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성장할수록 염려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식탐이 많은 먹보 단비가 아기의 이유식과 간식을 뺏어먹지는 않을까, 댕댕이와 야옹이가 아기의 장난감을 탐내지는 않을까 반대로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단비와 봄비의 사료를 먹거나 물그릇을 엎거나 우리 집 네발 가족들을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비와 봄비는 아기를 위해 기꺼이 아빠, 엄마의 곁을 내어주고 있는 중이다. 이런 단비와 봄비가너무도 대견스럽기만 하다.
단비는 어느새 아기가 자는 시간만을 기다리는 댕댕이가 되었다. 아빠와 엄마에게 아기가 첫 번째로 중요하다는 걸 인정한 모양이다.
이따금 아기가 아파서 징징이 모드가 되면 멀찌감치 에 자리를 잡고는눈을 깜박이며안쓰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응원해 준다.
"엄마, 힘내요!!"
봄비는 아기가 태어나 우리 집에 온 후로 지금까지도 안방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고양이 털이 신생아에게 안좋다고해서 어떻게 분리를 해야할지 걱정이었는데,
아기가 집에 온 첫 날, 시키지도 않았건만 단비는 문 앞에 앉아 봄비를 못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봄비는 안방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봄비 역시 아기가 잠을 자야 엄마가 거실로 나온다는 걸 알기에 아기가 잠들 때까지 거실에서 엄마가 혼자 나오기를 기다려준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아기가 잠이 들었다.
아기를 재우고 거실에 나오면 단비와 봄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다리에 기대어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봄비는 내 손가락을 펼쳐내서 그동안 밀린 꾹꾹이와 쪽쪽이를 열심히도 해댄다.
우리 집 네발 가족들에게 엄마 품을 내어 주는 시간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하루종일 엄마품을 애타게 기다린 게 분명하다.
고요한 시간도 잠시 갑작스레 아기가 으앙 하고 깨고 나면 단비와 봄비는 다시 아쉬움을 가득 안고는 다시 제자리로 향한다.
그리고는 또 한 번의 눈빛을 보낸다.
'아가야, 이제 그만 자렴.'
아기는 이따금씩 단비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지만 단비는 아기에게 짖지 않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아기의 존재를 이해하려고 나름 노력 중인 것 같다. 그리고 아기가 울거나 자려고 잠투정을 할 때면 거실에 나가있는 게 편한지 먼저 방문을 열어달라고 문 앞에서 신호를 보낸다.
이제는 제법 엄마 곁에 있어야 할 때와 곁을 내어줄 때를 인지한 모양이다. 아기와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제할 일을 하는 걸 보면 단비와 봄비, 그리고 아기는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스스로 찾아가고 있는 중인 듯하다.
단비와 봄비처럼 네발로 기어 다녔던 아기가 어느 날부터인지 두 발로 서서 걸어 다니고 있다.
그리고 작은 아기 사람이 제 키를 훌쩍 넘어 제법 아빠 엄마처럼 걸어 다니는 모습에 단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아기가 걸어 다닐 쯤이면 갑자기 강아지와 야옹이의 꼬리도 잡고 소리도 질러서 네발가족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아프기도 한다고 해서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단비와 봄비가 아빠, 엄마의 사랑을 내어준 게 고마웠던지 아기는 단비와 봄비의 움직임 만으로도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이따금 울다가도 단비와 봄비를 쓰다듬게 해 주면 울음을 뚝그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아가야, 이 좁은 공간에서도 모두가 자기의 자리를 찾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듯, 이 분주하고 험한 인생살이 속에서도 네가 꼭 있어야 할 곳에서 너를 필요로 하고 존귀히 여겨주는 이들과 함께 예쁘고 행복한 삶을 담담하게 살아내길 엄마가 늘 응원할게. 한 해동안 우리 모두 정말 애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