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강사의 무심한 배달일기

(112) 커피 30잔 배달 : 연령적 꼰대, 사회적 꼰대

by 명중호

아침부터 비가 오고 있던 어느 날. 그 날의 첫 배달 콜이 떴다. 픽업을 하러 가는 곳도 가깝고, 배달해줘야 하는 곳도 가까웠다. 그런데 배달비를 평소보다 1천원 가량 더 준다는 것이었다. 그에 혹하여 커피 매장에 들렀는데, 배달해야할 내용물을 보니 아이스커피가 무려 30잔이었다.

커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20대 초반의 여성은 커피를 내리고 얼음을 담고 종이랩 포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면서 나를 보고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하였다. “천천히 하세요.”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커피를 내리고 포장을 하느라 시간은 20분 넘게 지나고 있었다.

배달을 해줘야 하는 곳에서 대학교. 세미나를 하나? 이윽고 커피 포장이 끝나니, 시간은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커피 포장을 마친 여성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 되어 있었고, 나도 30잔을 가방에 담느라 저전거 배달통까지 몇 번을 왕복해야했다.


“애 많이 썼어요.”

“비도 오고 하는데, 전부 어떻게 가져가시죠?”

“노하우가 생겨서 가져가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커피 받으러 여러 사람들이 나와야겠네요.”


다행히 아침부터 굵게 내리던 비는 많이 가늘어졌고, 자전거를 천천히 움직여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여 전화를 하니 대학원생인지 대학생인지로 보이는 친구들이 커피를 받으러 나왔다. 커피를 받으러 다가온 그들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커피를 만드느라 아르바이트생이 고생 많이 했어요.”

“네에~”

“어차피 커피 1잔을 타나 커피 30잔을 타나 아르바이트비는 같은데 말이죠.”

“네에~”


답변이 심드렁했다. 문득 이런 말을 꺼낸 내가 무안해지는 순간이었다. 함께 나온 그 누구도 커피 30잔을 만드느라 고생한 아르바이트생의 그 상황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물론 자신들의 행사에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배달노동자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싶었다. 굳이 그 상황을 설명하며 공감을 구하는 내가 이상할 수도 있었다.


“내가 이거 다 치밀하게 준비했지. 커피값 싼 데로.”

“야~ 커피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모두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하셨데요. 고생하셨어요.”

“선배님, 고생하셨어요.”


커피를 양손 가득 받아든 3명의 친구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선배인 듯 보이는 사람에게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덕담을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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