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 그 너머의 시작을 기대하며..
시간이 지나 한 계절이 바뀌었고, 여전히 나는 아프다.
애초 다섯 회기로 계획했던 상담은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방문했을 때 한 달분의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증상이 사라지면 약을 끝까지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여전히 약이 없으면 불안하다.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가, 미뤄두었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그나마 몇 줄 쓰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무심하게 버려지는 듯한 시간이 아까워 몇 가지 취미생활을 시작해 봤지만, 그 또한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다.
그냥 하다가, 말다가, 아주 잊기도 했고, 간간이 다시 시작하기도 하며... 엉망진창 같았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니, 그냥 될 대로 되라고... 대충 해도 된다고, 꼭 마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와 타협했다.
(브런치 앱은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라고 나를 수없이 재촉하고 일깨우려 했지만, 이 또한 내키는 만큼 미루다가 이제야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나는, 느리지만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 횟수가 줄었고, 대단한 이유 없이도 웃음이 나는 순간들도 생겼다.
사실, 최근에는 조금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일도 생겼다.
물론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또 기분이 가라앉는 순간도 있지만... 그냥 그런 날도, 그런 나도, 괜찮다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겼다.
굳어 있던 얼굴 근육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내 마음도 조금씩 말랑말랑 해지기를 기다리게 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상담도, 약 복용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글쓰기를 다짐하고, 멈추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이 이야기의 끝이 우울 증상의 완치에 닿게 되기를 바란 순간도 있었지만,
이렇게 완전한 결말을 맺지 못한 상태로 연재를 마치려고 한다.
'완결'까지 닿지 못하고 글을 완결해버리는 듯 애매함이 남지만... 그냥 이대로도 괜찮다고 스스로 되뇌어본다.
끝.
이 아픈 시간의 끝이 아직 구체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그 끝에서도 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완결해도 내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그 이후에는 무언가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아픔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더라도, 그 아픔을 다독이며 품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았고, 나눌 수도 있었다.
상담을 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상처와 우울감은 꽤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전, 혼자 울고 있던 작고 여린 나를 발견했고... 그 아이를 꼭 안아줄 수 있었다.
혹시 누군가 나처럼 감정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아플 땐, '괜찮다'고 하지 말고 '아프다'고 말하라고.
어느 드라마에서 들은 대사가 깊은 울림으로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아픈 사람들이 더 솔직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