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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훈 해설위원 Aug 06. 2019

총알 6발

8월 4일 PWF 블레이즈 컴피티션1 대회가 끝나고 악몽을 꾸었다


<총알 6발>


피할 틈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프로모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난 괴한은 먼저 프로모터를 헤드샷으로 날렸고 내 왼쪽 복부에 한방 쐈다. 둔탁한 충격파에 몸이 무너지며 그대로 난 쓰러졌다. 그 와중에도 심장 쪽을 보호하려고 왼손을 가슴에 올렸는데 괴한은 정확히 내 심장을 노리고 2차 총격, 3차 총격 도합 6발을 맞췄다. 


전 로드 FC 미들급 챔피언 최영을 상대로 체어샷


물론 꿈이었다. 8월 4일 경기가 끝난 후 꾼 꿈이다. 원래 꿈을 안 꾸는 편이고 악몽은 거의 꾸지 않는다. 그리고 총에 맞는 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실망이 컸나 보다. 코리안탑팀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 놀이터 맨손운동 등을 통해서 체급 자체를 바꿨다. 이것만 해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사상 최강의 김남훈을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가로 세로 6미터 공간 안에서 내 강함을 그대로 뽐낼 수 있을 거라 자만했나 보다. 하지만 20kg 감량 후 올라선 링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스트렝쓰가 부족했고 중심이 흔들렸고 내 캐릭터가 무너졌다.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바꿔야 한다. 중량을 더 빼면서 근육은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매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아마 거의 평생 죽을 때까지 술을 줄이고 식사를 조절하며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즉 올해 들어와서 했던 삶의 패턴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그 체형에 맞춘 프로레슬링 캐릭터를 만들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최영의 그라운드 앤 파운딩에 실신까지 경험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과천 경마장 특설링에서 데뷔전을 가졌을 때 난 직감했다. 내 실력으론 헐크 호건, 워리어, 김일, 이왕표, 이노키 같은 레전드는 절대 될 수 없을 거라고. 프로레슬러라는 내 꿈을 이루던 날 내 꿈의 한계를 같이 실감했다. 그날 과천의 푸른 하늘이 너무 맑고 맑아서 눈이 시릴 정도였다.


더블어 슬램으로 이카호에게 핀폴 승리 그러나

                                            


하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몰랐던 것 같다.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꾸준히 노력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거라는 것을. 레전드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하겠지만 계속 내 영역을 찾고 확장하며 키우며 나간다. 멋지지 아니한가. 난 10라운드 스파링을 뛸 체력을 갖추었고 스테인리스 싱크대에 구멍을 뚫고 직수 정수기를 설치할 정도의 지력을 갖추었다. 한 달에 한두 번 무한리필 고깃집을 갈 정도로 재력도 있다. 


                           것렌치 스플렉스, 스피어, 더불어 슬램. 그러나 스트렝스가 부족했다. 중심이 흔들렸다.



새로운 링이 펼쳐졌다. 투쟁심이 불타오른다. 46살의 아재는 아침부터 이런 허세스러운 글을 쓰면서 혼자 몸을 부들부들 떤다. 멋지지 아니한가.


- 인간어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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