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랑 똑같은 모자예요

by 꽃뜰

난 정말 반가웠다. 왜냐하면 프로골프숍에서 모자 두 개를 놓고 고민했기 때문이다. 여름이니까 흰색이 좋겠지? 그러나 때가 쉽게 탈 걸. 항상 새하얗게 유지하는 거 자신 없어. 검정으로 하자. 아니 그러나 여름 모자인데? 흰색이 좋을 걸. 아니야. 금방 누레질 거야. 난 그 모자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자신이 없는 걸. 그래 검정으로 하자. 막 쓸 수 있잖아?


푸하하하 꼭 같은 모자 흰색과 검은색을 놓고 마치 중국집에서 짬뽕할까? 짜장면 할까? 냉면집에서 비냉 할까? 물냉 할까? 하듯 심하게 갈등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난한 검은색으로 골랐기에 바로바로 그 하얀색 모자를 쓰고 나온 그녀를 보고 난 너무 반가워 소리쳤다. 어머 저랑 똑같은 모자예요. 여기 골프숍에서 사셨지요? 저는 흰색 할까 하다 검은색을 했답니다. 그런데 흰색 쓰신 모습 너무 예뻐요~ 그렇게 줄줄줄줄 쏟아냈으니 나도 참.


때가 어느 때냐. 오후 1시 42분 티업을 앞두고 쨍쨍 내리쬐는 따스하다 못해 살짝 덥게 까지 느껴지는 봄볕 아래 줄줄이 서있는 카트들이 사라지길 기다리며 등나무 아래 잠시 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나의 반가운 말에 그녀는 환하게 웃기는커녕 표정이 일그러지며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 줄 서 있는 자기 카트로 가버리는 게 아닌가. 오잉?


당황해하는 내게 우리 팀 선배가 조언한다. 실수한 거야. 절대 그런 말은 하면 안 돼. 만약 옷이었다? 저 사람 당장 그 옷 벗어버렸을 거야. 사람들은 흔한 걸 싫어하거든. 저분도 분명히 자기 모자를 봤을 거야. 그리고 꼭 같다는 걸 알았겠지. 그러나 말하지 않는 거야. 왜? 같은 걸 보는 걸 싫어하거든. 그냥 모른 척하는 거지. 슬그머니 그 장면이 지나가길 바라는 거지. 자기만이 독특한 모자를 골랐다고 생각하고 싶은 거야. 절대 사람들은 자기와 꼭 같은 걸 입거나 쓴 사람을 아는 척하지 않아. 자기가 너무 순진해서 그런 거지.


우아아 아 모야. 아, 난 정말 반가웠는데. 나의 흰색이냐 검은색이냐에 갈등하던 바로 그 장면이 생각나며 나도 모르게 반가움의 인사가 튀어나왔는데 하이고. 나보다 약간 연세가 있어 보이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멋지게 어울렸는데. 에고 고고. 이젠 절대로 나랑 같은 옷이라든가 모자라든가 신발이라든가에 아는 척을 말아야겠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그게 왜 기분 나쁘지? 나 같으면 맞아요 맞아 나도 갈등했어요~ 등등할 말이 꽤 많을 것만 같은데. 에구. 어쨌든 아는 척 말자! 네. 이젠 절대 그런 거 아는 척 안 할께요~ 내게 조언하는 선배님을 안심시켜드린다.


(사진:꽃뜰)