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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비 Apr 21. 2022

단비야 엄마 뱃속에 단비 동생 있어

한별이의 존재를 소개하다

결혼 14년 만에 아기천사가 찾아왔다.

남편과 나는 우리 생애에 자식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열한 살 댕댕이 단비와 아홉 살 야옹이 봄비를 아들과 딸로 정성스레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아기천사의 소식은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큰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단비와 봄비에 대한 염려도 커져만 갔다.

단비는 우리 집 큰 아기인 동시에 자신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를 아는 똑똑이 푸들이다.

11년간 함께 지내다 보니 이젠 엄마 껌딱지가 되어서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니다 화장실 문을 닫는 순간 풀이 죽는 채 문 앞에서 보초를 서곤 한다. 어떤 날엔 화장실 문이 살짝  열려있으면

그 틈으로 냉큼 들어와 샤워하고 있는 내게 달려들어 함께 샤워를 하기도 했다.

이런 단비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동생의 존재를 소개하고 단비의 자리를 내어주도록 설명해 줘야 하는 과정들은 마치 첫째 아이에게 둘째를 소개해야 하는 듯한 애처로운 마음이었을 것이다.

만삭이 되어 불러오는 배를 바라보며 단비는 불편한지 더 이상 나의 무릎에 안기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의 뱃속에 누군가 알 수 없는 존재가 있음을 눈치채는 듯했다.

대에서 함께 잤던 단비는 아주 불편하게 내 곁으로 파고들다가 결국 이불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곤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서고 앉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아픈데도 슬픈 건 아닌 것 같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묵묵히 지켜본다.

매일 밤 엄마의 커다란 배를 만지며 아빠는 동화책을 읽어준다.

11년 동안 엄마 아빠 사이엔 늘 단비가 있었는데 이제 다른 무언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 불편한 기색을 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매일같이 배를 만지며 "한별이"라는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 그리고 단비에게 한별이가 단비의 동생이라고 말해준다.


단비가 세 살 되던 해 길냥이로 다 죽어가는 봄비를 집에 데려온 기억이 떠올랐다.

단비는 그때 역시 3년 동안 독차지하고 있던 단비의 자리를 다 죽어 가는 봄비에게 아낌없이 내어 주었다.

길냥이 생활로 온 몸에 곰팡이 투성이었던 아기 고양이 봄비 곁을 지켜주다 단비는 머리에 땜빵이 여러 군데 생기기도 했다.

봄비는 그런 단비가 무척이나 고마웠는지 함께 지내는 내내 단비에게 깍듯이 대한다.

그렇게 열 달 동안 단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렇지만 곧 우리의 가족이 될 동생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들으며, 점점 커져만 가는 엄마의 배처럼 한별이의 존재에 대한 탐험도 커져만 갔을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는 단비에게 말한다.

"단비야, 엄마 뱃속에 단비 동생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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