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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비 Apr 21. 2022

단비 꺼 아니고 한별이 꺼야

예전엔 다 단비 꺼였는데...

예전엔 새로운 장난감은 단비 꺼였는데..

푹신한 인형도, 쿠션도 다 단비 꺼였는데..

삑 소리 나는 삑삑이도 딸랑이 공도 단비 꺼였는데

엄마는 매일 채워지는 이 많은 것들이 전부 동생 한별이 꺼라고 만지지 말라고 한다.

단비도 만지고 싶은데, 만지면 혼날 것 같기도 하고..., 삐진 듯 서운한 듯 단비는 아쉬운 소리를 내며 드러누워버렸다.

그렇게 우리의 공간은 하루하루 한별이 물건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나는 큰 맘먹고 친구에게서 받은 두 개의 역류 쿠션 중에 더 크고 비싼 걸로 단비에게 쿨하게 선물하기로 했다.

"단비야, 이거 한별이 꺼보다 더 좋은 거야, 단비 가져." 단비는 성큼 쿠션 위로 올라가서는 기쁨을 만긱하는듯 한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그 후로도 엄마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거 단비 꺼 아니고 한별이 꺼야..!!

단비는 점점 조여 오는 무언의 압박감을 견디며

장차 이곳에 나타나게 될 어마 무시한 존재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단비와 마찬가지로 엄마 아빠 역시 아기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아기의 물건들을 채우며 설렘과 긴장 속에서 한별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단비의 엄마 아빠가 한별이의 엄마 아빠로 준비되는 기나긴 열 달 동안 마냥 어리광만 부렸던 우리 집 큰 아가 단비도 그렇게 형아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친정엄마 집 근처로 이사오던 날

단비는 봄비와의 영역 싸움을 하느라 거실에 오줌을 싸곤 했는데, 캣타워를 설치하고 나서야 봄비의 영역이 확실해지자 단비는 그제야 실수를 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영역싸움을 하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과연 한별이의 자리를 내어 줄 것인가!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착한 단비는 한별이가 우리 집에 오던 날, 한별이를 눕힌 자리를 기꺼이 내어 주었다.

말은 못 하지만 봄비가 아가였던 시절, 기꺼이 단비의 자리를 내어주던 그때의 단비처럼 지금 이 순간엔 더 쿨하게 한별이의 의젓한 형이되기로 작정을 한 듯 단비의 자리를 좁혀내고 있었다.

"단비야, 고맙고 미안해! 단비 꺼 아니고 한별이 꺼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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