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불구 둔세무민
獨立不懼 遯世無悶
나의 친구 중엔 유난히 고사성어를 잘 아는 아이가 있다. 말을 하는 중에 사자성어를 툭툭 내뱉으며 내가 그 뜻을 아는가 물어보곤 한다. 우리는 한창 홀로서기 독립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뱉는 독립불구.... 음 홀로서기 이야기를 하더니 그걸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구나 하여 혼자 독립 못하는 독립 불구... 독립불구자.. 푸하하하 말하면서 나도 좀 웃기다 생각했지만 그녀는 모라구? 독립불구자? 오호호호 웃음을 그칠 줄 모른다. 나도 참 독립 불구자라니 대단했다. 너 그것도 몰라서 어떡해. 당장 인터넷 찾아봐. 하참. 그 순간에 그녀가 고사성어 할 줄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어쨌든 그녀 요구 따라 찾아보는데 난항에 부딪친다. 독립 불구 둔세무민도 있고 독립불구 돈세무민도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들마다 돈과 둔이 다르고 한자마저 다르다. 돼지 돈이 적혀있고 돈이라 쓴 게 있는가 하면 달아날 둔을 쓰고 돈이라 적은 것도 있다. 돼지가 세상을? 갑자기 돼지가 왜 나올까? 이것저것 한참을 뒤져 찾아낸 결과 아무래도 달아날 둔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힘들게 독립불구 둔세무민을 찾아내 그녀에게 보고한다.
獨 홀로 독
立 설 립
不 아닐 불
懼 두려워할 구
遯 달아날 둔
世 대 세
無 없을 무
悶 번민할 민
독립불구 둔세무민(獨立不懼 遯世無悶)
홀로 서 있어도 두려워말고, 세상에 나가지 않고 숨어 있어도 번민하지 말라. 독립불구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라. 어떠한 두려움도 갖지 말고 홀로 우뚝 서라. 길을 가다 보면 이로움이 있고 끝내는 형통 하리라. 내 안의 굳은 신념을 바탕으로 겸손히되, 기쁘게 나아가라. 자신이 처한 때가 어려울수록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주역 64괘 중 28번째 택풍대과(澤風大過) 괘에 나오는 말>
(사진:꽃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