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뙤약볕이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여기로 지나갈 수 있을까요?"
"안 되는데요!"
한 여성 직원이 책을 펴놓고 읽고 있었다. 관(官)에서 운영하는 무슨 '교육장'이라는 팻말이 적혀 있는 1층에 위치한 카페 같은 곳이었다. 그 건물에는 창업자들을 위한 소규모 공간들이 들어서 있었고, 아마도 그런 사람들을 위한 교육의 공간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 카페에는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 여성에게 "카페를 통해 지나갈 수 있느냐" 물었던 것은 2층에 음식 배달을 하고 출구를 잘못 찾아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건물은 앞편에서 뒤편으로 가든, 뒤편에서 앞편으로 가든 건물을 한 바퀴 돌아야만 입구로 갈 수 있었다. 다만 카페를 통과하면 정문으로 바로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직원에게 "초행길이어서 길을 잘못 나왔으니 한번 편의를 봐줄 수 있는지"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코로나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글쎄 불과 10여미터의 거리, 시간으로 2-3초 밖에 안 되는 거리를 지나간다고 해서 안 걸릴 코로나가 걸릴 리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나처럼 그런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처럼 길을 잘못 들어서 그런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앞서 말했지만, 그 곳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간이었다. 또 교육의 공간이었다. 더구나 나와 같은 비정규직 날품팔이들을 모아 보다 안정적인 생업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끄는 창업 공간이라 했다. 그렇다면 도리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공간의 특성을 설명해주고, 홍보자료를 들이밀며 안내해주고, 또 "고생 많이 하신다, 어서 지나가시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었다.
그 여성이 정규 직원인지 아니면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인지 잘 모르겠다. 위에서 지시받은 대로 그 여성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했을 따름일 것이다. 카페를 지나 앞뒤로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막는 그 임무에 그 여성은 무척이나 충실했다. 그런데 과연 그 공간이 가진 취지대로 책임을 다했는지는 모르겠다. 또 비정규직 배달노동자가 애원하듯 요청한 것을 관례를 이유로 무더운 여름날에 건물을 한참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공감과 소통과 배려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무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나갈 곳을 찾아 헤매는 사람에게 "절대 안 된다"라는 답변이 근사해 보이지 않았다. 시원한 에어컨 앞에서 책을 펴놓고, 사람 한 명 없는 공간에 앉아 환한 미소로 "절대 안 된다"라 답변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배려였는지 잘 모르겠다.
그 공간이 가진 의미를 안다면, 또 그 건물의 구조를 알고 있다면, 그래서 카페를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감의 태도 아니었을까 싶다. 그 공간이 교육의 장이고, 그래서 우리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공간이었음을 알고 있다면, 팸플릿을 건네며 "꼭 한번 들르시라" 권하는 게 소통 아니었을까 싶다. 그 공간을 지키는 자신의 업무를 알고, 그래서 땀을 흘리며 애쓰는 사람에게 시원한 물을 한 잔 권하는 것이 배려의 태도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뜨거운 7월 한여름 오후의 햇볕을 받으며 건물을 한참 돌아 정문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해커스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