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강사의 무심한 배달일기

(190) 길 위에서 길을 묻다

by 명중호

내가 이 연재를 올리면서 제목으로 염두에 두었던 것이 "길 위에서 길을 묻다"였다. 이유는 배달이 길을 달리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길을 달려서 음식과 삶의 도구들을 전해주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야 할 목적지와 그 곳에 이르는 길을 찾아야 했고, 그 가운데 어느 길이 보다 빠르고 안전한가를 살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혹시나 싶어 포털에 검색을 해보니 이미 같은 이름의 책들이 여러 권 나와 있었다. 철학책도 있었고 수필책도 있었다. 그래서 제목으로 "길 위에서 길을 묻다"를 쓰기 힘들겠다 생각하였다. 내 딴에는 무척이나 좋은 이름을 얻었다 생각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도로)과 길(방법)이 가진 깊은 연관성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길"과 또 다른 "길"이 가진 의미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많은 배달노동자들은 길 위에 서서 가게를 찾는다. 핸드폰에 있는 앱 상의 지도와 실제 거리 위의 주소와 가게 간판으로 말이다. 고객에게 전달할 음식의 양과 가격도 살피고, 그리고 전달해야할 고객의 집과 주소도 찾는다. 길 위에 서서 길을 찾고 길을 묻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소일(消日) 삼아, 여행 삼아 걷는 길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밖에 없고,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삶 그 자체에서 생겨난 "길"에 대한 물음은 보다 원초적이고 근본적일 수밖에 없음을 몸소 느끼고 깨닫는다.


배달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별로 없다. 대신 혼자 생각하는 일이 많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일이 많다. 무엇보다 세상 사물들과 주위 풍경들과 눈이 마주치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풍경과 사물들을 바라보고, 이들에 흥미를 느끼며 감정 이입되면서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배달 초짜일 때, 가게를 찾고 배달해야 할 음식 번호를 찾으며, 다시 내가 가야할 목적지를 향하다 보면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 줄 몰랐다. '실수하면 어떡하나', '잘못 배달하면 어쩌나'를 걱정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이 흐르고 세 달이 흐를 즈음 시간이 처음보다 서서히 흐르고, 거리가, 사람이, 꽃과 구름과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을 달리면서 여러 가지 생각, 특히나 내 삶의 여러 순간들을 떠올렸다. 내가 살아왔던 과거의 삶을 되새김질(반추[反芻])하고, 현재를 질주하면서 미래를 재단하고 내다보았다.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가능성을 탐문(探問)하는 순간들이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길 위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물었고, 길 위를 달리며 답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지 묻고 또 물었다. 그렇게 길 위에서 길을 찾으며, 길에 대해 생각하고 길에 대한 답들을 궁리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료 또는 제자들과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칸트는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며 혼자 생각에 골몰했고, 집으로 돌아와 그 생각들을 종이에 옮겨 담았다. 그렇게 그들의 대화와 혼자의 생각은 이야기가 되고, 또 철학이 되었다.


나도 길을 달리며 문득 문득 떠오르는 단어들과 문장들과 생각들을 수첩에 적었다. 수첩에 적은 글들이 종이 한 장이 되고 두 장이 되면 그것을 컴퓨터에 옮겨 담았다. 컴퓨터에 옮겨 담은 글들은 매일의 일기가 되었고, 이 글들은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나는 아침마다 집을 나서며 생각을 한다. '오늘은 또 어떤 길을 달리게 될까?' 그러면서 나는 바란다. 보다 가까운 목적지로 가고, 보다 쉽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을 달리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하지만 실제의 배달길에서, 또 인생의 길고 먼 길에서, 우리의 바램이 쉬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던가? 그래서 우리는 길 위에서 고민하는 것이고, 길 위에서 계속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나는 다시 바란다. 마음 속으로 기대하고 또 기도한다. "오늘 하루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돈 많이 벌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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