐 당당하게 나아가되 겸허히 감사하고 성찰할 줄 알기를.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런 인간들에게는 불운보다 행운이 더 다가오지도 않을까.



불행도 견딜 수 있는 건 바로 그런 행운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일 테니까.

나의 너희는 부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나는 이 시절... 최선을 다해 조력하겠다고, 매일 다짐했다. 읽고 쓰면서, 생각하고 반성하면서.



너희 둘은, 내 생의 가장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나는 이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행운을 모두 네게 주고 싶었던 만큼.

네 불운을 모두 내가 가져가고 싶었던 만큼.

사랑한다...



잘 흘러가면 좋겠어. 우리의 삶이... 그러다 무지개를 만나는 행운이 찾아오면 그저 감사하면서 다시 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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