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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비 Apr 21. 2022

봄비는 이제 안 방에 들어오면 안 돼

단비가 봄비를 쫓아냈다.

안방에서 9단 서랍장 위는 봄비의 안식처였다.

제일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인지 봄비는 이 자리에서 엄마 아빠 단비를 지켜보는 걸 좋아했다.

단비는 푸들이라 털이 잘 빠지지 않아서 우리와 함께 침대에서 같이 자곤 하는데 

한별이가 집에 오면 봄비 털이 큰 걱정이었다.

점프할 때마다 쑥쑥 빠지는 봄비 털이 집안 곳곳에 날아다니니 신생아 아기한테 좋지 않을 거라 판단하여 남편과 나는 독한 마음을 먹고 봄비에게 당분간 안방 출입 금지를 시키기로 했고, 그 임무를 봄비가 충성하는 단비에게 믿고 맡기기로 했다.

" 단비야, 여기 아가방이라 봄비는 털이 날려서 들어오면 안 돼, 단비가 봄비 들어오지 못하게 해 줘!"

그리고는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단비는 기가 막히게 알아들었는지 그 후로 문 앞에서 봄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보초를 섰다.

봄비가 안방 문을 넘으려고 할 때마다 단비가 짖어대니 똑똑한 봄비는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생각보다 쉽게 안방 출입금지가 실현되었다.


사실 봄비의 출입금지를 위해 방충 문을 설치해야 될지를 고민이었는데 단비 덕분에 손쉽게 분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자려고 안방에 들어갈 때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때면 봄비는 저 안방 문 바로 앞에서 예쁘게 식빵 자세로 앉아 우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고 찡해지는 건 사실이다.

아기 때부터 유난히도 쪽쪽이와 꾹꾹이를 좋아해서 함께 침대에서 잤던 봄비를 매몰차게 쫓아내고 혼자 거실에서 고독하게 밤잠을 잤을 거란 생각을 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그래, 봄비야! 봄비는 한별이 누나니까, 이해해줄 수 있지? 오늘도 짠한 마음을 쮸르쮸르에 듬뿍 담아 봄비에게 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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