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4층에서 걸어 내려간 이유

배달노동자의 교육학 수업

by 명중호


배달노동자들이 꺼려하는 배달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선은 옥탑방이다. 옥탑방이 있는 건물은 대부분 옛날 집들이어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옥탑방으로 연결된 통로는 비좁고 가팔라서 오르고 내릴 때 위험하고 힘이 많이 든다.

두 번째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나 5층으로의 배달이다. 말할 필요 없이 4층이나 5층까지 걸어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꺼려한다. 허벅지가 퍽퍽해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한 여름에 4층이나 5층에 오르면 땀이 한 바가지 나온다.

세 번째는 고층 사무실이다. 사무실은 유동 인구가 많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시 내려오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든다. 여러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서고 사람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배달 피크 타임인 점심 시간나 저녁 시간에 사무실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면 속이 터지고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다음 배달을 수행하려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고층 아파트이다. 고층의 사무실처럼 유동 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20층쯤에 올라가 음식을 배달하고 나왔는데,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떠나버리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것이 없다. 1층까지 내려갔던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어떨 때는 사무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속이 탄다.


어느 날, 아파트 19층으로 배달을 갔다. 아파트 출입구에서 벨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마침 택배기사 한 분이 물건 배달을 위해 오셨다. 같이 들어가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는데 그 분은 4층이었다. Oh, My God!!!!!

문득 이런 생각과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내가 올라가 음식을 전해주는 동안, 그 아저씨는 물건을 내려놓고 4층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버릴 것이 아닌가?!' 포기하는 마음으로 19층에 음식 배달을 하고 나왔는데, 웬일로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19층에 멈춰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보니, 아저씨는 자신의 택배차 앞에서 다른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아저씨는 4층에서 일부러 계단을 걸어 내려온 것이었다. 19층에서 내려올 나를 배려해 그랬던 것이었다. 배달을 하면서 겪었던 자신의 입장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해준 마음이었다.

나는 내 자전거로 걸어가며 택배 아저씨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이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손을 흔들었다.


#해커스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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